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38: 탐식09 / 13
Chapter.38: 탐식
반짝반짝 : A
[SCENE START]
다음 날.
아니스. 템포가 좀 느려.
알겠어!
···지금은?
좋아. 이 정도면 되겠어.
···음.
계속 가자.
··· ···.
아 이 부분 맨날 실수했었는데.
괜찮아. 마음 편하게 가져.
읏··· 차···!
오.
조금 빠른데.
아냐. 이 정도면 크게 티도 안 날 거야.
···흠. 오케이. 마무리하자.
후우··· 마무리라니? 오늘 연습 끝?
아니. 안무 연습 여기까지 하자고.
으, 응? 벌써?
응. 잘하네 여전히.
이 정도면 공연은 무리 없겠어.
···그래?
응. 문제없어.
노래는?
내일 가볍게 한 번 맞추자.
요즘 툴이 좋아서 어지간한 건 실시간으로 다 잡아줘.
···그렇구나.
와. 이렇게 금방 되다니, 아니스 대단하네요.
민트. 스테이지 섭외는 끝났어?
응. 3일 뒤. 한 100석 정도 될 거야.
괜찮네.
··· ···.
민트는 어떻게 생각해?
뭘?
이대로 공연해도 될 것 같아?
나야 뭐 아니스랑 같이 공연하는 것만으로도 좋아.
그래?
프리카. 의상은?
이전에 입었던 것들 아직 있어.
다들 체형이··· 좀 바뀌긴 했는데 리폼 가능할 거야.
내가 회사 의상팀에 얘기해 놓을게. 가서 사이즈 재고 손보면 금방 할 수 있을 거야.
오케이.
난 안 해.
재밌었어.
··· ···.
··· ···.
예, 예? 갑자기 왜 그래요?
기분 나빠서 못 하겠어.
왜 기분이 나빠?
몰라서 물어?
모르겠는데.
대충 하잖아 너.
안무 타이밍이 조금만 늦어도 난리 치던 애가, 노래는 무조건 라이브라고 난리 치던 애가.
의상에 몸을 맞춰야 된다고 그렇게 난리 치던 애가.
이쯤이면 충분하다고?
뭐, 뭔데 이게. 미뤄놨던 귀찮은 일 쳐내는 것처럼.
싫으면 싫다고 해 그냥.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아니스. 그게 아니라
그럼.
우리가 네 은퇴 공연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와 드디어 우리가 다시 뭉치는구나 하면서 좋아했어야 해?
새 곡도 만들고, 새 의상도 맞추고, 큰 무대에서 공연했었어야 해?
그 정도까진 바라지도 않았어. 나도 양심이 있으니까.
에, 진짜요?
그렇다고,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대충 할 필요는 없잖아.
지 발로 탈퇴해 놓고, 팀 망쳐놓고, 이제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은퇴 공연 같이 해달라는 거.
이기적인 거 알아. 뻔뻔한 것도 알아.
그래도 한 번쯤은··· 다시···.
한 번쯤.
봐봐. 대충 하려고 하는 게 누군데.
넌 그냥 한 번만 하는 게 목적이잖아.
그래서 나도 그렇게 했어. 한 번만 하는 거.
···미뤄놨던 귀찮은 일 쳐내는 것처럼 군 게 누군데.
시켜서 하는 거잖아 너. 네가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 주제에 우리한테 열심히 하기를 바라는 건.
너무 이기적이야.
··· ···.
··· ···.
옛정 생각해서 같이 해주는 거잖아 우리가.
그러니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아.
대신 우리가 열심히 해줄 거란 기대는 하지 말고.
··· ···.
야.
너 방금 뭐라 그랬어.
해주는 거라고? 해줘?
그럼. 네가 해주는 거야?
우린 아쉬울 거 없는데.
프리카.
왜.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 ···.
··· ···. ··· ···.
···알았어. 그냥 하···.
스톱!!
??
여러분들! 진짜 너무하시네요!!
제 아이돌을 이렇게 푸대접하다니, 매니저로서 참을 수 없어요!!
우리 아니스가 어디 가서 구걸하고 다닐 정도로 형편없지 않거든요?
해 준다니! 반대겠죠! 아니스가 그쪽이랑 해주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지금의 아니스는 가진 게 없어. 우리가 아쉬울 게 없다고.
아니요! 있는데요!
곡이랑 의상이랑 무대 다 있거든요!
다 준비해서 올 테니까!
두 분 다 연습이나 실컷 해놔요! 나중에 아니스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 ···.
··· ···.
며칠 뒤에 있는 그 공연에 아니스는 안 나가요!
그렇게 형편없고 급조된 공연에 톱 아이돌이 나갈 순 없거든요! 이미지 깎이거든요!
우리가 준비해올 테니까, 그 때 끼워달라고 빌 준비나 하세요!
···뭐.
맘대로 해봐.
가요! 아니스!
···어?
빨리요!
아, 응.
네온과 아니스는 연습실을 뛰듯이 빠져나갔다.
··· ···.
··· ···.
티 너무 났어?
글쎄.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모르겠는데.
네온이 화내고 아니스가 주눅 든 거 보니 티 안 난 것 같기도 하고.
··· ···.
잘하네. 우리 프리카.
자극하자고 한 건 너잖아.
후후. 그렇지.
아이돌은 아니지만, 아니스는 지금 떠오르는 별이야.
노래든, 옷이든, 무대든. 우리보다 더 그럴듯한 것들을 준비할 수 있을 거야.
인맥이라는 건 그렇게 엮이고 엮이는 거니까.
반면에 지금 우린 인기 없고 돈 없는 오래된 전 아이돌일 뿐이야.
아무도 곡을 써주지 않을 테고, 새로운 의상, 넓은 무대를 준비해주지 않을 테니까.
갑자기 현실적인 얘기를 하네.
꿈꾸는 사람만 가득하니, 현실적인 얘기를 해 줄 사람도 있어야지.
···나는 솔직히 좀 마음에 안 들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어.
어떤 점이?
아니스를 이용하는 것 같아서.
어머. 그럼 그냥 아니스한테 말하면 돼.
우리 너무 어려워서 그럴듯한 거 준비 못 하니, 네가 좀 도와달라고.
··· ···.
그건 내가 싫어.
거봐.
그러니까 아니스가 우리를 깔아뭉개는 그림이 가장 좋아.
아니스는 우릴 상대로 우쭐댈 수 있어서 좋고.
우린 아니스 덕을 봐서 좋고.
틀렸어.
뭐가?
아니스랑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은 거야. 새 노래, 새 옷, 넓은 무대에서.
··· ···.
응. 그렇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