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3: 열쇠13 / 15
Chapter.43: 열쇠
마지막 부탁
[SCENE START]
아무것도, 아무것도 안 보여.
너는 볼 필요 없다. 내가 본다.
무서··· 워.
괜찮다. 내가 있다.
나만 믿어라.
그냥··· 가···.
나한테 명령하지 마라, 우매한 놈.
프린세스와 스톨 3세가 비틀대며 걷는다.
격벽의 모습이 보인다.
스톨 3세는 어둠 속을 걷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어둠뿐이다.
그러던 중, 작은 불빛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스톨 3세는 몸을 틀어, 프린세스를 감쌌다.
탕-!
스톨 3세가 쓰러진다.
프린세스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본다.
격벽을 바라본다.
여사제의 모습이 보인다.
···아.
탕탕탕-!
프린세스가 쓰러진다.
프린세스는 바닥에 쓰러진 채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다.
여사제가 걸어오고 있다.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다.
반색하며 달려온다.
프린세스의 몸을 뒤척이다, 목걸이를 당긴다.
피 묻은 손으로 목걸이를 잡는 프린세스.
여사제는 잡아 뜯듯, 목걸이를 프린세스의 몸에서 떼어낸다.
끝까지 목걸이를 잡고 있던 프린세스의 손바닥에 상처가 생긴다.
열쇠··· 이것만 있으면 나도···!
불경한··· 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길. 중앙 정부와 거래를 했습니다.
당신의 행방을 부는 대신 중앙 정부에 한 자리를 받기로요.
중앙 정부는 열쇠의 존재에 대해 모르니, 저는 요직에 앉아 천천히 V.T.C.의 부활을 준비하면 됩니다.
성하께서 저에게 [하사한] 열쇠와 함께, 성하의 칭호도 계승하게 되겠죠.
성하께서 중앙 정부에 붙잡혀 이런저런 정보를 강제로 불게 되면, 제 V.T.C. 부활 계획에 큰 방해가 될 테니.
이런 실례를 무릅쓰게 되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놀아··· 났군···.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으니까요.
그럼, 성하.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여사제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달려간다.
손에 쥔 목걸이에서 황금색 빛이 일렁인다.
여사제가 멈춰선다. 손에 쥔 목걸이를 내려다본다.
펑.
황금빛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여사제가 사라진다.
여사제의 옷만이 남아 흩날린다.
그 모습을 본 프린세스는 웃음을 터트린다.
크, 크큭. 꼴 좋다.
그렇지? 셋째··· 야···.
프린세스가 옆에 쓰러진 스톨 3세를 바라본다.
가늘게 뜨고 있지만 초점 없는 눈.
입에서 흐르고 있는 붉은색 거품.
··· ···.
야.
죽었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
이런 곳에서, 벌레처럼 죽는 거냐.
기침을 달고 살고, 눈까지 멀어버리더니.
총알받이까지 자처하고는, 죽어버린 거냐.
이런 시궁창 같은 곳에서··· 말 한마디 못 남기고 죽은 거냐.
네 녀석다운, 쓰레기 같은 삶이다.
커흑.
프린세스의 입이 피를 울컥 쏟아낸다.
케흐, 케륵···!
후우···! 후우···!
반복한다! 빨간 안경, 백발의 10대 초반 소녀다!
반드시 확보해라! 최중요 인물이다! 반드시 생포해야 한다!
반복한다! 빨간 안경, 백발의 10대 초반 소녀다!
쿨럭···! 크르륵···!
그렇게 죽어도 괜찮은 거냐.
네 삶은 그래도 괜찮은 거냐.
그래. 괜찮다고 하겠지.
나는 네가···.
아무 면식도 없던 나에게 그렇게 잘 해준 이유가 늘 궁금했다.
물어볼까 수백 번도 넘게 고민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네놈과 지내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되었으니까.
너는 그냥 그런 인간인 거다.
빛 하나 들지 않는 시궁창 같은 곳에서 아득바득 살다가.
남을 위해 죽는, 바보 같은 인간인 거다.
윽···! 케흑!
반복한다! 빨간 안경, 백발의 10대 초반 소녀다!
불쌍한 것.
너, 방주 본 적 없지?
맛있는 음식도 먹어본 적 없지?
밝은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지?
깨끗한 옷을 입어본 적도 없고, 따뜻한 물로 씻어본 적도 없지?
··· ···.
나는 다 해봤다. 질리도록 해봤어.
프린세스는 모든 힘을 다해 손을 움직인다.
안경을 벗는다.
스톨 3세의 얼굴에 씌워준다.
그러니 네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 눈으로 빛을 보고,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즐겁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듣기 싫은 기침 소리도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프린세스의 손이 스톨 3세의 얼굴을 더듬는다.
그 형태를 절대 잊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더듬는다.
아프지 마. 부탁이다.
··· ···.
잘해줘서
고마웠다.
··· ···.
프린세스의 눈이 초점을 잃는다.
호흡이 멎는다.
목표 발견! 빨간 안경에 백발! 10대 초반의 소녀다!
인근에 동료로 보이는 대상 발견! 버리고 간다!
방주로 이동한다! 서둘러라!
··· ···.
나야.
끊지 마.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으니까.
중앙 정부가 아우터 림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였어.
V.T.C.와도 엮여 있는 것 같고.
그래. 모두 죽었어. 아우터 림에서 그렇게 소동을 일으켰으니.
이 얘기를 하려고 연락한 건 아니야.
중앙 정부가 누군가를 데리고 이동하고 있었어.
여자아이야. 백발에, 안경을 쓰고 있는.
중요 인물인 것 같아. 네가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연락했어.
엘리시온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래. 서둘러 줘. 시간이 얼마 없을 거야.
부탁해. 잉그리드.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