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37: 분투04 / 11
Chapter.37: 분투
괴멸적 수치
[SCENE START]
방주.
도로시의 임시 거처.
···그래서.
당신들의 말을 요약하자면.
아이··· 돌 은퇴를 위해 은퇴 공연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과거의 동료들을 모아야 하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제 채널을 연락 수단으로 쓰고 싶다, 이건가요?
응. 그렇지.
역시 도로시. 요약 참 잘하시네요.
···어디부터 지적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지만.
아이돌이었다고요? 당신들 모두?
저는 아니에요. 물론 아이돌만큼의 스타성은 가지고 있지만요.
아이돌이었던 건··· 나 혼자야.
그럼 저 뒤에 두 분은 뭐죠?
··· ···.
··· ···.
아··· 그···.
이번 일을 좀 도와주기로 한 애들이야.
아이리입니다. 감찰 부대 오버시어 소속이죠.
아비스타예요. 마찬가지로 감찰 부대 오버시어 소속이에요.
··· ···.
죄송하지만 제가 모르는 분과는 대화할 수 없어서요.
나가주시겠어요?
팬이에요.
??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무슨···.
방주에 랩쳐가 쳐들어왔을 때, 방주를 구해주셨잖아요.
천사처럼 나타나서, 헬레틱을 단숨에 쓰러뜨렸죠.
그때의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제 핸드폰 배경화면으로도 해놨어요.
아이리가 핸드폰을 내밀어 도로시에게 보여준다.
핸드폰 화면에는, 도로시가 방주에 나타났을 때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 ···.
여기 핸드폰 화면··· 은 좀 그러니까 뒷면에 사인 좀 해주세요.
···저는 사인이 없어요.
그럼 이름이라도···.
죄송합니다. 펜이 없어서요.
그럼 사진이라도···.
죄송합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럼 메모장 열 테니 도로시라고 자판이라도 쳐주시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제 핸드폰에 도로시 님의 손길이 닿은 것에 의미가 있죠.
···됐어요. 사양할게요.
아 한 번만요. 제발.
하아···.
도로시가 아이리의 핸드폰에 가상 키보드를 두드린다.
···됐나요?
감사합니다. 이 핸드폰은 이제 가보로 간직할게요.
···그러시던가요.
···얘기가 옆으로 한참 가버린 것 같은데.
그래서, 채널 좀 빌려주라.
하루만 쓸게. 딱 하루만.
제가 그 부탁을 왜 들어줘야 하죠?
친하잖아요 우리.
응응.
지상에서 몇 번 함께 지냈다고 해서 친하다고 착각하지 말아 주시죠.
에이~ 서로 두들겨 팬 사인데 친한 거지~
조금 더 친해지면 총이라도 겨누겠네요.
오. 우리 총도 겨눴으니 진짜 친한가 보다.
총도 맞았었잖아요. 이 정도면 거의 죽마고우 아닌가요?
··· ···.
아 좀 빌려주라~ 하루가 힘들면 반나절만 써도 된다고.
죄송합니다만 제 채널에서 중요한 방송을 하고 있어서요.
당신의 그런 개인적이고 하찮은 사유와는 저울질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요.
엇. 그러고 보니 도로시 무슨 방송하는데요?
그러게. 채널 받았다고는 알았는데, 뭐 하려고 그걸 받았대?
에덴을 광고하고 있어요.
에덴을 광고한다고요? 와 에덴 이제 오픈하나요?
그럴 리가요. 아직이지만요.
근데 그걸 왜 광고해?
나중을 위해서죠.
방주와 에덴은 더욱 가까워질 거예요. 협약을 맺게 될 테고, 저는 그 협약의 친선 대사가 될 테죠.
그때를 대비해 에덴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광고 중이에요.
··· ···.
야.
너 무슨 속셈이야.
말한 그대로예요. 다른 속셈이 있을 것 같나요?
당연히 그럴 것 같은데.
