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1: 탄생07 / 16
Chapter.41: 탄생
익숙한 목소리
[SCENE START]
지즈가 높이 날아오른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폭격이 가해진다.
젠장! 또 날아갔어! 저 속도랑 높이라면 못 맞춘다고!
내가 끌어내릴게!
좋다! 다음은 나한테 맡겨라!
라피가 드릴을 전개하며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히, 히이···!
일전에 다크 매터의 날개가 그대로 뚫렸던 공포로 인해 지즈가 라피에게서 도주한다.
라피는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며 지즈를 추적했고, 지즈는 더욱 속도를 높여 공중에서 방향을 틀었다.
소, 속도라면 내가 훨씬 더 빨···!
히익!?
빠지지지직!!
드레이크가 공중에 쳐놓은 넓은 거미줄 형태의 전격에 지즈가 들이받는다.
잠시 지즈의 움직임이 멈춘 사이.
좋아···! 간다!
맥스웰의 총구에서 전격과 폭발이 터져 나왔다.
지즈는 반사적으로 날개들을 겹쳐 몸을 보호했지만
맥스웰의 탄환은 지즈의 모든 날개는 물론 몸통까지 꿰뚫었다.
지즈가 서서히 추락한다.
레일건이라고 들어봤어?
아, 아으···!
끝이야!
라피의 드릴이 지즈를 꿰뚫으려는 순간,
베히모스가 뿔로 지면을 뒤집어 수많은 파편을 흩뿌렸다.
치잇···!
공중에서 방향을 틀며 파편을 회피한 라피가 지면에 착지한다.
아 쉽지 않네 정말.
그, 그러게···.
베히모스와 지즈가 거대화를 풀었다.
···후우.
히어로, 남은 전력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76% 정도?
···뭐냐. 왜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최종 보스전이 있을 걸 대비해서 아껴두고 있다.
으음···! 그럼 나도 이제부턴 전력을 쓰지 않고 맨몸으로만···.
진지하게 해라 좀.
···역시, 버겁네.
···하하.
너희 진짜 강하구나?
쉽게 이길 거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이제 와서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든 거야?
미안한데, 우리 쪽에서 사양이야.
하하! 안 해 안 해.
지, 진짜 안··· 해?
··· ···.
안 해.
레비가··· 너무 괴로워하니까?
응.
··· ···.
너희는 레비아탄의 부하야?
레비아탄이 싫다고 하면 너희도 싫고, 레비아탄이 좋다고 하면 너희도 좋은 거야?
유치하게 왜 이래?
유치한 건 너희들이야. 애들도 아니고.
동료라는 거야, 라피. 친구라는 거고, 가족이라는 거지. 모르는구나?
동료나 친구나 가족이 바보짓을 하면 그걸 바로잡아줘야지.
쥐어박아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해줘도 모자랄 판에, 같이 동조하고 있네.
가족 단위 범죄가 그래서 생기는 거라고.
···뭔가 핀트가 어긋나고 있네.
부글부글.
바닥의 검은 웅덩이가 움직인다.
뭐야, 아직 안 끝났어?
너!
이리 와. 좀 혼나야겠어.
뭐라는 거야. 네가 오라면 내가 가야 해?
좋아. 그럼 백 보 양보해서 얘기 좀 하자.
싫어. 이제 대화 안 해.
뭐 하는 짓이야 대체.
우리가 정말 리버렐리오와 동맹을 맺었을 거라 생각해?
너희가 직계랑 한패가 됐든 안 됐든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
그런 걸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도 이제 싫어졌어.
지, 진짜 싫어?
그래. 싫어.
어, 그, 그래도오···.
지즈. 일단 두고 보자.
···으, 응.
넌 우리를 배신했어. 레비아탄.
···뭐라고?
넌 뼛속부터가 배신자야.
이, 이게···! 애초에 같은 편이 된 적도 없는데 뭐가 배신···!
우리가 몇 번이나 봐주고, 몇 번이나 설득했다고 생각해?
너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냥 간만 살살 보다가, 끝의 끝에서 그만둔 것과 다르지 않아.
너희는 그냥, 우리랑 대화하려는 척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고 있었던 거야.
차라리 목숨을 구걸하지 그랬어. 그럼 불쌍하게라도 여겼을 텐데.
목숨을 구걸···!
하, 하하! 착각하지 마! 너희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린! 적어도 나와 지휘관은!
!!
···너희와 진심으로 대화하려 했어.
배신한 거야. 레비아탄.
··· ···.
··· ···.
··· ···.
지휘관은. 여기 있어?
··· ···.
이, 있어.
