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6: 신생13 / 21

Chapter.46: 신생

선동꾼들

[SCENE START]

도반

쏴라-!

투두두두--!!

도로시

··· ···.

양산형 니케들이 도로시를 향해 총을 쏜다.

도로시는 가볍게 그 공격들을 피하며 생각한다.

도로시

···퀸에 대한 이야기 때문··· 이겠네.

방주의 수뇌부는 이미 퀸이 지상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극비 중의 극비.

그 정보를 공개해 민심을 뒤흔들었다는 이유로, 나를 공격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다.

극비를 누설한 이유로 수뇌부들에게 불려 가 회의, 심하면 심문을 당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 과정에서 3차 지상 탈환전에 대한 필요성을 어필할 예정이었다. 물론, 수뇌부는 설득되지 않는다.

하지만 니케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니케들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은.

잇따른 방주 내의 혼란은 그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을 테고, 내가 직접 그 불안감을 해소한다.

어느 정도의 거짓말은 필요하다. 그들에게 모든 사정을 설명할 순 없다.

그편이 선동도 더욱 쉽다. 눈에 보이는 사실과 그 해결책이 중요하지, 그 이면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 내가 방주 안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니케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투두두두--!!

하지만 이건 예상 밖이다.

다짜고짜 공격을 해올줄은 몰랐다.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서.

도로시

대체 뭐지.

도로시는 빗발치는 총알을 모두 피한다.

시민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가거나 주저앉는다.

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주의하며 움직인다.

희생자가 생기는 건 치명적이다. 거기에 연관이 되었다는 것만 해도 치명적이다.

도반

쥐새끼 같은···!

도반

지원 병력은 아직인가!

도반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다수의 양산형 니케들이 나타난다.

도로시를 향해 총격을 가한다.

도로시

··· ···.

도로시

이대로는 끝이 없겠어.

도로시가 달려 나간다.

쏟아치는 총알을 모두 회피하며, 대형을 펼치고 있는 양산형 니케 부대에게 돌진한다.

총은 꺼내지 않는다. 체술로 하나하나 쓰러뜨린다.

접근전에 대한 정보가 없는 양산형 니케들이 하나둘씩 쓰러진다.

도로시는 계속해서 양산형 니케들을 쓰러뜨려간다.

도반

치잇···! 필그림 놈···!

도로시

부사령관. 도반.

도반

호오. 나를 아는군.

도로시

방주의 총사령관은 물론 부사령관들에 대한 정보는 꼭꼭 숨겨져 있더군요.

도로시

그런데 오직 당신의 정보만 쉽게 열람할 수 있어서, 기억하고 있죠.

도로시

보안 레벨이 낮은 걸로 봐서 대단한 인물은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맞나요?

도반

··· ···.

도로시

따로 인사를 드린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도로시

저희, 구면이던가요?

도반

그럴 리가 있겠나.

도로시

그럼 저한테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도반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

도반

방주를 위해서다.

도로시

···뭐라고요?

도반

네놈의 속셈 따위 진즉에 알고 있었다.

도반

방주에 복수하도록 두지 않는다.

도로시

··· ···.

도로시

방주에 복수라니,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릴 하-

도반

갓데스 스쿼드.

도반

···의 리더 대행. 도로시.

도로시

--!!

도반

그래. 복수하고 싶겠지.

도반

원래 너희들의 것이 되야 했을 방주에, 너희의 자리가 없으니까.

도반

하지만 안된다.

도반

내가 있는 한. 이 부사령관 도반이 있는 한.

도반

너는 방주에 복수할 수 없다.

도로시

···당신.

도로시

그걸 어떻게 알고 있죠?

도반

···!!

도반은 도로시의 반응을 보며 확신했다.

진짜다.

이건 진짜다.

이걸로 공을 세울 수 있다.

도반은 아우터 림에서 태어났다.

힘든 삶에 대한 스트레스를 아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해소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인지는 모른다.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콜렉터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중앙 정부의 군인이 배드 드림을 찾았다.

모두가 군인에게 굽신거리며 음식이며 돈을 얻어냈다.

도반은 호기심에 군인의 구두를 닦았다. 군인이 돈을 건넸다.

도반은 돈을 받지 않았다. 석 달은 일해야 손에 넣을 수 있는 거금이었지만 받지 않았다.

대신 웃으며 말했다.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뭘.

군인은 아우터 림에서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어린 남자아이에게 흥미가 생겼다.

군인은 한 달 동안 배드 드림에서 지내며 도반을 심부름꾼으로 부렸다.

도반은 성심성의껏 군인을 보필했다. 마지막 날, 군인이 얘기했다.

너 방주 와서 내 시중이나 들어라.

도반은 군인에게 인식 칩을 받고 방주로 향한다.

