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3: 열쇠09 / 15

Chapter.43: 열쇠

일상의 인사

[SCENE START]

프린세스는 잠에서 깨어난다.

머리맡에 놓인 플레인 퍼펙트를 집어 입에 넣는다.

우물거리며 일어난다. 경비원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비몽사몽인 정신을 가다듬으며 일터로 향한다.

프린세스의 일은 전자 기기의 쓰레기장을 뒤지는 것이다.

방주에서 넘어온 산더미 같은 전자 기기 중 아직 쓸만해 보이는 것을 찾는다.

힘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프린세스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

옆에서 프리 랫의 잔소리가 들려오지만 무시하고 최선을 다한다.

가장 싫은 시간이다.

오전 일과가 끝난다. 대충 자리를 펴고 모두 모여 식사를 한다.

프린세스는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오전 오후가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을 늘 한다.

수상한 소스에 절여진 빵을 입안에 넣는다. 보기와는 다르게 맛은 나쁘지 않다.

짧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수거한 전자 기기들을 점검한다.

프린세스는 이 시간이 가장 좋다.

전자 기기에 남아있는 데이터를 해킹해 중요 정보가 있다면 그것을 판다.

전자 기기를 판매하는 것보다 수입이 훨씬 좋다. 다행히 프린세스는 그쪽 방면으로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일은 편한 편이다. 수입도 나쁘지 않다.

프리 랫의 말에 따르면, 지금 프린세스는 마음만 먹으면 아우터 림에서 크게 되고도 남을 것이라 한다.

그 말에 살짝 고양되지만, 주위를 둘러본 후 프린세스의 마음은 다시 차갑게 식는다.

어두운 곳. 냄새나는 곳. 불결한 곳.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

시궁창에서의 희망은, 바깥에서 보기에 아주 하찮기 짝이 없는 것이지만.

이곳의 모든 사람은 그 희망을 꿈꾼다.

프린세스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이곳에서 희망을 가지지 않기로.

자신의 희망은 방주에서 가져야 하기에, 아우터 림에서 희망을 가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희망을 가지는 순간, 매몰될 것이라 확신한다.

일과가 끝난다.

빅 마담에게 찾아가 가벼운 대화를 나눈 후 일당을 받는다.

집으로 돌아간다.

경비원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본다.

헤헤 웃는 모습. 지저분한 몰골.

불쌍한 아이.

프린세스는 흔들린다. 저 아이를 위해서, 이곳에서 희망을 가지고 싶어진다.

프린세스가 불쌍한 아이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갑작스러웠지만 일상이 되어버린 인사에 대답한다.

프린세스

아니. 아직 안 먹었다.

프린세스

같이 먹지.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