IIPRETTY STAR01 / 15

PRETTY STAR

PRETTY STAR : 1

[SCENE START]

머스탱은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찬란한 빛을 본다.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는다.

과거의 기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머스탱

··· ···.

머스탱

프리티···.

프리시아

다녀올게요.

오스왈드

그래. 다녀와라.

프리시아

아, 오늘 좀 늦을 거예요.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 저녁 먹고 오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어요.

오스왈드

요즘 좀 잦구나.

프리시아

어··· 그야 뭐. 중요할 때니까, 응.

프리시아

인사 평가 기간이거든요. 승진할지 말지 결정되는 중요 기간이라서, 여기저기 약 좀 쳐야 돼요.

오스왈드

··· ···.

프리시아

···아저씨. 왜 그래요?

오스왈드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프리시아

··· ···.

프리시아

그··· 러고 보니 아저씨도 오늘 누구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요?

오스왈드

그래. 전 직장 동료를 만나기로 했다.

프리시아

오~ 특무대? 헬하운드로 복귀하는 거예요?

오스왈드

그 말은 꺼내지 않기로 했을 거다.

오스왈드

웃으면서 할 옛날얘기도 아니야.

프리시아

농담이에요 농담.

프리시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복귀하라고 하면 절대 하지 마요. 알겠죠?

오스왈드

그래. 걱정하지 마라.

오스왈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프리시아

응. 평화로운 시대니까, 이제 그런 거 안 해도 되잖아요.

프리시아

아 늦겠다. 갈게요. 저녁에 봐요.

오스왈드

그래. 저녁에 보자.

프리시아가 서둘러 현관문을 나섰다.

오스왈드는 닫힌 현관문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스왈드

··· ···.

오스왈드

평화의 시대··· 라.

특무대원

오랜만입니다. 특무실장님.

오스왈드

이젠 아닙니다.

특무대원

그렇다고 오스왈드라고 부를 순 없지 않습니까.

오스왈드

···그렇군요. 편하게 부르십시오.

오스왈드

은퇴하신 지도 꽤 시간이 지났군요.

특무대원

그렇습니다. 오래 됐죠.

특무대원

그런데 총은 왜 아직 들고 다니십니까?

오스왈드

···흠. 겉으로 보기에 티가 납니까?

특무대원

하하. 아뇨. 감쪽같습니다. 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알아채겠지만요.

오스왈드

습관입니다. 없으면 불안해서요.

특무대원

그렇군요.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특무대원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오스왈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고 있는 일도 나름 즐겁다고 할 수 있겠군요.

특무대원

엘리시온의 훈련 고문으로 활동하신다고 했었죠?

특무대원

특무실장님만 한 사람도 없을 테니까요.

오스왈드

잘 대우해 주고 있습니다. 요즘은 일이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습니다만.

특무대원

흠···.

오스왈드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카페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니케 인권 위원회가 피켓을 든 채 거리를 걷고 있다.

특무대원

···그렇겠죠. 점점 니케들로 대체되고 있으니까요.

특무대원

위험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일은, 이제 우리 사람의 일이 아니네요.

오스왈드

그쪽도 슬슬 은퇴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특무대원

더 하고 싶어도 못 할 판입니다. 특무대야말로 니케가 맡기에 너무 좋은 직업이거든요.

특무대원

하나둘씩 은퇴하고 있습니다. 챙겨준다고 할 때 나가는 게 서로서로 좋겠죠.

오스왈드

예. 여러모로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까요.

오스왈드

하루라도 빨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특무대원

···가끔씩 그립습니다. 특무실장님과 현장 뛰던 때가.

오스왈드

그렇습니까.

오스왈드는 테이블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오스왈드

저는 그립지 않습니다.

오스왈드

지금이 좋군요.

특무대원

··· ···.

특무대원

많이 바뀌셨군요.

오스왈드

그렇습니까.

특무대원

한 가지 물어봐도 됩니까?

오스왈드

물론입니다.

특무대원

왜 은퇴하신 겁니까?

오스왈드

··· ···.

특무대원

방주 밀봉의 일등 공신에, 출세길이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요.

특무대원

막판에 갓데스가 탈주해서 재를 뿌리긴 했지만, 그건 특무실장님 잘못이 아니라고 판명···.

오스왈드

··· ···.

