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4: 행보13 / 19
Chapter.44: 행보
힘의 논리
[SCENE START]
쿠당탕탕--!!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창고 안으로 굴러 들어간다.
아··· 우욱···!
엄살 피우지 마. 그냥 발로 밀었을 뿐인데 뭘 그렇게 아구구 거리고 있어?
복부를 정확하게 걷어찼습니다만.
그래서 내가 배에 힘 꽉 주라고 얘기했잖아. 그러니 이건 저게 잘못한 거야.
욱··· 웨엑···!
아 정말 가지가지 한다. 이거 좀이따 네가 다 치워라, 응?
그나저나 라이온도 조직 관리 좀 해야겠는걸. 이렇게 보안이 허술해서야.
로산나. 여길.
사쿠라가 창고 안에 쌓여있는 포대 앞에 선다.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포대를 자르자, 내용물이 쏟아져나왔다.
찾았습니다.
미스트로군요.
확실해?
색과 질감으로 봐선 확실합니다.
많기도 하네.
여길 중심으로 여기저기로 퍼다 나르는 거지?
으··· 아윽···.
야. 지금 너한테 물어보고 있잖아.
!!
저, 저는 몰라··· 요···!
아핫. 예의 바른 거 좀 봐. 진짜 웃긴다.
그런데 한 번 털린 애를 다시 또 쓰는걸 보니, 라이온도 인재가 없나 보네.
바이··· 퍼···!
너 이 자식 어떻게 여길···!
어머. 언더월드 퀸의 로산나 님이 질문했는데 무시하는 거야?
그러게. 나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지려 하네?
히이···!
저는 진짜 모릅니다! 그냥 여기서 미스트 관리만 하고 있을 뿐이에요!
누, 누가 찾아와서 달라고 하면 주고! 누가 미스트 가져다주면 여, 여기 쌓아놓는 게 전부입니다!
흐음··· 그렇다면 허브로 쓰이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를 알 방법이 없네.
칼슨. 뭐 아는 거 없어?
모, 몰라 나는. 나 진짜 핫바리라서 그런 것까진 모른다고.
음~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너무 아는 게 없어서 좀 맥 빠지네~
척. 척. 척. 척.
많은 인원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화려한 행색의 여자가 들어와 멈춰서고, 그 뒤에 수많은 건장한 남성들이 선다.
이 앞에 누워있는 내 부하들. 너희가 한 거야?
어머나. 라이온의 보스가 행차하셨네.
망할 독사X아. 내가 물어보고 있잖아.
말 참 예쁘게 한다.
보면 알 것 아냐. 우리가 했어.
규수. 저것들 정리하는 데 얼마나 걸렸더라?
글쎄요. 옷 갈아입는 시간보다 짧았던 건 기억합니다.
···언더월드 퀸이 우리 조직에는 무슨 볼일일까?
뭐긴 뭐야. 이거지.
로산나가 쌓인 포대를 툭툭 친다.
긴말 안 할게. 이것들 어디에서 공수해 오고, 어디로 나가?
왜?
묻는 말에 대답이나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 ···.
우리가, 아니 내가 너희 말을 따를 이유가 있을까?
우리 라이온은 헤도니아나 세이메이카이의 밑이 아닌데.
동등한 조직이잖아. 이 바닥의 규칙을 좀 존중해줬으면 해.
··· ···.
아아, 이 바닥의 규칙? 잘 알지.
힘 쎈 놈은 약한 놈에게 뭐든 할 수 있다. 아냐?
··· ···.
그래서 네 사업을 망치러 왔어.
힘 있는 내가.
힘없는 네 사업을.
맞는 말이네.
이런저런 규칙이 있다지만, 결국엔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착취하는 게 맞지.
근데 그 힘. 이제 우리한테도 있는데.
무슨 힘. 네 뒤에 서 있는 저것들?
아니.
삣-
창고의 모니터가 켜진다.
반가워요 로산나. 사쿠라. 그리고 바이퍼
직접 얘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네요 식스오라고 해요
··· ···.
··· ···.
··· ···.
제가 뒤를 봐주고 있는 라이온에 볼일이 있는 것 같군요
그래서, 무슨 볼일이시죠?
미리 말씀드리지만 거친 수는 용납하지 않아요
··· ···.
이게 라이온의 힘이야?
그래. 지금껏 그 누구도 손대지 못한 존재. 식스오.
우리 라이온은 식스오와 손을 잡았어.
식스오는 대단해.
지금까지의 우리라면 엄두도 못 냈을 일들을 할 수 있게 해줘.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 알고 있어.
정보를 이용하고, 정보를 조작하지. 로비도 완벽해.
덕분에 우리 라이온은 지금 날개를 달았어.
말할 것도 없이 아우터 림에서 라이온의 입지는 지금 최고라고 할 수 있지.
그래. 언더월드 퀸과도 해볼 만할 정도로.
흐, 하하.
아하핫.
···후.
??
야. 라이온.
로산나가 라이온에게 다가가 어깨동무한다.
쟤가 지금 너 구해줄 수 있어?
··· ···.