후후. 저는 의도를 숨길 필요가 없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저를 누가 막을 수 있죠?
우리.
라피도 없는 당신들이? 농담도.
열받네 이거.
그럴 거라 예상했어요.
으아아악--!! 너어무 열받는다아--!!
아아아악--!! 열받아--!!
아오우이야악--!!
끼이야아아악--!!
···?
어때요? 이렇게까지 화낼 줄은 예상 못했죠?
놀랐지? 의외지?
···하아.
이만 돌아가주세요. 피곤해졌어요.
어깨 마사지라도 해드릴까요?
됐어요.
타닥- 타다다닥-
키보드 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모두의 시선이 아비스타에게로 향한다.
아비스타는 안경을 밀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도로시의 채널 현황에 대해 조사를 좀 해봤어요.
···시청률 0.02%.
채널 관련된 게시물 2건.
아이디 싱싱상송. 노잼.
아이디 푸르딩 물음표 물음표.
··· ···.
마이너 한 채널의 경우 평균 시청률은 2%를 웃돌며.
관련 게시물의 수는 편성 당 평균 천여 개에요.
지금 상황으로 보면 도로시의 채널은.
채널을 돌리다가 실수로 잠깐 보게 되는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 ···.
···채널에서 뭐 틀어주는데?
단 하나예요. 등록된 제목은··· [지상낙원 에덴].
그것만 주구장창 틀어주는 거야?
예.
···한번 봐.
여기.
아비스타가 영상을 재생한다.
지상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푸른 풀과 나무, 깨끗한 하늘, 맑은 물이 흐른다.
도로시의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지상 최후의 낙원.
에덴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영상이 끝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된다.
··· ···.
··· ···.
··· ···.
뭔데 이게?
에덴의 광고 영상이죠.
에덴 안 보이는데?
중의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에요. 그리고 에덴의 위치를 노출할 순 없으니까요.
구려.
···예?
구리다고! 너무 구리잖아 이거!
당신이 이걸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짧은 영상에 얼마나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는 줄 아시나요?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말씀드렸듯, 당신이 이걸 알아줄 거라 기대하지 않
나뿐만 아니라 아무도 모르잖아!
··· ···.
시, 시청률 0.02%에 게시글 2개? 세, 세상에 나 그런 수치는 생전 처음 들어봐!
방주 인간들이 미디어를 얼마나 소비하는 줄 알면, 이게 얼마나 괴멸적인 수치인지 알 거다!
광고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안되잖아! 이슈 몰이가 안되니까 노출도 아예 안되는 거잖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예요.
이것보세요 도로시 아가씨! 모든 콘텐츠는 초반에 승부를 못 보면 끝이라고요!
얘는 이미 죽은 채널이라고요!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양질의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는 줄 아세요?
··· ···.
이, 이런 영상은 요즘 스크린 세이버로도 안 쓴다고오···.
아으, 누가 휴지 좀 줘! 이런 걸 영상이라고 만들다니 방주의 전기한테 미안해서 눈물이 다 나네!
··· ···.
··· ···.
이 채널. 우리가 시청률 올려놓을게.
2%대로 올려놓을 테니, 채널 하루만 빌려줘.
자극을 줘서 주목받는 건 제 방식이 아니에요.
너 평생 이거나 하고 있을래?
··· ···.
네가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래서는 평생 걸려도 안 돼.
뭔진 모르겠지만 어필하고 싶은 거 아냐? 그러니 방송이라는 수단을 택한 거고.
노출이 되어야 어필이 돼. 그러니 우리한테 맡겨.
네가 만든 저 우아~한 영상은 안 건들고 시청률 올릴 테니까, 거래하자고.
··· ···.
좋아요.
원본은 건들지 않는 걸로, 거래하죠.
좋아.
그래서, 무슨 수를 쓰실 생각이시죠?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채널 빌려줄 준비나 해놓으셔.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