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31: 마수10 / 13
Chapter.31: 마수
언제나 하던 일
[SCENE START]
지익··· 지익···.
그레이브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끌었다.
하아···! 하아···!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던 그레이브는.
마치 왕좌의 모습을 한 수정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 ···.
···응?
오. 야 너 잘 왔다.
일단 이거 가져오긴 했는데, 여는 방법을 모르겠네?
베히모스는 관을 손바닥으로 탁탁 내려쳤다.
···건드리지, 마라.
이거 그냥 열면 안 된다며. 막 열면 대선배님이 죽는다며.
그럼 여는데 생체 인식 뭐 이런 걸 쓰나?
어쨌든, 와서 이거 좀 열어봐.
열고, 가.
그럼 살려줄게.
내놔, 라.
너 말이야. 언제까지 그러고 살 순 없잖아. 안 그래?
안쓰러워서 그래. 보고 있기가 안쓰러워서.
내가 이제 너 자유롭게 만들어줄게.
필요, 없다.
그 썩어빠진 몸뚱아리로 앞으로 뭘 얼마나 더 할 수 있겠어?
가서, 어디 경치 좋은 곳에서 여생을 보내라고.
이야기를 고쳐 쓴다는 둥,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에 인생 낭비하지 말고.
···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한다.
모두가, 알아야, 하니까.
다시, 써야, 한다.
하으. 답답해라.
뭘 어떻게 다시 쓸건데?
모두, 지우고, 다시.
쓴··· 다!
그레이브가 등을 벽에 기대고 상자를 들어 올린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탄환이 발사된다.
베히모스는 웃는다.
그러니까 그게 안된다고 멍청아.
캉-!
베히모스의 집게가 탄환을 쳐낸다.
베히모스는 천천히 그레이브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죽어, 라···!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캉-! 캉-! 캉-!
그레이브가 계속해서 탄환을 쏘아댔지만, 베히모스는 집게로 모든 탄환을 쳐낸다.
안돼 안돼.
무기 성능은 무지하게 좋은 거 같은데, 너 영 못 쓰네.
어차피 그것도 네 거 아니지?
···!
너는 결국, 남의 것을 맡아놓는 것 밖에 못하는 거야.
닥쳐, 라···!
아 귀찮아.
되게 움직이네.
카칵···! 카가각···!
그레이브의 발 밑에서 수정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날카롭게 벼려진 창과 같은 모습의 수정들은, 그레이브의 몸에 닿기 직전 멈췄다.
···!!
자, 움직이지 마.
까딱하면 그거 너 몸속에 들어간다.
대선배님도 아니고, 네가 그걸 막아낼 재량은 없을 것 아냐.
으아아아!!
그레이브가 상자를 크게 휘두른다.
파각! 파가각!
그레이브의 몸 주위에서 솟아오른 수정들이 부서지며 흩날린다.
퍼억-!
상자에 맞은 베히모스의 얼굴이 돌아갔다.
··· ···.
아 정말.
콰앙-!!
베히모스의 집게가 그레이브의 몸을 벽에 처박는다.
커흑!
아 이걸 어쩌지.
부탁을 해도 안 돼,
죽인다고 협박해도 안 돼,
두들겨 패도 안 돼.
너 어떻게 하면 입을 열거냐? 응?
큭···! 커헉···! 입···! 열지, 않는··· 다!
이거 골치 아프네.
침식이라도 걸어봐야하나.
아 근데 그건 머리가 망가져서 좀 별론데. 영 못 쓰게 돼버려서.
흐음··· 너 잠시만 그대로 있어봐. 생각 좀 하게.
···베히모스와 그레이브 확인.
사이가 좋아 보이진 않네.
선택지
응. 저 녀석이겠네. 이곳의 주인.
그리고 그 집게.
엄청 강해 보이는데요? 총알도 튕겨내고 라피도 기절시키고.
··· ···.
헉. 죄송.
선택지
선택지
선택지
선택지
지휘관!
선택지
선택지
예. 압니다. 아나키오르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죠.
최악의 경우 헬레틱이 둘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 지금 상황에서 승산은···!
선택지
··· ···.
선택지
···오케이.
···예.
답지 않게 의문을 제기하는군.
네 유일한 장점은 시키는 일만 하는 것 아니었나?
··· ···.
하나 더 있군.
불리할 땐 입을 다무는 거.
덕분에 언쟁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
으, 은화.
···가자.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