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8: 재탄08 / 08
Chapter.48: 재탄
결전의 때
[SCENE START]
애니힐리오 두 기 격추 확인.
남은 건 하나다.
···그 많은 랩쳐들을 막아내고, 미사일까지 요격했다고요?
그래. 메티스와 아크레인저가 했다.
제법이네요. 방주의 힘도.
아주 훌륭하지.
기장님.
예스 맴.
미사일 아래쪽으로 위치를 잡아주시겠어요?
···예?
와. 동력부를 바로 노릴 생각이시군요?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맞아요. 아래쪽에서는 바로 쏠 수 있어요.
번거롭게 장갑을 벗겨낼 필요도 없죠.
흐응~★ 그렇다고 해도 그걸 바로 노릴 사람은 없을 텐데요.
저는 할 수 있어요.
··· ···.
좋습니다! 헬레틱 자식의 아래로 들어가, 강하 속도와 맞추겠습니다!
쿠우우우우---!
도로시는 창밖으로 급격하게 기우는 풍경을 본다.
···급선회를 하는 것 같은데, 내부에서는 느껴지지 않네요.
예♥ 짐벌 기술을 활용한 능동형 브릿지로 개조했으니까요.
차도 마실 수 있답니다★
아, 말나온김에 한잔 드릴까요?
이번에도 다녀와서 마실게요.
후후. 예. 매화차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도로시는 승리의 날개 호 갑판에서 위를 올려다본다.
애니힐리오가 맹렬한 기세로 떨어지고 있다.
도로시는 팔을 들어 하늘을 겨눈다.
··· ···.
잘도 싸우고 있네, 나.
푸슝-!
도로시의 총구에서 빛이 뿜어져 나간다.
애니힐리오를 관통한다.
애니힐리오의 자세가 휘청인다. 뿜어져 나오던 빛과 불꽃이 모조리 꺼진다.
···대단해요. 한방에 동력원을 맞췄어요.
하지만 본체가 따로 있다는 것, 잊으시면 안 돼요.
물론이에요.
앗. 그런데 탄두가 지상에 떨어지면 화학 무기가···.
괜찮아요. 기폭 장치도 한번에 뚫었으니까.
···대단하다는 말로는 모자라네요.
그러게요.
애니힐리오가 계속 떨어진다. 추락이다.
도로시는 기다린다. 애니힐리오의 장갑이 벗겨지고 본체가 튀어나오는 것을 기다린다.
툭. 투둑-
투두두두두--
애니힐리오의 장갑이 모두 벗겨진다.
그리고 그 내부에서
붉은 눈의 승려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어?
···아니.
니, 니케···!?
···이건 대체···.
자, 그럼.
동료를 만들어볼까요?
도로시는 쏟아져 내려오는 붉은 눈의 승려들을 본다.
수는 총 42.
눈이 붉다. 침식 상태다.
침식에 걸린 니케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쏴야 한다.
하지만 아주 잠깐 망설인다.
그 찰나에 가까운 망설임을 놓치지 않고.
붉은 눈의 승려 중 하나가
손에 들고 있는 가시를 도로시에게 찔러넣는다.
헉···!
쿵쿵쿵쿵쿵-!!
붉은 눈의 승려들이 갑판에 착지한다.
일부의 시선이 돌아간다. 브릿지를 향한다.
큭···!
도로시는 방아쇠를 당긴다.
푸슝-! 푸슝-! 푸슝-!
붉은 눈의 승려들이 쓰러진다.
푸른 빛을 내뿜으며 사라진다.
다들! 브릿지에서 절대 나오지 마요!
도로시가 달린다.
붉은 눈의 승려들 사이를 헤집는다.
다행히 각자의 전투 능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이 정도면 무난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하.
하하. 하하하.
도로시는 허탈한 웃음을 내뱉으며
붉은 눈의 승려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 ···.
붉은 눈의 승려들은 전멸했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처음부터 없었던 것 마냥 사라졌다.
도로시는 호흡을 몰아쉰다. 숨이 가쁘다.
몸이 저릿저릿하다.
시야가 붉다.
도로시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본다.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도로시! 도로시!
기다려요! 지금 갈 테니까!
오지 마요!
···!!
도로··· 시.
침식··· 이···.
방주로 긴급 회항!
그만! 방주로 침식된 니케를 데려가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요!
그럼··· 어떻게···.
도로시의 호흡이 거칠어진다.
증상이 빠르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발현되는 건 처음이다.
···개량형··· 이겠네. 전쟁을 위한···.
도로시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다.
갑판 너머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지상을 본다.
그러기를 잠시.
도로시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들어 턱에 겨눈다.
··· ···.
그래도. 다행이야.
용서할 수 있어서.
그만!!
!!
쏘지 마라! 쏘지 마! 쏘면 죽여버릴 거다!
지휘··· 관···.
도망가라 도로시! 도망가!
최대한 멀리 도망가!
···지휘관. 침식은 자아를···.
닥치고 도망가! 거기서 벗어나!
반드시···!
반드시 되돌려주겠다!
반드시다!
··· ···.