특무대원

···죄송합니다.

오스왈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특무대원

아무튼 왜 은퇴하셨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

오스왈드

··· ···.

오스왈드

더는 그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특무대원

음. 프리시아 때문입니까?

오스왈드

이름을 아는군요.

특무대원

하하. 특무대는 물론이고 중앙 정부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특무대원

그 헬하운드 오스왈드가, 실례. 그 특무실장님이 양녀를 들였다는 말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으니까요.

특무대원

어쩌다 양녀를 들일 생각을 다 하셨습니까?

오스왈드

그건 저도 잘 모르겠군요.

오스왈드

음. 진짜 모르겠습니다.

특무대원

···그래서.

특무대원

지금 행복하십니까?

오스왈드는 테이블의 커피잔에 손을 뻗었다.

커피잔은 비어 있다. 그럼에도 오스왈드는 괜히 커피잔을 들고 입에 가져다 댔다.

오스왈드

예.

오스왈드

그런 것 같습니다.

특무대원

다행입니다.

둘은 말없이 유리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본다.

지하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류의 마지막 터전.

방주를 바라본다.

바깥이 소란스러워진다.

니케포비아들이 니케 인권 위원회의 행진을 훼방 놓는다.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진다.

특무대원

···점점 심해지는군요.

특무대원

지상 탈환전의 실패를 니케에게 덮어씌우고, 시민들끼리 싸우게 해 무대에서 빠진다.

특무대원

하하. 중앙 정부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군요.

특무대원

자기들의 허물을 뒤집어쓸 대상을 언제나 찾아 헤맸었는데, 그게 니케에게까지 갈 줄은 몰랐습니다.

특무대원

승리의 여신을 패배의 원흉으로 끌어내리다니, 신물이 나는군요.

오스왈드

위험한 발언은 삼가는 게 좋겠습니다.

특무대원

···특무실장님이 이 일을 더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특무대원

당시에는 온갖 더러운 일이라도 그게 인류의 평화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무대원

랩쳐라는 미친것들에게 말 그대로 작살이 나고 있었으니까요.

특무대원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특무대원

지상은 이미 남의 얘기가 된 지 오래입니다.

특무대원

방주로 내려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렇게 되었어요.

특무대원

그런 와중에 우상이었던 이들을 자기 안위를 위해 끌어내리는 모습을

특무대원

방에서 TV로 보고 있기만 하는 저한테 혐오감이 듭니다.

오스왈드

오늘 보자고 한 이유가 그것이군요.

특무대원

예. 저도 이제 은퇴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무대원

우리가 보통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특무대원

그래서 은퇴 후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위로받거나 희망을 가지고 싶어서요.

오스왈드

어떻습니까.

특무대원

은퇴하는 게 낫겠어요. 잘 지내고 계신 걸 보니 위로가 됩니다.

특무대원

그러니 이딴 기관을 위해 봉사하는 건 그만하려 합니다.

특무대원

지상에서는 대의에 눈이 멀었지만, 지하에서는 또렷하게 보이니까요.

오스왈드

그렇군요.

오스왈드

건투를 빕니다.

특무대원

감사합니다.

둘은 다시 말없이 유리창 너머의 소란을 바라본다. 가벼운 몸싸움은 거친 양상을 띤다.

중앙 정부가 개입하고, 최루 가스가 터진다. 니케포비아도, 니케 인권 위원회도 혼비백산해진다.

허둥거리며 자리를 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스왈드는 매우 익숙한 얼굴을 본다.

오스왈드

··· ···.

특무대원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지셨는데요.

오스왈드

아무것도 아닙니다.

특무대원

그럼, 소동도 정리된 것 같으니 슬슬 일어나실까요?

오스왈드

그러죠.

특무대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오스왈드

예. 저도 즐거웠습니다.

특무대원

··· ···.

특무대원

정말 많이 바뀌셨군요.

오스왈드

··· ···.

오스왈드는 소파에 앉아 어두운 허공을 본다.

눈을 감지는 않는다. 눈을 감는 순간 오스왈드의 영웅들이 원망하는 듯한 환청을 듣는다.

과거를 회상한다.

