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2: 유일04 / 17
Chapter.42: 유일
나의 등불
[SCENE START]
선택지
히어로에게 맡겨라!
전력으로 갈게.
그만둬. 지금은 외피가 너무 단단해서 너희 공격이 먹혀들지 않아.
내가 도와줄게.
허공이 일렁이고 대량의 물이 쏟아져 발악하며 괴성을 지르고 있는 글러트니의 입안으로 들어간다.
콰과과과과---
글러트니의 입 기관이 점점 부풀어 오른다. 물을 가득 머금은 볼 같은 모습이다.
당연하겠지만 글러트니의 뱃속도 무한하지 않아.
그렇기에 나름대로는 가려 받지.
글러트니의 뱃속에 있는 것 중 가장 많은 것은 물.
더 이상의 물은 필요 없기에 식도를 닫은 거야.
봐서 알겠지만, 글러트니의 외피는 신축성이 좋아.
자, 봐. 물을 가득 머금어 외피가 팽창되었고, 얇아졌어.
간단하게 얘기해라.
··· ···.
지금이라면 자를 수 있어.
신데렐라! 오른쪽 중간이다!
유리구두. 풀 컨텍트.
잘라내라.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의 빛이 한 점으로 모여든다.
수십, 수백 갈래의 빛이 하나의 줄기로 합쳐져, 극도로 예리하게 벼려낸 검이 된다.
스칵-!
큰 소음도 없이, 글러트니가 두 동강 난다.
떨어져나온 윗부분이 날뛴다.
베히모스가 그것을 집게로 붙잡아 라피에게로 던진다.
라피가 드릴을 전개, 글러트니의 중심을 꿰뚫었고
흩날리는 파편은 라플라스의 빛에 의해 소멸했다.
지면에 남아있던 글러트니 남은 부위는, 빠르게 굳은 후 바스러졌다.
입 기관을 잘라낸 모양이네. 잡았다는 얘기야.
대, 대단하다···! 저 글러트니를 이렇게 쉽게···!
레비!
레비아탄은 리틀 머메이드의 물거품 안에 있었다.
선택지
리틀 머메이드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딘다.
물거품이 바닥에 부드럽게 착지한다.
리틀 머메이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물거품 안으로 들어간다.
레비아탄과 리틀 머메이드는, 물거품 속에서 서로를 마주 본다.
[레비.]
세이렌.
[레비의 삶은 반짝이고 있어?]
[그 어두운 동굴을 벗어났어?]
나··· 는···.
[그랬으면 좋겠어.]
[레비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친구니까.]
나··· 는··· 세이렌.
도망쳤어.
내가 도망치면 네가 죽는다는 걸 알고서도, 도망갔어.
무서워서, 살고 싶어서.
나한테 모든 걸 다 줬던 너를 버리고 도망갔어.
배신했어.
나는 배신자야.
나는 더러운 배신자야.
그렇게 태어난 거야.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거야.
[레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
나는! 더러운 배신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걸 버리고! 도망갔다고!
나 같은 반푼이는 결국! 그렇게 살 수밖에 없
[나는 살아있어.]
!!
리틀 머메이드가 물거품 속을 헤엄쳐, 레비아탄의 손을 부드럽게 맞잡았다.
[느껴져?]
··· ···.
따뜻··· 해···.
[응. 나는 살아있으니까.]
[그러니 레비는 배신한 게 아니야.]
[그러니 레비는 배신자가 아니야.]
[레비는 단 한 번도 나를 배신한 적 없어.]
··· ···.
나··· 있잖아. 세이렌.
너무 형편없이 살았어.
나는 배신자니까, 배신자여야 하니까, 세이렌을 찾으러 다니지 않았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응, 응. 그런데도 세이렌이랑 함께 지냈던 그때가 너무 그리워서.
어두운 동굴에서, 흐린 해변에서 지냈던 그때가 너무 그리워서.
동료를 만들고 인연을 만들려고 했어.
가족을 만들려고 했어.
세이렌은 나한테 모든 걸 줬는데, 나는 나만 생각했어.
세이렌이 준 힘을 선하게 사용하지 않았어.
나만을 위해 사용했어.
나와 대화하고 싶다는 녀석들을 만났어.
좋은 녀석들인 거 아는데, 진짜 착한 녀석들인 거 아는데.
같이 있고 싶었는데 그러지 않았어.
나는 배신자여야 하니까 또 배신했어. 선의를 이용했어.
