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PRETTY STAR12 / 15
PRETTY STAR
PRETTY STAR : 12
[SCENE START]
영원한 우상 같은 건 없어.
단 한 번도 그런 경우는 없었지.
시간이 지나거나, 심정의 변화가 생기면 퇴색되기 마련이야.
오래되면 그렇게 되는 거란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겠네.
괜히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겠지.
은퇴를 말하는 건가요?
응. 은퇴.
은퇴 이후엔 뭐··· 작은 걸로는 흠잡지 않으니까.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지낼 수 있어.
퇴색되어도, 은퇴했으니까 그러려니 하는 거지.
팬이나 지켜보는 사람들도 아는 거야. 계속 열심히 할 수는 없다는 거.
··· ···.
왜. 은퇴하고 싶니?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은퇴는 힘들 거야.
머스탱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무슨 수를 쓰던 너를 붙잡고 흔들려 들겠지.
그렇겠죠.
겪어봐서 알겠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타입도 아냐.
벗어날 순 없겠죠?
무리겠지. 아마도.
영원한 우상도 안되고, 은퇴도 안된다면.
저한테 남은 건요?
···현실적으로, 떨어지는 걸 최대한 늦출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끝내, 완전히 퇴색되어 우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네요.
··· ···.
미안해.
···의외네요. 미세스 미스가 그런 말을 다 하고.
널 우상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 나니까.
알고 있었어. 언젠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
돈 때문에요?
돈은 이미 많아.
···방주는 어두워. 별이 있어야 했어.
너는 별이 되기에 너무 적합했고.
별이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은 모두를 비추지.
그 별을 우러러보는 이들은, 그 빛에 매료되어 괴로운 현실을 잊어.
아주 잠시라도, 괴로움을 잊고 그저 즐거워할 수만 있는 거.
그게 엔터테인먼트니까.
··· ···.
너는 별이야. 방주의 별.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그 별이 빛을 잃을 때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버는 거야.
다음 별이 나타날 때까지.
그러니 뭐든 도와줄게. 은퇴는 빼고.
···고마워해야 할지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럼 원망해. 그게 편해.
고민이 많나 보네. 아버지랑은 얘기해 봤어?
··· ···.
설마 그 뒤로 한 번도 안 찾아간 거니?
예.
우상을 자기 손으로 버린 사람과는 만나고 싶지 않···.
··· ···.
··· ···. ··· ···.
왜 그러니?
···아.
영원한 우상은··· 없으니까.
···?
미안해요. 먼저 가볼게요.
상담 고마워요.
?? 그래. 조심히 들어가렴.
프리시아는 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다시 돌아갈까 수도 없이 망설였다.
그리고 결국, 뒤로 돌았다.
문에서 멀어지는 순간, 작은 기침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프리시아는 뭔가에 홀린 듯,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나 밝던 집. 깨끗하고 좋은 냄새가 나던 집. 따뜻하던 집. 인자한 미소로 맞이해 주던 집.
··· ···.
어두운 집.
술 냄새가 진동하는 집.
추운 집.
프리시아가 불을 켠다.
바닥에는 수많은 술병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오스왈드는, 소파에 기대앉은 채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프리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 ···.
아저씨.
프리시아.
왔니. 고생했다.
오스왈드가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프리시아를 지나쳐 걸어가, 주방 앞에 선다.
조금만 기다려라. 뭐라도 만들어주마.
오스왈드가 냉장고를 뒤적인다. 아무것도 없다.
쿨럭, 쿨럭.
음, 이것 참···.
아저씨.
괜찮다. 곧 해결될 거다.
오스왈드가 찬장을 뒤적인다. 아무것도 없다.
아저씨.
TV라도 보고 있어라. 금방 해줄 테니.
아빠.
··· ···.
여기 봐요.
··· ···.
나 봐요.
오스왈드가 뒤를 돈다.
프리시아는 오스왈드를 본다.
오스왈드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왜 이렇게··· 얼굴이 엉망이야···.
··· ···.
밥은 제대로 먹고 있어요?
그래.
아픈 덴 없고?
그래.
집은 왜 이렇게 엉망이야. 먼지 한 톨 없이 지냈으면서.
술 안 마셨잖아요.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오늘만 그런 거다.
거짓말.
안 그런 사람인 거 내가 제일 잘 알아요.
왜 이러고 살고 있어요. 응?
··· ···.
네가, 없으니까.
··· ···.
언제부터···?
네가 없을 때부터.
··· ···.
프리시아가 오스왈드를 꼭 끌어안았다.
미안해요.
다녀왔어요.
프리시아와 오스왈드는 마주 앉았다.
집 안에 마실 거라곤 물밖에 없었다.
물을 따른 컵을 서로의 앞에 두고, 부녀는 오래 미뤄놨던 얘기를 했다.
나는 나의 우상을 버렸다.
···이유는 있었다. 이유는 있었지만, 용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괴감과, 우상을 배신했다는 생각 때문에 살아있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네가 있었다.
네가 있어서 그럴 수 없었어.
위로받았다. 네가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았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다.
응. 그건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아요.
그래서 내가··· 나가버려서··· 이렇게···.
··· ···.
네가 나를 용서할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변명할 생각도 없다.
갓데스를 버린 건 나다. 내가 했다.
이유를 말할 순 없지만, 내가 한 건 사실이다.
내 우상이, 모두의 우상이 망가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어.
··· ···.
자세한 건 몰라요. 하지만.
아빠가 한 일이잖아요. 이유가 있었을 거라 믿어.
모르긴 몰라도 갓데스가 방주에 오면 큰일이 났을 거예요.
망가지거나, 퇴색하거나, 죽거나.
그래서 아빠는 갓데스를 버렸어요.
망가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퇴색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영원한 우상으로 남기기 위해.
··· ···.
응. 알 것 같아. 우상은 망가지면 안 돼요. 언제나 우상으로 있어 줘야 해요.
하지만 시간이, 타인이, 세계가 그걸 가만히 두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우상은 떨어져요. 반드시 떨어져요.
그리고 떨어진 우상은.
그걸 보고 있는 사람들마저 떨어뜨리겠죠.
···무슨 일 있구나.
아니.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응. 역시 아빠를 보러 오길 잘했어.
나 잠깐 다녀올게요. 청소하지 말고 있어요. 와서 같이 하게.
··· ···.
다시 올 거니.
···응. 올게요.
이제 계속 올 거야.
아빠 혼자 두면 큰일 날 것 같아.
···그래. 기다리마.
···예.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