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6: 신생09 / 21
Chapter.46: 신생
여왕과 여왕
[SCENE START]
언니. 언니.
지즈는 움직이지 않는다. 날개가 모두 찢어졌다.
언니. 언니.
바하무트는 움직이지 않는다. 상반신 절반이 사라져 있다.
언니. 언니.
켁··· 케흑···!
레비아탄은 몸 곳곳이 엉망으로 뒤틀려있다.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 ···.
언니. 아파?
도망··· 크학! 도망···! 가···!
싸우··· 지 말··· 고···!
도··· 망··· 가···!
[그것]이 호흡을 가다듬는다.
몸 곳곳에 달라붙은 다크 매터를 털어낸다.
바닥에 널브러진 포비스트를 바라본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소녀를 바라본다.
··· ···.
너.
나쁜 사람.
소녀의 바닥이 검게 물들기 시작한다.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간다.
레비아탄은 검은 바닥 안으로 잠겨가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안 돼···! 싸우면··· 안··· 돼···!
도망···!
소녀가 만들어낸 검은 바닥에 포비스트가 잠긴다.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고, 바닥에서 시추공과 집게가 솟아오른다.
[그것]이 달려든다.
바닥에서 솟은 수많은 팔이 [그것]의 다리를 붙잡는다.
뿌리치려 하지만 안된다. 힘이 굉장하다.
움직이지 못하는 [그것]을 소녀의 집게가 마구 후려친다.
휘청이는 [그것]이 힘을 줘 붙잡은 손들을 뜯어낸다.
휘둘러지는 집게를 잡고 뒤튼다. 콰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집게가 뒤틀려 부서진다.
[그것]의 주먹이 소녀의 몸통을 친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녀의 상반신 일부가 사라진다. 하지만 곧 재생된다.
거대한 기둥을 불러낸다. 동시에 다시 한번 수많은 팔을 불러낸다.
[그것]이 자세를 잡는다.
소녀는 기둥과 팔을 마구 휘두른다. 눈앞의 상대를 찢어발길 기세로 휘두른다.
[그것]이 주먹을 마구 휘두른다. 눈앞의 상대를 분쇄할 기세로 휘두른다.
쾅! 콰앙-! 콰앙! 쾅!
소녀의 다크 매터와 [그것]의 주먹이 수도 없이 부딪힌다.
충격파가 퍼져나간다. 유사 방주의 건물들이 흔들린다. 지면이 갈라진다.
쾅! 콰앙-! 콰앙! 쾅!
팽팽한 접전이 이어진다. 그 균형이 [그것]에 의해 깨진다.
발차기. 소녀의 다리를 노린 낮은 발차기가 소녀의 다리를 뜯어낸다.
다리를 잃은 소녀가 바닥에 쓰러진다. [그것]이 아래를 향해 주먹을 난사한다.
쏟아지는 주먹에 소녀가 당황한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아파.
검은빛이 터져 나온다.
[그것]은 갑작스럽게 솟아오른 검은 탑을 올려다본다.
탑에서 광선이 쏟아져 내려온다. 검은 가시가 비처럼 내린다.
[그것]은 빠른 움직임으로 공격들을 회피한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너무 많다.
몸통에 광선을 맞아 자세가 무너진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던 공격이 [그것]에게로 집중된다.
[그것]은 이 바디를 가진 이후 처음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광선과 검은 가시가 [그것]을 덮친다.
한참 동안 공격을 쏟아붓던 소녀가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것]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 ···.
죽일래.
거대한 집게, 기둥, 시추공이 탑에서 튀어나온다. 각각의 머리가 아래를 향한다.
[그것]은 눈앞의 거대한 검은 탑을 올려다본다.
시선을 돌려 자신의 몸을 본다.
다시 탑을 올려다보고.
다시 자신의 몸을 본다.
[그것]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그때, 검은 탑에서 레비아탄이 튀어나왔다.
그만--!!
!!
그만해! 싸우지 마!
언니.
소녀가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나쁜 사람.
죽일래.
안돼! 죽이지 마!
너는 그럴 필요 없어! 싸우는 건 우리가 해!
그러니까 하지 마!
너는 그냥 구운 생선이나 훔쳐먹고! 우리를 타고 산책이나 다니고!