한 달. 고작 한 달이었다.

아우터 림에서 모두의 꿈이나 다름없었던 인식 칩이, 이름 모를 군인을 고작 한 달 모셨다는 이유로 손에 들어왔다.

아우터 림에서 그렇게나 필사적으로 원했던 것들이, 방주에서는 쉽게 쉽게 이뤄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반은 [방주의 시민]으로 살았다. 군인이 되었다.

어느 날, 아우터 림 견학 기회가 왔다. 도반은 망설임 없이 아우터 림으로 향했다.

고향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격벽을 넘어가자마자 도반은 경악했다.

이렇게 지저분하고 어두운 곳이었다니.

누군가가 다가와 자신의 구두를 닦는다.

아버지라 부르던 남자였다.

남자는 연신 굽신거리며 도반의 구두를 닦았다. 도반을 알아보지 못했다.

도반은 남자를 짓밟고, 도망치듯 아우터 림을 빠져나왔다.

창피했다. 자신이 그런 지저분하고 어두운 곳 출신이라는 것이.

그곳을 고향이라 여기고, 잠시나마 그리워했던 자신이 싫었다.

도반은 그날부터 아우터 림에 대한 증오를 뿜어냈다.

아우터 림이 없어진다면, 자신의 창피하고 혐오스러운 과거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 믿었다.

도반은 아우터 림을 향한 정책을 중앙 정부에 제시했다.

아우터 림을 고립시키고, 철저히 쓰레기통으로 쓰자는 내용이었다.

중앙 정부는 이를 승인하고, 도반에게 총책임을 맡겼다.

중앙 정부 입장에서도 아우터 림은 처치 곤란인 장소였다. 버림받았든 어쨌든 [사람 사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우터 림을 사람 사는 곳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도반이 가져왔다.

일이 잘못되면 모든 화살은 도반에게 돌리면 그만인 일. 중앙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우터 림은 지옥이 되기 시작했다.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위직에 오른다.

이후 도반은 지저분하고 골치 아픈 일을 모두 아우터 림에 버렸다.

아우터 림은 더욱더 지옥이 되기 시작했다.

반면 방주 시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반복한 결과.

도반은 부사령관의 자리에 올랐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아우터 림 출신인 자신이 부사령관 자리에 오르다니 꿈만 같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방주가 안정되어, 아우터 림에 더 버릴 것이 없었다.

방주에 일이 생길 때마다 아우터 림의 소행인 것처럼 공작했지만, 언더월드 퀸과 이그조틱에 의해 빈번히 실패했다.

뒷담이 들려온다. [고향을 팔아 승진했지만, 팔 고향이 없어지자 아무것도 못 한다]는.

도반은 초조해졌다.

도반에겐 꿈이 있었다. 방주를 자신의 왕국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아우터 림 출신인 자신이, 방주의 꼭대기에 위치한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비인간적인 방법을 쓸 수 있다는 것 외에 도반에게 재주는 없었다.

입지가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그 누구도 도반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중요 회의 자리에서 누락되고, 담당 니케마저 붙여주지 않는다.

이대로는 부사령관 자리는 고사하고, 군인으로서의 자리, 방주 시민으로서의 자리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공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도반은 무능하다.

그때. 필그림 도로시가 방주로 온다.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타이밍이 너무 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도반은 도로시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뒤를 캐기 시작했다.

도로시가 방주를 떠나 유토피아 호로 탐색 임무를 나갔을 때, 도청기까지 붙여가며 그녀의 목적을 알아내려 했지만.

대단한 것은 알아내지 못했다. 도로시에 대한 정보는 방주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정보가 없는 니케는 존재할 수 없다. 도반은 수소문 끝에 금서고의 존재에 대해 알아낸다.

부사령관이라는 직책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도반은 금서고를 뒤져보기로 한다.

하지만 금서고는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허가 없이 접근했다가는 제아무리 부사령관이라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 분명했다.

금서고가 자신의 출입을 허가해 줄 리가 없기에, 도반은 발만 동동 굴렀다.

그렇게 금서고 주위를 서성이기를 수일, 어떤 니케가 같은 곳을 서성이는 것을 발견한다.

도반은 어떤 형태로든 간에 기회가 올 것이라 직감했다.

그리고 기적은 일어났다.

방주가 정전되고, 잠시 후. 서성이던 니케가 책을 들고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도반은 그 니케의 머리를 쏜 후, 품에 안고 있던 책을 훔쳐 달아났다.

그 책에 쓰여 있는 모든 내용을 읽은 도반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금서고의 모든 자료는 그 자체만으로 공신력을 가지므로, 이 책의 내용은 신용할 수 있다.

도로시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신했다.