우리한텐 많은 방법이 있다!
그러니 쏘지 마! 총 내려놓으라고 이런 제기랄!
내려놔! 쏘지 마라고!
···지휘관.
우리가 널 찾겠다···!
찾아서, 반드시 되돌려 놓겠다···!
약속한다. 도로시.
날 믿어라.
네 지휘관인, 나를 믿어.
··· ···.
믿을게요.
꼭, 되돌려주세요.
···그래. 꼭이다.
도로시가 권총을 집어던진다.
갑판 끝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몸을 던진다.
···기다리고 있어라, 도로시. 찾아갈 테니.
···예. 지휘관.
도로시의 모습이 사라진다.
··· ···.
도로시···.
으으아아아아--!!
쿵-!
엔더슨이 테이블을 내려친다.
아아! 젠장! 빌어먹을! 개같은 퀸 새X!!
진정해. 몸도 성치 않으면서 너무 흥분하지 마.
··· ···.
싫어.
쿵! 쿵! 와장창!
엔더슨이 날뛴다. 테이블이며, 의자며, 온갖 가구들이 나뒹군다.
버닝엄은 그런 엔더슨의 모습을 보며 놀람과 동시에 걱정을 느낀다.
잠시 후, 엔더슨의 소란이 멈춘다.
버닝엄은 자세를 잡는다.
엔더슨이 언제 쓰러지든 바로 잡을 수 있기 위함이다.
··· ···.
···뭐지.
버닝엄이 엔더슨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뭔가 이상하다.
이 이상한 느낌이 뭔지 알기 위해, 버닝엄은 엔더슨을 더욱 빤히 바라본다.
버닝엄은 이 이질감의 정체를 알아낸다.
호흡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어깨도 들썩이지 않고, 거친 호흡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버닝엄은 굳었다.
고요함만이 브리핑 룸에 가득하다.
터엉-!
강철 재질의 뭔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버닝엄은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소리가 들려온 바닥을 본다.
···!!
그곳에는 자신의 우상을 옭아메고 있던
저주스러운 기계 장치가 널브러져 있었다.
··· ···.
···엔더슨. 생명 유지 장치가··· 지금··· 떨어졌···.
···이제 필요 없다.
그런 느낌이 들어.
엔더슨이 뒤를 돈다.
버닝엄은 엔더슨을 바라보다,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버닝엄이 눈을 비빈다.
외형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얼굴과 서 있는 자세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생명력.
과거, 버닝엄의 우상이자 영웅이었던
전설의 지휘관이 버닝엄의 앞에 서 있었다.
···올라가자.
지상으로.
검은 공간을 비추는 빛.
마리안이 코어와 인자를 끌어안는다.
더욱 선명해지는 기억 속으로 의식을 맡긴다.
내 이름?
예. 언제까지나 당신이라고 부를 순 없으니까요.
어··· 글쎄.
다들 7호라고 부르던데.
그럼 7호씨라고 부르면 되나요? 이상한데요.
그건 좀 이상하긴 하다.
··· ···.
지휘관이 꿈이라고 했죠?
응.
약속했거든. 그 아이랑.
···그 아이··· 라면 누구요?
···음. 미안. 기억이 잘 안나.
그런데··· 엄청.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건 기억 나.
···그렇군요.
··· ···.
그럼, 지휘관이라고 부를게요.
아니. 그건 좀.
어제 갓 사관학교를 졸업했는데 지휘관이라고 부르면 민망해.
뭐 어때요. 우리 둘 뿐인데.
괜찮죠?
···그래. 그렇게 불러줘.
그럼, 너는 뭐라고 부르면 돼?
아, 저는
마리아-
···와아.
언니. 엄청 예뻐.
진짜 여왕 같아.
후후. 고마워요.
마리안이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본다.
그 눈에 담긴 광채가, 모든 것을 끌어안듯 빛난다.
지휘관.
이번에야말로.
제가 반드시 지켜드릴게요.
···잠깐. 다들 기다려.
레비. 갑자기 왜 그래?
···움직여.
궤도 엘리베이터가.
고개를 돌려 궤도 엘리베이터를 바라본다.
다크 매터로 뒤덮이다시피 한 궤도 엘리베이터가 꿈틀댄다.
···현실감이 망가지는 느낌이다. 저렇게 거대한 것이 액체처럼 움직이고 있다.
···저거, 뭐 하는 거야?
···서, 설마.
저 움직임. 틀림없어.
거대화야.
궤도 엘리베이터에서
검은 빛과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뜬다.
궤도 엘리베이터가 없다. 그 거대한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다.
대신 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한 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거대한
··· ···.
··· ···.
··· ···.
···까불고 있군.
···그래. 아주 까불고 있어.
저 말이죠. 살면서 이렇게까지 화난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마찬가지일세···!
···죽여주마.
반드시, 죽여주마!
퀸--!!
승리의 여신상이었다.
···움직인다.
승리의 여신상이 움직인다.
방향을 튼다.
그리고, 서서히 전진한다.
지축이 흔들리고, 공기가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다.
··· ···.
지휘관.
퀸은 지금
방주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