자신의 영웅들을 기만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으로 자신을 위로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자신의 영웅들을 배신하고, 지상에 버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자기혐오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

스스로 끝낼 생각을 수십, 수백 번은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프리시아

다녀왔어요~

프리시아

응? 아저씨. 불도 안 켜고 거기서 뭐 해요?

찰칵.

불이 켜진다. 오스왈드는 잠깐의 눈부심을 느꼈다.

프리시아

아저씨. 괜찮아요? 오늘 만난 사람이랑 싸웠어?

하지만 그때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괜찮냐고 물어봐 주던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소녀 덕에 수도 없이 구원받았다.

프리시아

···아저씨.

오스왈드

프리시아.

프리시아

아, 응. 왜?

오스왈드

니케 인권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더구나.

프리시아

··· ···.

오스왈드

하지 마라.

프리시아

··· ···.

프리시아

그, 아저씨.

오스왈드

하지 마라.

프리시아

··· ···.

프리시아

왜요?

오스왈드

위험하니까.

프리시아

잘못된 일이 아니잖아요.

프리시아

니케 언니들이 지상 탈환전 실패의 원인이라니,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 보고 어떻게 참아요.

오스왈드

승진 얘기는 직장 얘기가 아니었구나.

프리시아

···맞아요. 위원회에서 승진하는 거예요. 팀장으로.

오스왈드

뭘 하고 싶은 거지.

프리시아

니케 언니들이 다시 우상이 될 수 있게 할 거예요.

오스왈드

어떻게.

프리시아

몰라요. 생각해 봐야죠.

프리시아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오스왈드

프리시아.

오스왈드

방주에 우상은 필요 없어. 있어서는 안 된다.

오스왈드

끌어내려질 뿐이야.

오스왈드

네가 지금 하는 일은 무의미하고, 위험하기만 한 일일 뿐이야.

프리시아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프리시아

회원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언젠가 모두 알아줄 거예요.

프리시아

니케 언니들은 패배의 상징이 아니라, 승리의 여

오스왈드

하지 마라.

프리시아

··· ···.

프리시아

아저씨도 니케 언니들 좋아했잖아.

프리시아

갓데스 좋아했잖아.

오스왈드

이젠 아니다.

프리시아가 거실 장식장 위, 아크릴 케이스에 들어가 있는 가죽 장갑을 가리킨다.

가죽 장갑에는 레드 후드의 사인이 삐뚤삐뚤하게 쓰여 있었다.

프리시아

저렇게 고이 모셔놓고 있으면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매일 케이스 닦고, 괜히 한 번씩 쳐다보면서 웃잖아.

오스왈드

··· ···.

프리시아

말도 안 되는 거짓말 하고.

프리시아

왜 그러는 거야?

오스왈드

우상으로 여기던 것이 끌어내려지는 것을 보는 것만큼 괴로운 게 없으니까.

프리시아

그러니까 그걸 내가, 우리가 막을 거라고.

오스왈드

못 막아. 막게 두지 않는다.

프리시아

알아. 중앙 정부에는 지금 욕받이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거. 그래서 니케포비아도 그냥 놔두고 있다는 것도 알아.

프리시아

그래서 방관이나 하라고? 우릴 위해 목숨 걸고 싸워준 니케 언니들이 저 꼴을 당하는걸?

오스왈드

방관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프리시아

팀장도 달았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거예요.

프리시아

위원회가 할 일을 선택할 수 있다고요.

오스왈드

선택권이 있다는 걸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고 있구나.

프리시아

그럼요?

오스왈드

··· ···.

오스왈드

말했다. 하지 말라고.

프리시아

싫어요.

오스왈드

프리시아.

프리시아

···오늘은 친구 집에서 자고 올게요.

프리시아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오스왈드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3일 후.

뉴스를 보던 오스왈드가 방을 뛰쳐나간다.

달려가는 도중 품 안을 확인한다. 가슴 홀스터 안에 권총이 잘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한다.

현장에 도착한다. 상황을 통제하고 있던 이들에게 제재당한다.

오스왈드는 그들을 가볍게 제친 후, 내부로 돌입한다.

상황은 끝나있었다. 텅 빈 광장. 부서져 있는 각종 가구와 도구들.

쓰러져있는 사람들.

오스왈드는 쓰러져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빠르게 확인한다.

다행히 없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 핸드폰이 울린다.

오스왈드는 병원으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프리시아를 바라본다.

프리시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