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PRETTY STAR11 / 15
PRETTY STAR
PRETTY STAR : 11
[SCENE START]
프리시아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채 거리를 배회한다.
그 옆을 한슨이 걷고 있다.
길을 걷고 있는 니케에게 어느 시민이 마시고 있던 음료수 캔을 건넨다.
내용물은 비어 있다.
니케는 한숨을 내쉰 후, 그것을 받아 들고 쓰레기통에 넣는다.
프리시아와 한슨은 거리를 걷는다.
공용 시설의 경비를 서고 있는 니케들의 몸이 엉망이다.
학생들이 시시덕거리며 음식물을 던지고 있다.
니케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주위의 그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프리시아와 한슨은 거리를 걷는다.
어두운 공원 구석. 양산형 니케가 무력하게 두들겨 맞고 있다.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플라스틱 작대기와 맨몸일 뿐이다.
하지만 니케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프리시아와 한슨은 거리를 걷는다.
가게 앞에서 곤란해하는 니케를 본다.
주인이 물건을 팔지 않는다. 니케는 안절부절못한다.
옆 가게의 주인이 안쓰럽게 니케를 바라보고 있다.
프리시아와 한슨은 거리를 계속 걷는다.
술 취한 사람의 욕받이가 되고 있는 니케.
희롱당하고 있는 니케.
침 세례를 받는 니케.
그리고
너희들이 지는 바람에 우리가 이렇게 된 거야!
라고 눈물을 흘리며 외치고 있는 시민.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듣고만 있는 니케.
프리시아와 한슨은 그 광경에서 고개를 돌린다.
둘은 공원 구석진 자리에 앉는다.
프리시아는 눈물을 흘린다.
계속, 계속 눈물을 흘린다.
떨어졌구나.
나 때문에··· 떨어진 거야.
···프리티의 전성기 때는 좋았어.
니케포비아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눈치를 보면서 행동했지.
그땐, 니케들에게 상냥한 사회였어.
프리티는 영원한 우상 같았으니까.
영원한 우상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모두가 나한테 완벽함을 요구해.
할 수 있어. 할 수 있는데.
···끝이 없잖아.
언제까지 완벽함을 연기하고 살아야 해?
나도 지쳐. 힘들다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풀어진 모습을 보이면, 나한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그리고 그게 바로 세상에 영향을 줘버려.
나는 우상이니까. 모두의 우상이니까.
그래서 포기했어. 너무 힘들어서.
···그 결과가 이거네.
··· ···.
다시 잘 해낼 자신 없어. 또··· 끝이 없을 테니까.
···아저씨라도 있었으면···.
··· ···.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한슨.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르겠어.
지잉-
··· ···.
지잉-
···받아. 머스탱일 것 아냐.
···미안.
한슨이 전화를 받는다. 핸드폰 너머에서 고성이 들려온다.
통화가 끝난 후, 한슨이 프리시아를 바라본다.
···가.
조금 앉아 있다가 갈게.
···미안해.
대꾸하지 않는 프리시아.
한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프리시아를 잠깐 바라본 후 뛰어간다.
한밤의 공원은 조용하다.
프리시아는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 ···.
모르겠어.
사사사사사사···.
···?
사사사사인 좀···.
···누구야?
패, 팬. 패패팬. 팬이에요.
···나 누군지 알아?
프리티···.
···어떻게 알았어?
체형이랑 옷 입는 스타일이···.
···스토커?
아닌데요.
··· ···.
어떻게 알았대.
팬이라서···.
너 몇 살이야?
17살···.
···어리네.
프리시아는 아니스를 빤히 바라본다.
눈을 반짝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팬의 표정.
앉아. 우울했는데 얘기나 좀 하자.
우와. 진짜요?
쉿- 너무 큰 소리 내지 마. 들킬라.
흐헤. 헤헤헤.
아니스가 프리시아의 옆에 앉는다.
와 진짜 꿈만 같다.
··· ···.
