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2: 유일13 / 17
Chapter.42: 유일
방주의 별은 언제나
[SCENE START]
아 나는 퍼펙트 바 같은 거 안 먹는다고!
햄버거나 핫도그 가져와!
···그런 게 지금 상황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몰라! 가져오라고! 어디 니케가 꼬박꼬박 말대꾸야!
중앙 정부에서 사람 온다더니 그건 어떻게 됐는데! 어?
우릴 언제까지 이런 지저분한 곳에 처박아놓을 거냐고!
···저건 또 왜 저래?
몰라. 아까부터 계속 저러네.
올 때부터 계속 저랬어.
엉망이구만 진짜.
다들! 갑시다!
무슨 속셈으로 여기 우리 처박아놨는지 모르겠는데, 이러다가 어디 끌려가서 무슨 짓 당할지 누가 알고!
야! 너희들!
···?
무슨 속셈이야! 너희들 뭐 사람 고기도 먹고 그런다며!
우릴 어떻게 할 건데? 엉?
···쟤 뭐래니?
내가 가서 조용하게 만들까?
관둬. 무시해.
무, 무시? 여러분들! 이것 보세요! 뭔가 캥기는 게 있으니까 입 다무는 거 아닙니까!
막말로,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르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쉬고 있던 이들이 웅성댄다.
하나둘씩 목소리를 낸다.
맞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되는거냐.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책임질 거냐.
니케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우릴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거냐.
이동 중에 다친 것 같은데, 피해보상은 저 니케들한테 청구하면 되는 거냐.
니케들이 무능해서 이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니냐.
등등의 불평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니스는 다시 혐오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저런 것들 때문에 목숨을 걸었단 말이지. 내가.
아니스. 이것 좀 도와줘.
뭔데?
격벽 안에 있던 이불인데 좀 털어야 할 것 같아.
춥다는 분이 계셔서. 아무래도 여기, 불빛이고 뭐고 없으니까.
민트의 옆에 놓인, 가득 쌓인 이불을 본다.
···아, 응.
우당탕탕-!
앗.
아잇 진짜! 야! 조심 안 해! 다칠 뻔했잖아!
아, 진짜 짜증 나네···! 중앙 정부는 오는 거야 마는 거야!
그 말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욕설. 거친 행동.
아니스는 그걸 빤히 쳐다보며, 민트와 이불을 털었다.
···민트.
응? 왜?
저런것들을 위해 춤추고 노래할 수 있어?
···아니스.
자기들밖에 모르고, 노력을 비웃기 바쁘고.
남의 실패를 즐거워하고, 남의 성공을 어떻게든 깎아내리려 하고.
이타심을 농담 취급하고 희생을 손가락질하고.
이런 놈들만 한가득이야. 방주는.
그런 걸 위해 춤추고 노래하고, 목숨을 걸.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 ···.
난 없다고 생각
잘 봐 아니스.
뭘.
보라니까?
뭘 보라는 거야. 저런 건 더 이상 보고 싶지가 않
왜 이렇게 못 봐? 진짜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잘 보라고. 응?
민트가 아니스의 머리를 잡고 억지로 돌린다.
프리카와 아비스타는 격벽에 있던 물자들을 열심히 나눠주고 있다.
누군가가 프리카에게 물 한 병을 건넨다.
중년의 남성은 손이 불편한 소녀의 얼굴을 물로 씻어준다.
소녀는 퍼펙트 바를 뜯는 방법을 부유해 보이는 여성에게 알려준다.
자신의 옷을 찢어, 발목에 감아주는 청년.
무릎의 찰과상에 물을 부어주는 중년 여성.
찢어진 머리를 소독해주는 아이.
음식을 떠먹여 주는 노인.
··· ···.
보이지?
···어.
괜찮지? 이 정도면?
그렇네.
진짜 나 더러운 것만 골라서 보는구나.
···어?
사람들을 돕고 있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웃으며, 가볍게 인사한다.
아니스는 얼떨결에 마주 인사한다.
읏··· 차···.
후우··· 이 정도면 보건 부서가 오기 전까진 문제없겠네요.
다들 많이 도와주셔서 수월했어요. 200명이나 넘는 사람들이니까.
아니스. 이거.
프리카가 아니스에게 사탕 하나를 던진다.
저 꼬맹이가 너한테 주래. 어깨에 업고 온다고 고생 많았다고.
그렇··· 구나.
···? 얘 왜 이래?
글쎄?
그··· 누가 시켜서 저러는 거 아니지?
··· ···.
아니스가 고생하는 걸 보고, 저분들이 도와주신다고 했어요.
고맙다고요.
···그래.
그렇구나.
