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37: 분투09 / 11
Chapter.37: 분투
귓속말
[SCENE START]
며칠 후. 방주.
알고 계시나요?
지상에 남은 최후의 낙원에 대해.
배신하지 않고, 이용하지 않는 곳.
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할 수 있고, 그 한계가 없는 곳.
핍박도, 갈취도, 없는 곳.
무슨 일이 있어도 버리지 않는 곳.
지상 최후의 낙원.
에덴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도로시가 티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상이 끝난다.
··· ···.
··· ···.
··· ···.
역시 별로 맘에 안 드시죠?
원래 제가 하려고 했던 건 도로시가 이~따한 만 천사 날개를 펼치는 거였거든요.
깃털이 후두두 떨어지면서 꽃 피어나고 막 그런 거요.
그건 안 하는 게 좋았겠네요.
예? 진짜요?
···이럴 수가.
흠···.
제가 이런 말을 했던가요?
음성 합성했어.
효과음을 편집해서 도로시의 음성을 최대한 흉내 낸 거예요.
프리웨어 프로그램이라 잘 안 될 줄 알았는데, 걱정했던 것보단 잘 나왔네요.
그렇군요.
멘트는 누가 쓴 거죠?
···내가.
··· ···.
후후.
당신, 방주를 정말 싫어하는군요?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네.
이런 직설적인 건 제 타입이 아니지만.
맘에 드네요. 아주 좋아요.
채널은 내어 드리죠.
하루 동안 어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세요.
응? 시청률은···.
시청률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솔직히 놀랐거든요.
제 입에서 나온 것 같은 말이라서요.
저는 만족했으니, 당신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거죠.
하이고, 그것 참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리고 당신. 안경 쓴 분.
예?
예?
예?
···저한테 사인 요청하신 분이요.
아, 예. 전데요. 아이리입니다.
이리로.
아이리가 도로시에게 다가간다.
핸드폰 좀 주시겠어요? 액정이 특이해 보여서 좀 궁금하네요.
핸드폰은 제 개인 물품이라서 좀 그런데요.
후후. 제가 부탁하는 걸로 보이시나요?
··· ···.
아, 아이~ 핸드폰 같은 걸로 너무 공포 분위기 조성하시네요~
어쩔 수 없네요. 제거 빌려드릴게요.
아이리.
제 말 안 들리시나요?
··· ···.
아이리가 핸드폰을 도로시에게 건넨다.
···빨리 보고 돌려주세요. 중요한 연락이 올 거라서.
그럴게요.
도로시가 아이리의 핸드폰 액정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다.
지그시 누르듯 힘을 준다.
···어?
얼마만큼 대고 있으면 읽을 수 있나요? 제 정보.
!!
··· ···.
5분 정도요.
그렇군요.
5분 동안, 도로시를 제외한 모두에게 끔찍할 정도의 정적이 흐른다.
도로시는 아이리의 핸드폰에서 손을 거둬들인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요?
무슨 속셈이죠?
속셈이요?
후후.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제 의도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그쪽이 저를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 응해드렸어요.
도로시가 아이리를 향해 상체를 숙인다.
아이리의 귓가에서, 하지만 모두에게 들릴 정도의 크기로 말한다.
저에 대해 잘 알아보세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방주가 저를 어떻게 했는지.
··· ···.
쉽지 않겠지만, 힘내봐요.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죠.
후후. 그래요.
그럼 여러분, 죄송한데 다들 좀 나가주시겠어요?
좀 쉬고 싶네요.
아, 그··· 미안한데 스튜디오 좀 쓰면 안 될까?
편집부터 방송 등록까지 한큐에 해버리게. 여기 시설이 좋으니까···.
맘대로 해요.
엇, 그러고 보니 도로시. 냉장고에 먹을 거 많던데 좀 먹어도 되죠?
저는 에어컨 좀 켤게요.
차 한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하아···.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