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4: 행보11 / 19
Chapter.44: 행보
우상과 질투 사이
[SCENE START]
버닝엄의 사무실.
왜 이렇게 시간을 끄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광학미채는 물론, 온갖 신기술을 전부 넘겨줬어요.
그 신기술을 기반으로 생산한 무장과 장비의 수량도 충분하다고 들었고요.
그래. 현재 방주에 있는 모든 니케들을 모두 무장시키고도 남을 수량이지.
순조로운 정도가 아니야. 새삼 에덴의 기술이 대단하다는 걸 느끼는군.
그런데 왜 진행하지 않는 거죠?
3차 지상 탈환전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명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크지.
지상 탈환에 무슨 명분이 필요하다는 거죠?
당신들의 숙원이었던 것 아니었나요.
방주는 지금 안정적이야. 아쉬울 게 없는 상태지.
이런 상황에서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어.
테러가 일어난 모양이던데요.
···뭐, 곧 수습될 거다. 생각해 둔 방법도 있고.
방주 전체로 보면 큰 일은 아니라는 얘기야. 지상 탈환전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
그럼 당장 탈환전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장비와 물자를 준비한 이유는 뭐죠?
방주 내의 안정성을 더 올리기 위한 수단이라 해두지.
··· ···.
안정적인 상태라는 말은,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말과도 동일하겠죠.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서두르는군.
··· ···.
이상하게 서두르는 느낌이야. 지금까지 이런 느낌은 아니었거든.
지상에 한 번 갔다 왔다고 들었어. 뭘 하고 온 거지?
제가 당신한테 그런 것까지 보고해야 하나요?
뭘 보고 왔길래, 이렇게 3차 지상 탈환전을 서두르는 거지?
··· ···.
그 의미 불명의 방송도 그만둔 모양이더군.
···네 의도는 투명해. 너무 잘 보이지.
3차 지상 탈환전을 개시한 후, 네가 그 선봉에 서서 활약.
방주는 지상 탈환전 중 니케를 압박하겠지. 더욱 많은 랩쳐를 잡으라고 부추길 테고, 무리를 시키겠지.
목숨 같은 건, 단순한 숫자로밖에 여기지 않겠지.
3차야말로 실패하면 안 되니까.
그때, 네가 나선다.
··· ···.
너는 지상 탈환전 중에 수많은 공적을 세울 거야.
압도적인 힘, 고유의 카리스마로 대중은 물론 니케들마저 사로잡을 거야.
그것을 이용해, 핍박받는 니케들 앞에 네가 나타나
지상 낙원 에덴으로 니케들을 인도한다.
버닝엄이 리모콘을 누른다. 모니터에서 영상이 재생된다.
알고 계시나요?
지상에 남은 최후의 낙원에 대해.
배신하지 않고, 이용하지 않는 곳.
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할 수 있고, 그 한계가 없는 곳.
핍박도, 갈취도, 없는 곳.
무슨 일이 있어도 버리지 않는 곳.
지상 최후의 낙원.
에덴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버닝엄이 영상을 끈다.
에덴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라.
··· ···.
그래. 너는···.
방주를 빼앗고 싶은 거로군.
··· ···.
3차 지상 탈환전 동안 피폐해진 니케들을, 니케들의 낙원인 에덴으로 인도하고.
텅 빈 방주는 내버려둔 채, 에덴을 새로운 방주로 만든다.
이게 네 계획이겠군.
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뭐 그렇지. 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 상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어.
조금 더 상상해 보지.
에덴을 광고하는 방송을 중지했다는 얘기는.
에덴을 새로운 방주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무산되었다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겠지.
네가 지상에서 [어떤 일]을 겪고 난 뒤에 말이야.
···흠.
에덴에 무슨 일이 생긴 거겠군.
그럴 리가요.
상상해 볼 수 있는 건 에덴이 파괴되었거나,
네가 에덴의 구성원에서 제외되었거나.
최악의 경우, 두 가지 모두일 수도 있겠군.
박수라도 쳐드릴까요? 그 정도까지 상상력을 발휘하실 줄은 몰랐네요.
뭐, 박수를 친다면 말리진 않겠어.
그 와중에 3차 지상 탈환전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상상해 봐야겠지만
아무것도 안 남은 네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아쉬운 대로 방주의 영웅이라도 되자는 심산이라면.
나는 여러 가지 의미로 너에게 실망하겠지.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그래. 그저 내 단순한 상상으로 끝나길 바라지.
어쨌든, 네가 그렇게 지상 탈환전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다면.
방주 입장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겠어.
좀 더 기술이 무르익고 난 뒤에 진행해도 늦지 않아.
그런 식으로 준비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텐데요.
당신의 수명도 무한하지는 않을 테고요.
내가 죽고 난 뒤라도 상관없어. 어차피 뒤를 이어줄 이는 많아.
내 대에서 큰 업적을 세우고 싶어 방주의 운명을 건 도박을 한다는 건 넌센스야.
··· ···.
나는 물론 방주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3차 지상 탈환전을 서두를 수 있는 이유가 없다면.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지. 밖에서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야.
···그러죠.
선택지
선택지
지잉-
부사령관실의 문이 열린다.
···도로시가 나온다.
···!!
선택지
도로시는 나를 잠시동안 쳐다본 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갔다.
