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30: 보물03 / 18
Chapter.30: 보물
식스오
[SCENE START]
우리는 흥분한 프레자일과 리버린을 진정시킨 후,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처음에 말씀드렸죠?
택배 업무가 너무 없어져서 높으신 분들 전용의 사적이고 드라마틱한 택배 일을 한다는 거.
···그게 너무 싫어서.
조금만. 조금만 하고 끝내자며 위험한 일에 손을 댄 적이 있었어요.
··· ···.
아··· 하하. 대충 짐작이 가시죠? 어떤 위험한 일을 했는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물건을 비밀리에 어디론가 배달하는 일들을 했었어요.
무슨 물건들인지는 몰랐어요. 알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운반하는 곳이 고위층의 비밀 창고. 아우터 림. 받는 사람 없는 으슥한 장소의 어딘가였죠.
흔히 말하는 뒷세계의 [운반책]이 된 거예요.
쉬운··· 일이었어요.
저는 방주의 곳곳을 다 알고 있고, 능력도 괜찮았으니까.
많이 벌었어요.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겨 괴로웠던 것. 남들 비위를 맞춰주며 내려갔던 자존감.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죠.
··· ···.
그래서 그만두지 못했어요.
더 위험한 물건을 옮기고, 더 많은 돈을 벌었죠.
그렇게 계속 일 했어요. 계속, 계속, 계속.
집이 넓어지고, 입고 있는 옷이 고급 브랜드로 바뀌고, 음식의 질이 올라가고,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졌어요.
너무··· 좋았어요.
계속 그렇게 일을 하다가···.
일이, 일이 좀 많이 잘못되어서.
소중한 사람이··· 죽었어요.
··· ···.
그 뒤로 손을 씻고 원래의 일로 돌아왔어요.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죠.
만약, 만약 이 일에 다시 손을 댄다면.
그땐 같이 죽기로 약속했죠.
선택지
저는··· 몰랐어요.
그저 리버린의 일이 잘 되고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죠.
···그렇다고 해서 같이 죽다니, 너무 과격한 것 아냐?
···일이 잘못되어서 죽은 사람이···.
제 동생이거든요.
···!!
··· ···.
리버린의 잘못으로 죽은 건 아니죠. 하지만 동생은 죽었어요. 일에 잘못 휘말려서요.
잘못은 그 일이 한 거니까···. 만약 다시 한번 더 그 일을 하게 된다면.
그건 리버린의 의지일 테고, 그럼 저는 리버린을 원망해야죠.
혼자 보내기엔 외로울 테니··· 그땐 저도 같이···.
선택지
아, 알고 계시는군요. 식스오를.
선택지
···사실 잊을 수 없다. 미스트로 인한 참상은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그리고, 목단의 일도.
···지금 이야기가 돌아가는 그림이, 너 여기 식스오가 시켜서 온 거지?
핸드폰만 계속 만지작거리던 것도 그 이유겠고.
···맞아··· 요.
[그 누구도 손에 넣지 못한 것]을 가져오라고 했어요.
새로운 곳을 탐색하는 일이니···. 그런 게 있을 법 하니까요.
···그래서 언노운의 사진을···.
···수정은 못 가져가니까요.
미안해요 여러분. 민폐를 끼쳤네요.
··· ···.
손을 씻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시 엮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프레자일에게만은 비밀로 해달라고 했는데··· 또 이렇게···.
··· ···.
식스오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 일까지 당했는데, 네가 다시 같이 일을 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보기 좋게 내 기대를 배신했네.
돈을 다시 벌고 싶어 진 거야?
그건··· 아냐···.
그럼?
··· ···.
운반책을 했던 사실을··· 잉그리드 님께 얘기한다고 했어.
···그러면 기억 소거를 당할 테니까. 어쩌면 폐기당할지도 모르고···.
··· ···.
엮인 거야 리버린.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계속 그걸 물고 늘어질 거야.
···얘기 중에 미안한데.