되게··· 뭐랄까.
나, 나 이런 거 방주에서 처음 보는 거 같아.
···아니스.
연습실에서 아니스가 쓰러졌을 때 신고하고 계속 손발을 주물러주던 분.
탈진할 때까지 아니스를 병원까지 업고 가주셨던 분들.
병원에서 이해한다고 위로해 주던 간호사분.
거리에서 아니스에게 괜찮냐고 물어봐 주시던 분들.
그런 분들은 언제나 있었어요.
그··· 래. 그랬구나.
언제나 있었구나. 언제나 있었어.
아니스는 다시 그들을 바라본다.
트리키 보이와 그 일당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남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이들만 보인다.
그들만이 빛나 보인다.
··· ···.
···별이다.
있었구나··· 방주에.
방주에··· 별은 언제나 있었구나.
··· ···.
··· ···.
쿠구구구···.
···뭐야.
지진? 방주에?
군중들 속에서 동요하는 듯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삼삼오오 모여 핸드폰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잠시만요.
아비스타가 뛰어가 그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사색이 되어 돌아온다.
아, 아니스.
왜, 왜 그래?
이, 이거.
아비스타가 핸드폰을 보여준다.
어떤 채널에 접속 중이다.
···뭔데 이게.
바, 방주 테러 이후에 민간인들이 지상으로 촬영용 드론을 띄워서 그걸 생중계하는 채널이 많아졌는데요.
그, 그중에서 제일 유명한 채널이에요.
민간인이 지상을? 그게 돼?
대부분 불법이지만, 며, 몇 개는 중앙 정부 승인을 받았어요. 민심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랩쳐들이 한 번씩 보이긴 하지, 하지만 랩쳐에 대한 경각심도 높일 수 있다고 해서···.
···그런데 왜 그렇게 떨어? 왜 그래?
자, 잠시만요. 잠시만.
쿠구구구···.
···뭔 일이 난 건 확실한 모양이네.
아비스타의 화면에 영상이 재생된다.
우뚝 솟은 검은 탑이, 날개와 뿔을 달고 움직이고 있었다.
···랩··· 쳐? 아니, 다크 매터잖··· 뭐야 이거.
뭐, 뭐가 이렇게 커? 옆에 저거 건물 맞지?
그··· 이, 이게 지금.
방주 쪽으로 오고 있다고 해요.
··· ···.
쿠구구구···.
지금 속도라면 3시간 안에 도착할 거라고···.
···에닉.
예.
방주로 오고 있는 저거, 뭐야?
기밀입니다.
헬레틱이겠네. 다크 매터를 두르고 있는 걸로 봐선 포비스트 쪽인 거 같고.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도를 타고 인식 가능 영역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뭘 타?
파도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불명입니다.
영격에 나갈 병력은?
기밀입니다.
···알겠어. 고마워.
통신이 끊어진다.
··· ···.
괜찮아. 방주라면 문제없이 막아줄 수 있을 거야.
저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응.
도, 도로시도 있고 말이야.
아, 저. 별로 중요한 정보가 아닐 것 같아서 말씀 안 드렸는데.
도로시는 지금 방주에 없다고··· 아이리한테 연락이···.
··· ···.
앱솔루트랑 메티스는?
앱솔루트는 북부 재탐색에 투입되었고, 메티스는 특수별동대에 합류했어요.
이지스··· 는.
특수별동대에 합류했다가 복귀하는 중이라고 들었어요.
어··· 이거 큰일난 거 아냐?
그런··· 거 같은데요.
···진짜야?
그럼 어떻게 되는···.
쿠구구구···.
괜찮아. 저 정도라면 우리 지휘관님이랑 라피가···.
아니스는 갑자기 묘한 느낌이 들었다.
과거에 몇 번이나 경험했던 느낌.
누군가의 시선.
아니스는 빠르게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가 아니스를 바라보고 있다.
바라보며,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불안한 눈빛들. 하지만 그럼에도 빛나는 눈빛들.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
별들이 자신을 바라본다.
··· ···.
아니스가 앞으로 한걸음 내디딘다.
에닉. 방주로 갈 거야.
격벽을 열어줘.
테트라 라인 본사로 이동하십니까.
···어떻게 알았어?
저는 많은 걸 알고 있습니다.
정면의 격벽은 사용할 수 없으니, 해당 격벽을 제외하고 가장 가까운 격벽에서 테트라 라인까지의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다들! 다녀올게!
···어디 가는데?
··· ···.
공연 펑크 내면 가만 안 둬.
뭐, 뭔가 이상이 생기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아니스가 달려간다.
격벽 앞의 모든 이들은, 달려가는 아니스의 뒷모습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