너···!
무사해?
무사··· 해.
그래. 그럼 됐어.
라피가 자세를 잡는다.
끝을 보자. 포비스트.
나도 이제 대화 같은 건 그만두려고.
너희를 잡고, 너희가 만든 퀸도 잡을 거야.
너희와 마찬가지로, 대화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애써 무시하고.
속 편하게 우리가 할 일을 할 거라고.
··· ···.
그래. 그러자.
그게 편해. 그렇지?
하얀색 도시 바닥에 다크 매터가 깔리기 시작한다.
삽시간에, 바닥이 모두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주위의 건물들마저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
···! 이거 위험해! 포비스트는 다크 매터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
자, 우리만의 전장이 완성됐네.
그럼, 잘 가.
레비아탄, 베히모스, 지즈가 다크 매터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진다.
뭣···! 도주한 건가!
··· ···.
!! 밑이다!
이런!
콰아아아앙--!!
일행이 서 있던 바닥에서 거대화한 베히모스가 튀어 올랐다.
그 거체의 뿔에 들이받힌 일행이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커헉!
검게 물든 빌딩의 옆면에서 거대화한 지즈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일행을, 칼날과 같은 날개로 베고 지나간다.
일행은 요란스럽게 추락하며 바닥을 구른다.
라피가 재빠르게 추스린 후, 주위를 둘러본다.
오직 검은 바닥과 검은 건물만 있을 뿐이다.
···이건 안 좋아.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
일대의 다크 매터를 모조리 태우겠다! 라플라스--!! 버스ㅌ···!!
안~돼~
바닥에서 레비아탄이 손이 솟아 올라와 라플라스의 발목을 잡는다.
라플라스는 검은 바닥 안으로 끌려가듯 사라진다.
라플라스!
이게 뭐···! 커헉!
검은 바닥에서 라플라스가 쏘아지듯 던져져 드레이크와 부딪힌다.
서로 뒤엉켜 한참을 날아간 둘은, 건물 벽면에 부딪힌다.
라피의 앞에서 베히모스의 형태를 한 다크 매터가 솟아오른다.
흐으으읍!
라피가 드릴로 다크 매터를 꿰뚫는다.
하지만 드릴에 휘말려 산산이 흩어지는 다크 매터만이 있었다.
···제길.
라피가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거대한 집게가 라피의 머리를 움켜잡는다.
비겁하다고 하지 마. 팀플레이니까.
쾅! 쾅! 쾅! 쾅! 쾅!
라피의 머리를 잡은 집게가 수 번 바닥을 내려친다.
라피는 바닥에 축 늘어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아 이거 절체절명의 위기네.
비장의 무기 같은 거 없지?
있겠냐고. 나는 비장의 무기 같은 건 제일 처음에 쓰는 타입이거든.
아, 그런 타입이야? 다행이네.
빠악-!
집게가 맥스웰의 복부를 후려치고, 맥스웰이 축 처진다.
검은 바닥에서 레비아탄과 지즈가 모습을 드러낸다.
···얘, 얘들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용광로에 집어넣어 버릴까? 최고급 중의 최고급 재료니까.
지, 진짜? 우리 지금까지 살아있는 유사 인간을 넣은 적은 없···!
농담이야 바보야. 그딴 짓을 어떻게 해.
그럼, 어떻게 할 건데?
··· ···.
레비.
어떻게 하고 싶어?
그냥 놔둬. 근처에 직계가 있을 테니 그거나 잡으러 가자.
레비.
결정해야 해.
끝을 볼지, 말지.
이 녀석들과 계속 이렇게 지낼 순 없어.
이제 안 보면 그만이야.
그게 될 것 같아?
··· ···.
좋아. 던지자. 용광로에.
···그래.
··· ···.
진짜··· 구제 불능이네, 레비.
··· ···.
결정하기 무서워서, 또··· 버리듯이 결정하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아, 아냐. 아무것도.
내, 내가 옮길게.
지즈가 걸어간다.
레비아탄은 지즈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 ···.
안 내키는 표정이네.
그럴 리가.
그래. 결정했으면 그대로 밀고 나가.
나중에 후회해도 되고, 만족해도 돼.
피하지만 마.
···흥.
레비아탄은 지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그 너머의 먼 풍경을 바라본다.
하얀색 도시. 유사 방주.
같은 건물과 같은 길로만 구성된, 똑같은 풍경.
그곳에, 이질적이지만 아주 익숙한 색이 레비아탄의 눈에 들어왔다.
··· ···.
···어?
레비아탄은 그것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그립고도, 그립고도,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지.]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