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37: 분투05 / 11
Chapter.37: 분투
안경 연합
[SCENE START]
자, 그럼 시작해볼까?
혹시 영상 만들 줄 아는 사람?
···기세 좋게 말씀하시더니 결국 이런 패턴이군요.
일단 그 재미도 감동도 없는 영상만으로는 답도 안 나와.
채널 자체의 시청률을 올리려면 다른 영상으로 승부를 봐야 해.
예전에 이지스 스쿼드 홍보용으로 영상 만든 적 있잖아요 우리.
근데 그거 지휘관님이 만들었잖아. 우린 아이디어만 냈고.
그 선상 파티에서 튼 전설의 영상 말씀이시군요. 테러 때문에 묻혔지만 일부 사람들에겐 컬트적 인기를 끌고 있죠.
···그럴만하지, 응.
아무튼 우리 중에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거지?
그럼 일단 외주를 좀 맡겨볼 수밖에 없겠네. 어디 보자···.
제가 할 줄 알아요.
오?
와. 정말요?
예. 예전에 홍보용 영상을 여럿 만든 적이 있거든요.
어··· 엘리시온 홍보 영상 말이야? 그거 너무 좀 뭐랄까 철이랑 화약 냄새가 너무 나던데.
그건 아니에요. 엘리시온 홍보 영상은 마케팅 팀에서 만드는 거니까요.
···그럼 무슨 홍보 영상을···.
있어요 그런 게.
수상하기 짝이 없네.
하지만 저는 아이디어 쪽은 약해요.
예전에 만들었던 것도 있던 소스를 편집한 것뿐이니까요.
그렇다는 말은, 아이디어랑 소스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는 거지?
예.
방주의 아이디어 뱅크인 제가 있으니 아이디어는 문제없고.
세상에. 뻔뻔하기도 해라.
문제는 소스겠네요.
응. 그렇지.
···근데 우리 무슨 영상 만들지?
생각해 둔 게 있어요. 저는 방주의 아이디어 뱅크니까요.
··· ···.
아. 사진 안 찍어왔다.
무슨 사진?
도로시요.
···너 뭔 짓 하려고 그래.
이상한 거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 ···.
아이리.
예?
도로시의 지문을 몰래 딴 건 모른 척해 드릴 테니까, 도로시 사진 주세요.
음성도요.
··· ···.
필그림의 정보를 개인이 소지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알겠어요. 사진이랑 음성 드릴게요.
예. 나머지는 다 지워주세요.
···그러죠.
···뭔데. 무슨 얘긴데?
제가 말할까요?
제가 얘기할게요.
예. 도로시가 제 핸드폰을 만질 때 지문을 따놨어요.
사진도 몰래 여러 장 찍었고, 몰래 녹음도 했어요.
···세상에. 너 그런 종류의 팬이었어?
팬? 아니요.
그런 척한 거죠.
···무슨 속셈이야.
도로시는 니케죠. 방주의 기술이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음성과 지문을 채취해 과거 내역을 알아보려 했었어요.
사실 말이 지문이지 실제 지문은 아니에요. 탄도 감식 같은 거죠.
바디의 재질은 뭔지, 손상은 되어 있는지, 손상 패턴이 특정 지역이나 무장과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는 거예요.
제 핸드폰 액정엔 간이 분석 장치가 내장되어 있으니까요.
잠깐 만진 거라 자세한 건 알아보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었어요.
···왜?
타이밍 좋게 나타난 필그림이 방주를 구원하고, 채널까지 받아서 운용하고 있어요.
의심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 아닌가요?
과거를 조사해 보면 뭐라도 나올 거라 생각해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건 감찰 부대의 신조기도 하고요.
과거에 도로시가 무슨 일을 했었는지 알게 되면, 앞으로의 목적이 무엇인지 범위를 좁힐 수 있을 테니까요.
그걸 왜 감찰 부대가 하는 건데.
저희는 감찰 부대.
개인의 뒷조사는 우리가 제일 잘하니까요.
처음부터 이러려고 합류한 거야?
아뇨. 순전히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에요.
네온한테 들켰으니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지만.
후후. 비전 아이 네온은 속일 수 없습니다.
···다음부터 그러지 마.
··· ···.
저는 오히려 여러분이 더 의심스럽네요.
정체불명의 필그림과 하하호호 지내는 것도 그렇고.
저쪽이 무슨 목적인지도 모르는 마당에 순순히 협력하는 것도 수상하거든요.
뭐, 도로시가 방주를 작살내기라도 할까 봐?
그럴지도 모르죠.
그래줬으면 좋겠네.
···뭐라고요?
네온. 소스는 어때?
예. 이 정도면 가능할 것 같네요.
자, 그럼 아비스타.
예.
지금부터 아비스타는 제 손발이 되어 움직여줘야 해요.
저는 생각하고, 아비스타가 만드는 거예요!
알겠어요. 잘 부탁드려요.
예! 같은 안경 동지끼리, 잘해보죠!
오, 그러면 저도 합류할게요. 안경 동지니까요.
어서 와요, 안경 연합에!
···가만. 보니까 나 빼고 다 안경 쓰고 있잖아?
이제야 눈치채셨나요?
그럼 이만 나가주시죠. 안경 연합이 아닌 자, 이곳에 발붙일 수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나 도와주려고 모인 거잖아.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