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3: 열쇠03 / 15
Chapter.43: 열쇠
수준 차이
[SCENE START]
빅 마담.
응~?
공주님 소식은 뭐 들은 거 없어요?
어머. 웬일이니? 한 달 가까이 물어보지도 않더니.
시중들면서 온갖 정나미가 떨어진 줄 알았지뭐니.
그것도 맞긴 한데요.
그래도 어떻게 사는지 갑자기 좀 궁금해져서요.
··· ···.
··· ···.
죽었군요.
아니. 살아있어.
곧 그렇게 될 것 같긴 하지만.
밖에서도 그러고 다녀요?
응. 그 성질 어디 가겠니.
예전에 찾아왔던 사제님은 다시 안 왔죠?
안 왔어. 그렇게나 호언장담하더니.
···그렇군요.
···얘. 셋째야.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걔 성격이 어디 보통 성격이니? 지금까지 객사 안 한 것만 해도 기적이다 얘.
너한테 득될 게 하나도 없어. 손해라도 안 보면 다행이겠네.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어야 하는 법이야. 내가 계속 말했지?
헤헤.
거짓말이잖아요 그거.
어머 얘가? 내 말을 못 믿는 거니?
사제님이 준 돈이 다 떨어졌어도 한 달 더 공주님을 돌봐줬잖아요.
··· ···.
저는 그래서 빅 마담이 좋아요.
···흥.
마커스네 가게 뒤에서 자주 보인다더라.
거긴 음식이 많이 남으니까.
예. 고마워요 빅 마담.
··· ···.
프린세스가 음식물 쓰레기통 앞에 서 있다.
구겨지는 표정. 떨리는 손.
프린세스가 뚜껑을 연다.
마구 뒤섞인 음식물 쓰레기의 모습이 보이고 악취가 풍겨나왔다.
그 악취 사이
미묘하게 남아있는 음식 냄새에 프린세스의 배가 요동친다.
··· ···.
젠장···!
이런 꼴이 될 줄 알았으면 이번엔 인간을 선택하는 게 아니었는데···!
프린세스가 손을 뻗는다.
낡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골목 너머에서 우르르 몰려왔다.
야. 거지 공주.
··· ···.
뭐해?
또 너희들이냐. 꺼져라.
너희는 나와 말을 섞을 레벨이 아니다.
너 설마 쓰레기통 뒤지는 거야?
꺼지라고 했다.
왜 쓰레기통을 뒤져? 배고파? 그래서 그거라도 먹으려고?
전에 경고했을 거다. 한 번만 더 나에게 무례하게 굴면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휘익-
철퍽.
정체 모를 소스에 절여진 빵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거 줄게. 먹어.
대신.
아이가 앞으로 몇 걸음 걷는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선다.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 가면 먹을 수 있게 해줄게.
아이의 뒤에서 다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
배고프지? 한 번만 기어가면 먹을 수 있어.
까짓거 눈 한 번 딱 감고 기면 돼.
프린세스가 아이들의 무리를 노려본다.
모두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 ···.
열등한 놈들.
···뭐?
태생이 땅을 기게 태어나서 그런지 기어다니는 것을 참 좋아하는구나.
땅을 기는 것들이 땅을 기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다니, 유쾌하기 짝이 없다.
뭐라는 거야 이게.
말뜻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평생 이런 쓰레기 같은 곳에서 썩다 죽어라. 건방진 꼬맹아.
프리 랫이 달려온다.
퍼억-
휘두른 주먹에 맞은 프린세스가 힘없이 바닥을 구른다.
어··· 으윽···!
···헉!
아이가 흠칫 놀란다. 긴장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기를 한참.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어, 없다! 진짜 없어!
그 이상한 경호원들 없어!
밟아!
린치가 시작된다.
프린세스는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린 채 쏟아지는 발길질을 받아낸다.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어!
맨날 우리 무시하고! 잘난 듯 말하고!
너 뭐 방주에서 어디 잘난 집안 출신이라며!
근데!
여긴!
아우터 림이라고!
린치가 끝난다.
프린세스를 둘러싸고 있던 아이들이 숨을 헐떡거린다.
하아···! 하아···! 너···!
우리 눈에 띄지 마···!
한 번만 더 우리 눈에 띄면···! 어디 콜렉터한테 팔아버릴··· 테니까···!
아이들이 사라진다.
프린세스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 속에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누워있었다.
눈앞이 번쩍번쩍하다가, 검어졌다를 반복한다.
시선을 돌린다.
시선은 좀 전, 아이가 버리고 간 축축한 빵에 멈춘다.
···후.
하하. 아하하하하.
···하, 하하.
머리를 맞은 것 같진 않던데.
··· ···.
안 괜찮을 테니 괜찮냐고 물어보진 않을게.
자.
누워있는 프린세스의 이마에 빵이 올려진다.
···거긴 이마다.
아, 미안. 잘 안 보여서.
빵이 프린세스의 입으로 옮겨간다.
프린세스는 반사적으로 빵을 씹어 삼킨다.
매 맞은 뒤에는 잘 먹는 게 중요하다고 빅 마담이 얘기했어.
그러니 잘 먹어봐.
··· ···.
맛없어.
이딴 걸 빵이라고 만드는 너희 수준이 알만하군.
넌 좀 더 맞아야겠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