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MUDFISH08 / 16

MUDFISH

MUDFISH : 8

[SCENE START]

화창한 날이었다.

간단한 자원 수집 임무를 받아서,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면 뭘 하지? 라고 생각했던 날.

사고라는 건 정말 아무 전조 없이 찾아왔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길가에 고인 검은 물웅덩이.

발이 걸려서 넘어져던가?

풍덩-

무심코 그 검은 물웅덩이를 밟은 순간, 빠져버렸다.

작은 웅덩이인 줄 알았던 그건,

몸을 집어삼킬 정도의 깊은 호수 같은 것이었다.

검은 물속으로, 몸이 아래로··· 아래로··· 삼켜져 갔다.

뭔가에 삼켜지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너무 답답해서 숨이 막히는 것 같아, 입을 열어 숨을 들이켰다.

니케의 몸은 오염된 물을 알아서 걸러주니까 괜찮겠지.

···라는 가벼운 생각이었다.

그렇게 검은 물을 들이켜 버렸다.

레비

!!!

검은 물을 먹은 순간,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니, 녹아내렸던가?

머리도, 몸도, 어깨도, 다리도, 손도, 발도 전부··· 검은 물에 섞여 들어가는 것 같았다.

모든 게 뒤죽박죽.

뒤죽박죽뒤죽박죽뒤죽박죽뒤죽박죽.

레비

아··· 파!

레비

아파아파아파···!

고통에 몸부림치며 필사적으로 위를 향해 올랐다.

버둥거리며, 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필사적으로, 손에 잡히는 모든 걸 잡아채서,

촤아악-

물 위로 올라왔다.

레비

끄으··· 헥! 콜록··· 콜록···!

레비

아파··· 아파아···!

양산형 니케

꺄아아아아악-!!

비명 소리가 들렸다.

동료의 비명소리였던 것 같다.

레비

아파··· 아파아··· 누가 좀··· 도와···..

동료와 눈이 마주쳤다.

양산형 니케

!!!

동료의 눈이 공포로 일그러졌다.

레비

왜··· 왜 그렇게 보는···.

동료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양산형 니케

괴, 괴물이다!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던 것 같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모두가 뛰어갔다.

검은 웅덩이 앞에 나만 놔둔 채 멀어져 갔다.

레비

···왜?

주륵-

레비

??

머리 위에서 흘러내리는 무언가를 닦아냈다.

레비

어?

검은색이었다.

주르륵-

레비

···어?

머리에서 흐르는 그것을 열심히 닦았다.

레비

어··· 어어···.

계속··· 계속 닦았다.

하지만 아무리 닦아도 얼굴이 닦이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닦아야 할지 몰라, 다시 검은 웅덩이를 바라보았다.

레비

···어?

검은 물에 비친 얼굴이 다른 사람처럼 변해있었다.

레비

아.

레비

아··· 아아···.

레비

아아아아아!!

그 날, 모든 것을 잃었다.

동료도, 얼굴도, 몸도, 무기도, 이름도, 돌아갈 곳도··· 모두 잃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머리 위에선 계속해서 검은 물이 흘러내렸다.

그 때문인지, 보는 니케마다 총을 쐈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괴물이라며 비명을 질렀다.

도움을 요청하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전투에 자신감이 있는 스쿼드를 만났을 땐,

진심으로 죽이려 달려들어, 죽을 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살고 싶어서.

살아남고 싶어서,

일부러 랩쳐를 유도해 니케들의 시선을 돌리기도 했다.

집요하게 따라오는 니케들을 만났을 때,

호전적인 니케

죽어라, 이 괴물···!

레비

히, 히이이···! 싫어!!

얼떨결에 눈을 빨갛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호전적인 니케

저건···!

겁먹은 니케

저, 저 눈! 헤, 헬레틱··· 아니야?

레비

그, 그래! 헬레틱이다!

호전적인 니케

그럴 리가 없···.

쿵- 쿵- 쿵- 쿵-

겁먹은 니케

히이이···! 래, 랩쳐를 불렀어!

호전적인 니케

정말··· 헬레틱이라고?

레비

그, 그래!! 저거 다 내가 부른 거야!

겁먹은 니케

도, 도망쳐!!

타이밍 좋게 나타난 랩쳐들과,

도망치는 니케들의 뒷모습을 보고,

정말 내가 헬레틱이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 색깔을 잠시 빨갛게 바꿀 수 있다는 거 말고는,

아무런 능력도 발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도망쳤다.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또 도망치다가,

아무도 오지 않는 해변 근처, 어두운 동굴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깜깜한 건 너무 무서워서,

작은 랜턴 하나를 주워와 하루 종일 켜놓았다.

레비

··· ···.

레비

···추워.

혼자는 너무 추웠다.

손바닥을 비벼보고, 몸을 웅크리고,

주워온 이불들로 몸을 겹겹이 둘러보았지만.

레비

···추워.

추위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세이렌을 만났다.

리틀 머메이드

[···신데··· 렐라···.]

리틀 머메이드

[에이··· 브···.]

리틀 머메이드

[···추워···.]

춥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데려오지 않았을 거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말에 동질감을 느껴서.

만들어준 침대가, 구워준 생선이, 나를 위한 모든 배려가···.

너무 좋아서.

나도 네 [친구]가 될 수 있는 존재라고,

함께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는데···.

레비

···날 도와준다는 애한테 화만 내고 도망쳐 버렸어.

레비

왜··· 왜 도망친 거야.

레비

세이렌은 아무 잘못 없는데··· 왜 화를 낸 거야!

레비

··· ···.

레비

이제 싫어졌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레비

네 옆에 있기 싫다고,

레비

지, 지금 당장 친구들을 찾으러 가고 싶다고 말하면 어떻게 하지?

레비

나, 나는···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레비

세이렌이 가버리면, 가겠다고 하면···!

레비

말릴 방법이 없는데···.

레비

아, 안 돼.

레비

지,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리틀 머메이드

[레비.]

레비

!!

리틀 머메이드

[잠깐만··· 얘기할 수 있어?]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