내가 지금 너한테 우정의 헤드락을 걸 텐데, 네 머리가 터지기 전에 저게 어떻게 구해주는 거야?
··· ···.
거기까지 하시죠
헤도니아의 비밀 장부를 공개하기 전에
세이메이카이도 마찬가지예요 최근 블랙넷에서 재밌는 걸 대량으로 구입하셨더군요
이 정보들이 공개되면 조직이 무사하지 못하다는 걸, 당신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꽈아악-
로산나가 라이온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고, 힘을 준다.
으, 아악···!
자, 라이온. 이 미스트들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거야? 응?
시, 식스오···!
지금 헤도니아의 비밀 장부의 일부를 중앙 정부 감찰부에 전송했어요
조만간 연락이 오겠네요
꽈아악-
로산나의 팔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간다.
우, 우우욱···!
라이온의 뒤에 서 있던 남자들이 움찔하며 앞으로 나선다.
그 맞은편에 사쿠라가 멈춰선다.
일개 조직원들이 보스끼리의 대화를 방해하는 겁니까.
보스라는 직책의 위엄이 하향평준화 될 수 있으니, 그만들 두시죠.
참고로 말씀드리면, 제안이 아닙니다.
경고입니다.
라이온의 조직원들이 얼어붙듯 멈춰선다.
꽈아악-
로산나의 팔에 힘이 더 들어간다.
아, 아으으으아···!
자자. 빨리 대답해. 머리 깨진다?
로산나. 당신이 보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했던 일을 얘기해도 되나요?
사쿠라. 블랙넷에서 구입한 금지 물품 리스트를 전부 확보했어요 이대로 언론에 뿌리면 세이메이카이는 끝이에요
로산나. 사쿠라. 식스오 쟤가 자꾸 뭐라고 하는데?
몰라. 안 보여. 뭔 채팅질이야. 말로 하라고 그래.
아니면 직접 나와서 얘기하던가요.
그렇다는데?
안 되겠군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언더월드 퀸의 모든 불법적인 일을 언론을 거치지 않고
꽈아악-
로산나의 팔이 라이온의 머리를 짓누른다.
흐아아아···!!
오. 조금만 더 하면 깨질 것 같아. 방금 뭐 쩍 하고 갈라지는 소리 들리지 않았어?
---!!
마, 말할게! 말할게!
음. 그래야지.
로산나가 헤드락을 푼다.
라이온은 헐떡이며 로산나를 노려본다.
말해. 바쁘니까.
리, 리스트를 줄게. 많아.
음. 그럼 나랑 얘기할까?
재밌는 상황이네요 라이온. 저를 배신하는 건가요?
··· ···.
흠···.
사쿠라가 모니터 앞으로 다가간다.
협박을 통한 공포.
이런 식으로 힘없는 이들을 수족처럼 부린 것이었군요.
하지만 그걸 아셔야겠습니다.
인간이든 니케든,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가 내뱉는 협박보다.
당장 내 눈앞의 폭력에 더 큰 공포를 느낀다는 것을.
얼굴도, 목소리도 가지지 못한 당신은 그저 모니터 안의 존재일 뿐이지요.
철저히 짓밟아드리죠
지금 거기서, 뭘 어떻게 말이죠?
당신이 지금 저희한테 뭘 할 수 있나요.
기껏해야 글자 몇 줄을 더 쓰는 것뿐.
실체 없는 폭력은, 눈앞의 작은 폭력에 이리도 쉽게 무너집니다.
그리고 잃을 게 없는 자나,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게.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휘익-!
파지직-!
사쿠라가 던진 수리검에, 모니터가 스파크를 튀기며 망가진다.
그리고, 양지를 걷는 자에게도.
고생들 했어♡
자, 그럼 리스트 줄래?
··· ···.
조건이 있어.
어머. 이런 상황에서?
냅둬봐. 들어나 보게.
리스트를 넘겨주는 대신 우리를 헤도니아나 세이메이카이에 넣어줘.
보스 자리는 포기할게. 선임 정도만 줘도 충분해.
보, 보스··· 그게 무슨···.
닥쳐 칼슨. 얘기 중이니까.
농담이지? 발로 툭 밀었을 뿐인데 데굴데굴 굴러가는 놈을 쓰는 조직을 왜 우리 조직이 받아줘야 해?
복부를 정확하게 걷어찼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식스오가 우릴 공격하면 끝이야. 지금껏 저게 정보 조작을 해서 이렇게까지 막 나갈 수 있었던 건데.
저게 우리 편이 아니게 된 이상, 우리 약점을 쥐고 흔들 게 뻔해.
그걸, 헤도니아나 세이메이카이가 보호해 줘.
싫다면?
그럼 우린 엉망이 되겠지. 엉망인 사람은 뭐든 할 수 있어.
흐응···.
참고로 말씀드리면 세이메이카이는 아무나 입단할 수 없는 곳입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입단할 수 있죠.
그럼 헤도니아는 뭐 어중이떠중이 다 받아들여 주는 곳이야?
그런 말은 한 적 없습니다만.
뭐 좋아. 인심 썼다.
