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3: 열쇠04 / 15
Chapter.43: 열쇠
선 안의 집
[SCENE START]
여기서 지내면 돼.
여기 어디.
여기.
그러니까 여기 어디.
여기가 지낼 곳이라니까.
···바닥에서 자란 말이야?
응. 천장은 막혀 있으니까 괜찮잖아.
여기 비싸. 내가 얼마나 힘내서 산 곳인데.
샀다고? 여길?
응. 내 집.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이런 곳이 집일 리가 없다.
집이라니까.
···뭐 좋다. 집이라는 건 일단 그렇다 치겠다.
샀다니. 여기 전체를?
와.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2년 동안 진짜 그냥 가만히 있기만 했네?
설명해라.
여기 보이지? 노란색 선.
그래.
노란색 선 안이 내 집이야.
무슨 소리야.
아우터 림의 대부분은 주인 없는 땅이라서, 사실 집이라는 개념은 없는데.
이렇게 선으로 그어놓은 영역을 살 수 있어.
이 안에 주인이 들어가 있을 때는 절대 안전을 보장받고. 쿨럭.
절대 안전? 무슨 수로.
이 구역을 관리하는 조직이 지켜주는 거야.
그 조직에게 돈을 지급하고, 이 영역을 빌리는 거지.
저기 보이지? 기둥에 서 있는 아저씨.
프린세스가 기둥을 바라본다. 덩치가 큰 남성이 기둥에 기댄 채 주위를 심드렁하게 둘러보고 있다.
지금은 저 아저씨가 이 구역을 감독하고 있는 거야. 경비원 아저씨라고 생각하면 돼.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해 주거나, 위에 보고해.
참고로 빅 마담 조직이 이 구역을 관리하고 있어.
그게 무슨 애들 소꿉장난하는 꼴이냐.
최소한의 안전장치 같은 거야. 이렇게라도 안 하면 서로 죽고 죽이고 난리 날 테니까.
실제로 옛날에는 그랬던 것 같고.
··· ···.
사제님한테 연락은 왔어?
네가 신경 쓸 것 없다.
한 달 동안 여기저기 떠돌았다며.
얻은 건 하나도 없고 원망만 산 모양이던데. 콜록 콜록.
우인들이 내 생각을 이해할 리가 없을 테니까.
···공주님.
그러다 진짜 죽어.
또 그렇게 둘러싸여서 두들겨 맞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아?
··· ···.
일을 해. 일을 해서 인정받아.
그럼 그렇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일은 없을 테니까.
나보고 지금 이런 더러운 곳에서 일을 하라고···!
공주님은 지금 아우터 림에 있어.
공주님이 죽을지 살지는 아우터 림에서 결정 될 거야.
나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 그것들이 그저 일방적으로···!
그게 문제야.
아우터 림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엔터 헤븐은 그게 아우터 림을 좀먹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고.
엔터 헤븐··· 테러리스트 놈들을 말하는 거로군.
엔터 헤븐이 아우터 림에서 힘을 가지게 되면서 그 말에도 힘이 실렸어.
언젠가부터 아우터 림의 사람들 대부분이 직업이라는 걸 가지게 됐지.
하. 랩쳐의 부품을 뜯고, 시체를 팔고, 암거래를 하는 것도 직업이라고 부르는 건가.
응. 직업이야. 여기서는.
웃기지도 않는군. 부끄럽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쿨럭. 언젠가부터 아우터 림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은.
아우터 림을 좀먹는 사람. 혹은 자살 희망자로 여겨지고 있어.
특히나, 방주에서 온 사람들은 자살 희망자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기 신세를 비관해서,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니까.
지금 공주님 너처럼.
··· ···.
고깝게 보이기에 아주 좋다는거지. 그러니 여기저기서 시비에 휘말리고.
일을 해야 해.
사제님은 널 데리러 오지 않을거고, 넌 문제를 너무 많이 일으켜.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해. 그럼 자연스럽게 보호자가 생겨.
이제 너한테 아우터 림은 잠시 거쳤다가 갈 곳이 아니라, 살아 남아야 하는 곳이야.
···됐다.
방주로 가면 그만이야.
너 방주에서 도망쳤잖아.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저 잠시 몸을 피하러 왔을 뿐이야.
그걸 도망쳤다고 하는 거야.
흥. 됐다. 너 같은 놈이랑 무슨 얘길 하겠어.
나는 방주로 간다.
그래. 그럼 가.
안내해 줄까?
··· ···.
빅 마담이 말했는데, 시체도 보다 보면 적응된다고 했어.
이 기회에 나도 한 번 봐두면 좋을 것 같네.
··· ···.
뭐 해? 빨리 가자. 콜록.
··· ···.
··· ···.
일단 자. 빅 마담한테 약 받아온 거 있으니까 바르고.
내일 같이 빅 마담한테 가자.
일 받으러 가자.
스톨 3세는 얇은 천 하나가 깔린 바닥에 몸을 뉘었다.
프린세스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이 아팠다. 자존심은 걸레짝이 됐다.
주위는 시끄럽다. 웃는 소리, 우는 소리, 온갖 잡소리가 들려온다.
프린세스는 몸을 뒤척인다.
옆에서는 스톨 3세의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막혀있는 천장. 옅은 빛.
프린세스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눈을 감았다.
··· ···.
프린세스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 기분에 눈을 떴다.
일어났어?
···응?
가자. 일 구하러.
무슨 소리야. 누운 지 5분도 안 지났어.
너야말로 무슨, 콜록.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너 엄청 잘 잤어.
···?
프린세스는 이상하게 몸이 가벼운 느낌을 받았다.
···잤다고? 내가?
응. 코 엄청 골던데. 옆 칸에서 막 뭐라고 했어.
··· ···.
일어나. 움직이자.
아니, 잠깐. 나 안 잤어.
안 잤는데? 진짜 눈만 감았다가 떴는데?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