품에 안겨서 자면 돼! 싸울 필요 없어!
언니들 아프게 했어.
나쁜 사람.
괜찮··· 아···! 우리들 이제 안 아파!
그러니까, 하지 말고, 가자.
가자. 응?
··· ···.
응.
검은 탑이 사라진다. 포비스트가 허공에 떠 있다.
지즈--!!
으, 응!
지즈의 날개가 크게 펼쳐진다.
모두를 짊어지고, 빠르게 날아간다.
[그것]이 그 모습을, 분노에 찬 얼굴로 바라본다.
···죽을 뻔했어.
지, 진짜. 거대화까지 했는데···.
···뭐냐 저건. 유사 인간이 아닌가?
생긴 건 누가 봐도 유사 인간인데···.
···말도 안 되게 강했지.
뭘··· 까 저건.
똑똑한 바하무트도 그건 모르겠다.
··· ···.
언니. 언니.
···그래그래. 네가 우릴 구해줬구나. 고마워.
응. 응. 나쁜 사람 혼내줬어.
다시는 싸우지 마.
··· ···.
싫어.
너 하지 마.
싫어.
아 정말 애가 어떻게 가면 갈수록 말을 안 듣···!
언니들 괴롭히면. 내가 다 죽일 거야.
언니들 아픈 거 싫어. 괴롭히는 거 싫어.
··· ···.
그래도 싸우지 마.
부탁할게. 알겠지?
··· ···.
몰라.
쿠우··· 쿠우···.
소녀는 레비아탄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다.
레비아탄은 품에 안긴 소녀를,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저, 레, 레비.
응?
왜··· 저 아이한테 싸우지 말라고 하는 거야?
어, 엄청 강한데. 좀 전에도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몰라.
···맞지. 강하지. 말도 안 될 만큼.
그, 그런데 왜···.
자식이 싸우고 다녀서 좋아할 부모는 없다.
어? 그, 그건 나도 그렇긴 한데에···.
우리. 싸우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일도 많을 테니까아···.
적어도 몸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은···.
··· ···.
레비. 네 생각을 얘기해줘.
···이 아이는 강해. 너무 강해.
힘을 쓰면 아마 대부분의 일이 해결될 거야.
원하는 걸 다 손에 넣을 수 있겠지. 그게 무엇이든.
감정을 다스릴 필요도 없어. 그저 힘과 함께 표출하면 되니까.
··· ···.
그러면 안 돼. 그래선 안 돼.
원하는 게 있을 때마다 힘을 써서 이뤄버리면. 그게 반복되면.
진짜 괴물이 되어버릴 거라고.
··· ···.
왜 그러면 안 되는데?
이 아이를 왜 괴물로 만들고 싶지 않은 거야?
이 아이의 힘을 반드시 선한 곳에 쓰겠다고, 세이렌과 약속해서?
···그것도 있지만.
··· ···.
얘. 우리가 만들었잖아.
이 아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우리가 만들었잖아.
그렇게 멋대로 만들어 놓고.
우릴 위해 힘을 써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우릴 위해 괴물이 되어달라고 할 수 없잖아.
그런데··· 씨이···!
왜, 왜 울어어···.
싸우게 하고 싶지 않았어.
우리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얘는 그런 거랑 관계없는 세계에서 살게 해주고 싶었다고.
우리가 만든 아이니까, 그런 거 없이.
그냥 즐겁게 지내기만 바랬는데···!
그런데 결국···! 결국···!
우, 으응···.
소녀가 잠에서 깬다.
고개를 들어 레비아탄의 얼굴을 바라본다.
··· ···.
언니.
울지 마.
소녀가 손을 뻗어 레비아탄의 눈물을 닦는다.
이러니까··· 내가··· 자꾸 운다고···!
··· ···.
··· ···.
··· ···.
이 아이는 제대로 클 거야.
절대. 괴물이 되지 않아.
···응. 우리가 그렇게 만들자. 만들 수 있어.
괴물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뭔지 알고 있나? 지식의 유무다.
똑똑한 바하무트가, 이 아이에게 모든 지식을 전수하겠다. 책임지고 지식인으로 만들어주지.
···큰일 났다. 벌써 망할 것 같아.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