너희들 모란회로 가라. 내가 꽂아줄게.
모란회는 좀···.
하하. 이걸 목단이 들어야 됐는데.
리스트를 보고 결정할게.
그 리스트로 식스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다면···. 까짓거 헤도니아에 넣어주지.
하지만 거짓말이거나 아무것도 아니라면···. 글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그렇지는 않을 거야.
라이온은 자신의 핸드폰을 조작한 후 바이퍼에게 건넸다.
음~ 착해라♡ 이렇게 고분고분한 아이인 줄은 처음 알았네?
폭탄 심어놓고 그러지 마.
아핫♡ 그것도 급이 좀 되는 사람한테나 하는 거야.
··· ···.
좋아. 복사 완료.
사쿠라.
바이퍼가 라이온의 핸드폰을 사쿠라에게 가볍게 던진다.
반출 내역 봐봐.
혹시 아는 게 있어?
··· ···.
예. 있습니다.
몇 번 거래를 한 곳이라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받아오는지는 안 나와 있어?
생산 장소는··· 아우터 림에 있네.
총 23군데야.
···예상보다 많군요.
포그 할로우가 털린 이후 생산량이 급감했을 테니, 굴을 여러 개 파놓는 방법을 택한 모양이네.
좋아. 생산 장소 좌표는 그 녀석한테 보내줘.
오케이♡
우리도 슬슬 엎으러 가보자고.
로산나. 반출 내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사쿠라가 로산나에게 귓속말한다. 로산나의 눈이 커진다.
···그래?
예. 확실합니다.
이건··· 잘 써먹을 수 있겠네.
그렇지요.
뭐야 뭐야. 나 빼놓고 둘이서 뭘 그렇게 소곤대?
독사. 우린 빠진다.
뭐어? 빠지다니, 여기까지 했으니 이제 발을 빼겠다는 거야?
그럼 뭐 천년만년 아우터 림에 있을 줄 알았어? 바쁜 일이 생겼어.
저와 로산나는 방주에서 따로 만나볼 이가 있습니다.
갑자기 방주?
도반 놈을 만나러 갈 거야.
···부사령관 도반? 그 미친놈?
실적과 권력에 미친놈이지. 아 그것에만 미친 놈이 아닌가?
그럼 그냥 미친놈인 거로 하자.
걔를 왜 만나?
어른들의 얘기를 하려고.
···보스.
이제 아냐.
어, 어째서 식스오를 배신하고 언더월드 퀸에게 붙은 겁니까, 예?
시, 식스오만 있으면 우린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는데···.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는데, 왜 우릴 동네 양아치 취급하는 것들한테···.
지금이 딱 빠질 때니까.
···예?
식스오의 대단한 점은 절대 나대지 않는다. 였어.
뒷구멍으로 뭘 해 먹든, 밖으로 세어 나가지 않았지.
포그 할로우 건을 봐. 그 난리가 났지만 결국 목단이 뒤집어쓰고 아무 문제가 없었잖아.
그런데··· 이젠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란 말이야.
방주에 테러가 일어났다는 거, 들었어?
예. E.H.가 했다고···.
그걸 믿니. E.H.는 이제 손 씻었어. 중앙 정부의 개가 되기로 결정했지.
내가 보기엔 그건 식스오 짓이야. 뭐가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 ···.
식스오는 지금 욕심을 내고 있어.
정확히는 자기 존재가 드러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아.
믿는 구석이 있어서겠지. 자신감이 넘쳐.
미스트 생산 구역이 지금 엄청 늘어나고 있고, 거래도 활발해.
이그조틱이나 언더월드 퀸이 냄새를 맡은 것도 그 이유야.
과감해. 숨길 생각이 없다는 거지.
이때 빠져야 돼.
뒷구멍에서 음침하게 놀던 게 장점이었던 놈인데, 뒷세계 거물 놀이를 하기 시작했어.
지금이야 괜찮겠지만, 나중엔 우리 같은 양아치는 100% 버림패로 쓰일 거야.
그러니 지금 빠지는 게 맞아. 언더월드 퀸에게 붙는 것도 맞고.
보스··· 선구안이 있으시군요.
그러니까 뒷골목 양아치 짓을 아직까지 목숨줄 붙들고 하고 있는 거야.
··· ···.
그걸로 만족하십니까?
뭐. 뒷골목 양아치로?
···예.
··· ···.
인생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기회같은 건 웃으면서 오지 않아.
오더라도, 많은 걸 걸어야지. 공짜는 없으니까.
나는 그 많은 걸 걸기가 무서운 거고. 잃으면 끝이거든.
그럼 우린 평생 뒷골목 양아치로 살아야 하는 겁니까.
아니. 기회는 와. 인생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기회는.
그때, 많은 걸 걸 수 있게 준비해 놔야지.
많은 걸 걸었는데, 그걸 잃더라도 괜찮을 정도로 준비해 놔야지.
그건··· 어떻게 준비합니까.
뭘 어떻게 준비해.
그냥 열심히 사는 거야.
··· ···.
가자. 가서 열심히 니케 장사나 하자.
예, 예!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