내가 왜 좋아?
언니 보면 힘이 나니까요.
무슨 힘.
그냥, 그냥 힘이 나요.
나 있잖아요, 반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애랑 싸웠다고 왕따당했었거든요.
근데 언니 노래 듣고 이겨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 뭐냐. 잘될 것 같은 희망 같은 게 생기거든요.
희망.
예.
처음에는 언니 노래가 날 살려줬, 아니아니. 나한테 힘을 줬는데.
나중에 되니까 언니가 TV에 나오는 거 보기만 해도 힘이 나요.
이젠 사진만 봐도 힘 난다니까요?
나 요즘 사고 엄청 치고 다니는데.
··· ···.
어··· 음. 모르겠는데요? 요즘은 노래만 들어서.
··· ···.
그으러니까, 저한테는 언니가 가장 멋질 때로 남아있는 거죠.
후후. 그래?
고마워. 위로할 줄도 알고, 나이에 안 맞게 성숙하구나?
··· ···.
··· ···.
아, 그! 저 요즘 [프리티 스타] 춤이랑 노래 연습하는데 한번 봐줄래요?
이번에 제가 장기자랑에 나가는데, 아까 얘기했던 반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애 있죠.
걔가 나 엿먹이려고 일부러 밀어 넣은 거 다 알거든요.
요즘 애들은 단어 선택이 거칠구나.
보란 듯이 나가서, 진짜 죽여주게 해서 우와 소리 나오게 해줄 거예요.
도와주는 친··· 구도 있고.
그 다음엔?
생각 안 해봤는데요. 그냥 엿이나 한번 먹여주고 싶은 건데요.
너는 꿈이 있구나. 희망도 있고. 뭘 해야 할지도 알고.
언니 덕분이죠.
··· ···.
내가, 너한테 희망을 줬어?
··· ···.
예.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그럼요.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요.
··· ···.
하, 하하.
그래. 어디 한 번 춰봐. 내가 봐줄게.
어? 진짜요?
그럼.
조용한 한밤의 공원이 소란스러워진다.
신나게 춤추는 아니스. 흐뭇하게 바라보는 프리시아.
그 둘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 둘의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울려 퍼진다.
하나, 둘, 셋, 넷. 거기서 쭉--
쭈욱--
그렇지, 그렇지.
그리고 여기서 빰, 빰, 빰.
··· ···.
와, 너 재능 있네?
엇, 그래요? 엿먹일 수 있겠어요?
그럼. 크게 엿먹일 수 있겠는데?
아하하.
아, 재밌었다.
헤헤. 저도요.
근데 언니. 맨날 쉴 때 그렇게 고개를 위로 들고 쉬던데 왜 그러는 거예요?
뭔가 호흡법 같은 거라도 있는 건가?
맨날이라니. 어떻게 알아?
그··· 연습 영상이나 그런 거 많이 봐서···.
음. 진짜 팬이구나 너.
그럼요.
··· ···.
그거 알아?
지상에서는 있잖아. 구름이 흘러가는 것만 봐도 좋았다?
특히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할 때,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면 시간도 잘 가고 참 좋아.
오···.
아니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그렇겠지. 밤이고. 여긴 지상이 아니니까.
··· ···.
너무 늦었네. 학생은 얼른 들어가서 자야지?
아··· 네.
아, 맞다. 사인. 제일 중요한 걸 안 해줄 뻔했네.
괜찮아요. 더 좋은 거 받았으니까.
후후. 그래.
저, 언니.
힘내요.
··· ···.
자세한 사정 같은 건 모르겠지만, 그래도 힘내요.
저한테 언니는 영원한 우상이니까.
영원한 우상 같은 건···.
··· ···.
그래. 힘낼게. 고마워.
헤헤. 예.
갈게요. 조심히 들어가요.
응. 잘가.
아니스가 달려간다. 그 뒷모습에 활기가 넘친다.
프리시아는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
··· ···.
영원한 우상···.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