나의 삶은 빛나지 않았어.
나는 아직까지, 앞으로도
검은 물을 뒤집어쓴 채, 어두운 동굴 안에서 몸을 웅크린
반푼이야.
[레비. 뒤를 봐.]
레비아탄은 뒤를 천천히 돌아본다.
지즈와 베히모스가 레비아탄을 바라보고 있다.
베히모스··· 지즈···.
[너의 삶은 빛나고 있어, 레비.]
[레비는 반푼이 같은 게 아니야.]
[저렇게나 너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잖아?]
[제대로 살았어. 제대로 산 거야, 레비.]
[그러니 이제 그만.]
[너를 용서해 줘.]
---!!
리틀 머메이드가 레비아탄을 끌어안았다.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뻐.]
[나의 소중한 친구.]
아··· 으으···! 으아아···!
미안···!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세이렌!
잘못했어! 내가, 내가 잘못했어!
보고, 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
나한테···! 나한테 삶을 알려준···! 내 가장 소중한···!
어두운 곳을 밝혀··· 준···!
등··· 불···!
어, 어으, 으아아···!
[레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괜찮아···! 다 괜찮아 레비···!]
··· ···!!
툭-
리틀 머메이드가 레비아탄을 강하게 밀어낸다.
밀려난 레비아탄은 엉덩방아를 찧는다.
고개를 들어 올려 리틀 머메이드를 바라본다.
리틀 머메이드는 레비아탄을 보고 웃었다.
콰-직-!
거대한 입이 리틀 머메이드를 삼켰다.
아.
시끄러워.
다들 뭘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거야. 시끄럽다고.
지금 세이렌이 글러트니한테 먹혔잖아. 그러니까 조용히 해.
세이렌은 살아있었잖아. 내 손을 잡아주고, 나를 안아줬잖아.
글러트니, 글러트니, 글러트니.
무서운 큰 입, 무서운 큰 입, 무서운 큰 입.
큰 입. 모든 걸 집어삼키는 무서운 큰 입.
나무도 삼키고, 건물도 삼키고, 땅마저 삼키는 무서운 큰 입.
세이렌을 삼킨 무서운 큰 입.
··· ···.
레비! 물러서! 먹힌다!
세이렌! 세이렌!!
지면에서 갑자기 솟아오르다니···!
쩌-억-
글러트니의 입이 다시 한번 열린다.
레비아탄은 글러트니의 입안을 본다.
아무것도 없다. 어둠뿐이다.
삼켰구나. 삼켰구나. 삼켰구나.
세이렌을 삼켰구나.
세이렌을 또다시 어두운 곳으로 밀어 넣었구나.
네가 또 삼켰구나. 세이렌을.
내 친구를. 내 등불을.
진흙탕을 구르던 나를 꺼내준 친구를.
···놔.
내놔···!
세이렌을···!
내··· 놔아아아아---!!
레비아탄의 몸에서
검은빛이 터져 나왔다.
허억···!
거대··· 화!
이··· 이이익···!!
레비아탄의 양 팔이 글러트니의 입을 붙잡는다.
그대로, 입을 찢어버릴 기세로 벌린다.
뱉어! 뱉어!
뱉으라···! 고오오오--!!
빠득, 빠드드득···!
툭··· 투툭···!
아아아아--!!
콰드드드득-!!
글러트니의 윗턱이 뜯겨나가 날아간다.
레비아탄은 바닥에 붙어있는 글러트니의 아래턱으로 손을 쑤셔 넣는다.
세이렌···! 세이렌···!
어디, 어디 있어어···!
···!!
레비아탄이 손을 빼낸다.
약하게 쥐어진 주먹을 눈앞에 두고, 천천히 편다.
리틀 머메이드는 레비아탄의 손바닥에 앉은 채
거대화한 레비아탄을 바라보았다.
세이··· 렌···.
[···예쁜 눈이네, 레비.]
···응.
레비아탄이 리틀 머메이드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는다.
쿠구구구···!
지면이 들썩이며 셋의 입이 솟아올랐다.
건물들을 집어삼키며, 레비아탄에게로 다가온다.
크··· 크다···!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저것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올게.
베히모스. 지즈.
미안해. 도와줘.
저게 다시는 내 소중한 것들을 집어삼킬 수 없게.
··· ···.
··· ···.
가자!
응!
검은빛들이 터져 나왔다.
검은 살갗을 두른 셋의 마수가.
백색의 도시를 달린다.
···아름다워.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