열린 문 너머, 버닝엄 부사령관의 모습이 보인다.
드, 들어와.
선택지
아, 앉지.
선택지
자리에 앉는다.
버닝엄 부사령관이 맞은편에 앉는다.
··· ···.
선택지
···버닝엄 부사령관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부담스러워 눈을 피할까 생각했지만, 그대로 마주 본다.
눈을 살짝 돌린 버닝엄 부사령관이 입을 연다.
기, 길게 얘기 할 것까진 없을 것 같으니 빠, 빠르게···.
··· ···.
··· ···. ··· ···.
···바보 같은 연기는 그만두지.
편하게 얘기할게.
선택지
길게 얘기할 것까진 없으니 빠르게 얘기하지.
엔더슨을 통해 이야기는 전해 들었어.
그래. 니케 제작 기술을 원한다고?
선택지
어디에 쓸 생각이지?
선택지
선택지
··· ···.
에덴에.
자네, 반역자가 되고 싶은 건가?
선택지
그럼 왜 굳이 방주에 협조적이지 않은 에덴에게 방주의 기술을.
그것도 극비 중의 극비인 니케 제작 기술을 넘기려 하는 건가.
선택지
··· ···.
압도적인 힘을 가진 뭔가가 에덴을 습격했고.
에덴의 니케 중 일부, 혹은 대부분이 뇌만 살아있는 상태겠군.
그 에덴이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면
···상대는 퀸.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일 가능성이 높겠군.
선택지
좋아. 니케 제작 기술을 넘겨주지.
선택지
단, 조건이 있어.
최근 방주에 일어난 E2 크리스탈을 사용한 테러의 주모자.
식스오를 처리해 줘.
그렇다면 니케 제작 기술을 넘겨주지.
선택지
음. 자네, 말을 좀 아끼는 게 좋겠어.
방금 그 발언으로 내가 니케 제작 기술을 넘겨줄 이유가 없어졌으니까.
조건을 교환하는 와중에, 자네가 내밀 수 있는 패를 자네 손으로 치워버리면 어쩌자는 거지.
선택지
그냥 단순한 충고야. 다음부터는 조심하는 게 좋겠지.
거래 내용에는 변함없으니, 잘 진행해 줘.
선택지
··· ···.
따로 나한테 할 말은 없나?
선택지
선택지
말을 한 것과 다르지 않군.
그래. 나를 원망하나?
자네의 소중한 동료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험대 위에 올리려 했던 나를.
선택지
그렇군.
선택지
선택지
누가 봐도 티가 날 정도로 헬레틱 모더니아를 지상으로 빼돌렸을 때
왜 내가 추적을 명령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나?
선택지
아니야.
자네가 어디까지 해낼지 개인적인 궁금증이 생겨서였어.
이렇게 제멋대로인 지휘관을, 제어하지 않고 그냥 두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가 궁금했다고 해두지.
다행히 자네는 그 이후로 맹활약을 했어. 나는 내 판단을 다시 한번 신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나는 자네를 신용해.
선택지
아들의 일도 있고···.
그리고···.
··· ···.
버닝엄 부사령관의 표정에 갑자기 지친 기색이 드러났다.
··· ···. ··· ···.
나는···.
나는 지휘관이 되고 싶었어.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지.
니케들과 함께 지상에서 활약하며, 방주와 인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싶었어.
하지만 아버지는 너무 대단한 분이었고, 조부님은 더더욱 대단한 분이었어.
그 핏줄을 이은 나는, 지상에 올라갈 수 없었어.
대단한 가문에서 태어난 유일한 아이였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는 지휘관을 포기했다.
중앙 정부의 요직에 앉아 손짓과 턱짓만으로 사람을 부렸지.
뭐, 제법 잘 해냈다고 생각해. 부사령관 자리에까지 올랐으니까.
하지만···.
나를 빤히 바라본다.
이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를 봤을 때와 똑같은 눈빛이다.
나는 계속 지휘관이 되고 싶었어.
자네와 같은, 지휘관이.
지켜보고 있으면, 뭐든 해결해 줄 것만 같은. 이상적인 지휘관이.
··· ···.
그러고 싶었다.
자네는 내 우상이자 질투의 대상이야.
그래서 믿고, 지켜보고 싶은 거야.
어디 끝까지 한번 해봐라.
내 우상으로 계속 남도록, 계속 활약해라.
어디 끝까지 한번 해봐라.
네가 무너지는 것을 내가 꼭 보고 말 거다.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선택지
음. 별소리를 다 하는군.
자네와 이렇게 얘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고대하고 있다 보니,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게 돼.
화제를 돌리지.
파피용은 잘 지내고 있던가?
선택지
선택지
선택지
흠.
그럼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이 말을 전해줘.
사직서를 제출하러 오라고.
자기 목숨의 주인을 자기라고 생각하는 스파이는 필요 없으니.
선택지
그리고 또···.
···음. 안 되겠군. 이러다가 밤을 새우겠어.
이만 일어나지.
어리둥절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가기 전에.
이 서류에 서명하고 가도록.
선택지
아니. 자네에게 신세 진 아들놈이 자네 서명을 받고 싶다고 하더군.
선택지
뭐, 그렇게도 부르지.
그리고 여기에도 서명하고 가도록.
선택지
내 개인 소장용이야.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