그냥 안 하면 되는 거 아냐?
하기 싫다고, 이제 네 말 안 듣는다고 하면 되잖아.
···잉그리드한테도 솔직히 말하고, 도움을 구하면 되잖아.
하··· 하하.
그래요. 그러면 되죠.
그런데 이, 이상하죠? 그, 그러면 되는데···.
지, 진짜 그렇게만 하면 되는데···.
죄지은 만큼 죗값을 받고, 처, 처음부터 다, 다시 시작하면 되는데.
아, 아무것도 잃기 싫거든요.
하하. 지, 진짜 이상하네요. 제가, 제가 말했는데도 너무 이상해요.
조금만 잘 풀리면, 다시 원래대로 돌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안 될 걸 알면서도···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고요.
··· ···.
내가 가서 얘기할게.
···예?
내가 가서 얘기한다고. 그러면 되잖아.
잘못되어 가고 있는 걸 알고 있는데 결정을 못 내리겠으면.
주위의 사람이 도와주면 되니까.
절대 그러지 말아요!!
···!!
식스오가 눈치챌 거예요.
절대··· 엮이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그냥 협박이나 일삼는 머저리 같은 녀석이잖아.
무서울게 뭐가 있어? 그런 놈들은 강하게 나가는 사람한테는 꼼짝 못 한다고.
식스오가··· 식스오가 어떤 존재인지 넘겨짚지 말아요.
식스오는 블랙넷의 마스터예요.
블랙넷은 방주 입장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암 덩어리 같은 거예요.
온갖 물품들이 블랙넷을 통해 거래돼요. 무기, 약은 물론 수많은 것들이.
이그조틱 분들이 방주에 구멍을 낸 폭탄도, 블랙넷에서 구했을 정도라고요.
돈만 있으면 그런 위험한 걸 살 수 있을 정도의 블랙넷을, 지금까지 없애지 않은 이유가 뭐겠어요?
높으신 분들과 유착 관계가 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 때문이에요.
없앨 수 없어서에요.
···?
식스오의 정체는 아무도 몰라요.
인간인지, 니케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몇인지.
그 누구도 본 적 없고, 목소리조차 들은 적 없어요.
넷 상에서만 존재하는 유령 같은 존재라고요.
그럼에도 원한다면 뭐든 걸 알아낼 수 있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요.
운반책을 하면 싫어도 뒷세계의 많은 정보들이 들어와요.
하지만 그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식스오에 대한 정보만큼은.
뜬소문조차도 없어요.
블랙넷의 서버를 해킹한다? 바로 복구해요.
물리적으로 서버를 부순다?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마스터를 잡는다? 이름 한 글자조차도 알아낼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블랙넷은 없앨 수 없는, 방주의 검은 [무언가]가 되었다고요.
그냥 겁쟁이에 비겁한 녀석일 뿐이잖아.
예. 그럴지도요.
하지만 힘이 있어요.
보이지 않지만··· 강대한.
전혀 공감이 안되는데.
음··· 나도 얘기만 들어서는 어째 영.
예. 그러니 여러분은 이제 잊어주세요.
괜히 저희한테 말려들지 마시고요.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데?
···필그림의 사진이라도 주면, 어떻게든 되겠지.
선택지
···예?
선택지
무, 무슨 말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리버린에게 언노운과 있었던 일을 짧게 공유했다.
···그, 그래서.
언제 다시 볼지도, 아직 아군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언노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저, 저를 버린다는 얘기인가요?
선택지
··· ···.
알겠어요. 사진 지울게요.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여기서 얻게 되는 것 중, 가장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는 걸 저에게 주실 수 있나요?
그러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택지
···하아.
리버린은 핸드폰을 조작했다.
다 지웠어요. 확인하실래요?
선택지
··· ···.
이제 어떡하지···.
선택지
에구구··· 거짓말하지 마세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우리.
선택지
··· ···.
선택지
···고마워요. 지휘관님.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