방주에 위기를 가져올 도로시를 처단하면, 자신의 입지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방주를 파멸시키려는 주동자를, 피해가 일어나기 직전에 처단한다.

방주의 위기를 사전에 알아채고 차단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아아. 도반. 방주의 수호자시여.

당신이 있기에 방주는 영원히 평화로울 것입니다.

도로시

···대답해요.

도로시

그걸 어떻게 알고 있냐고요.

도반

방주에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도반

왜 모를 거라 생각하지?

도반

그리고, 네 목적도.

도로시

··· ···.

도반

갓데스 스쿼드. 승리의 여신. 인류의 희망.

도반

그 전설의 니케 중 하나인 네가 이렇게 타락했을 줄이야, 안타깝군.

도반

방주는 절대 넘겨줄 수 없다.

도로시

···그렇군요. 다 알고 있었군요.

도로시

그래서. 뭘 어떻게 할 생각이시죠?

도반

뻔하지 않나. 방주의 민심을 어지럽히고, 위협하는 이방인을 처단한다.

도로시

··· ···.

도로시

하나만 묻죠.

도로시

왜 우릴 버렸나요?

도반

무슨 소리지? 너희가 방주를 버리지 않았나.

도로시

···뭐라고요?

도반

너희 갓데스 스쿼드는 너무 과한 것을 요구했다.

도반

방주의 절반을 요구했고,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요구했다.

도반

병력의 자유로운 운용을 요구했고, 끝없는 자원을 요구했다.

도반

방주의 시민들이 어떻게 되든 관심 없었고, 너희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을 요구했다. 끊임없이.

도반

무력까지 써가면서 협박하지 않았나! 그걸 방주의 힘으로 막아낸 것이고!

도반

그렇게 패배한 너희는 방주를 벗어나, 도망간 것이 아닌가!

도반

그럼에도 너희의 활약을 기리기 위해 신화로 격상해, 곳곳에 상징물은 물론 전설로서 전승되게 만든···!

도반

방주에게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이 무슨 행패인가!

도로시

··· ···.

도로시

당신. 우릴 직접 본 적이 있나요?

도반

···없다. 난 방주 출신이다.

도로시

··· ···.

도로시

아아. 그럼.

도로시

[그렇게 되어 있는] 거군요.

도반

··· ···.

도반은 알고 있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

방주로 들어온 갓데스 스쿼드가 어떤 꼴을 당하게 될 줄 알았던 금서고의 집필자가

갓데스의 퇴색을 막고자 악역을 자처한 것을 알고 있다. 갓데스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

지금 중요한 건, 복수심에 눈먼 이방인을 방주의 부사령관이 잡아내 공을 세우는 것이다.

도로시를 자극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 한다.

도반

전원! 방주에 헛소문을 퍼트려 민심을 어지럽히는 이 필그림을 반드시 생포해라!

도반

방주를 지켜라! 우리가 지금껏 쌓아온 것을 이방인이 망치게 두지 말아라!

도로시

잘도 말하는군요.

거짓말과 거짓말의 싸움이다.

도반의 말대로 갓데스의 행보가 [그렇게 되어 있다]면 버닝엄이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자신을 대했는지 이해된다. 하지만 상관없다.

도로시가 흔들어야 하는 것은 권력자가 아닌 니케와 시민이다.

도로시는 퀸이 강림했다는 결정적이고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을 쥐고 있다.

도반이 떠드는 도로시의 [진의] 따위는 눈앞에 닥칠 물리적 재앙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질 뿐이다.

두 거짓말은 언젠가 도마 위에 오르겠지만, 도로시는 승리를 자신한다.

거대한 진실이 있다면 그 과정에 섞인 작은 거짓말들조차 진실로 둔갑하기 마련이니까.

그 순간이 왔을 때 완벽하게 승기를 잡기 위해, 도로시는 무엇보다 민심을 장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도로시가 다시 양산형 니케들 사이를 헤집는다.

이 상황을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다. 제압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다.

하지만 피해자인 척을 할 필요가 있다. 대중은 약자의 편이다.

적당히 상대해 주고, 피해를 입자. 총은 절대 쓰지 말고, 절대 사망자가 나와선 안 된다.

나는 어디까지나 진실을 말한 대가로, 중앙 정부에게 보복을 당하는 입장이어야 한다.

도반의 이 행동이, 니케와 시민들에게 확신을 주게 될 것이다.

중앙 정부가 방주를 속이고 있다는 확신을.

도로시

조금 자둬요.

도로시의 무릎이 양산형 니케의 복부를 올려 친다.

양산형 니케의 허리가 숙여지며 신음을 내뱉는다.

그 순간

퍼--엉--!!

양산형 니케가 폭발한다. 수많은 조각이 비산한다.

도로시

···?

옆의 양산형 니케가 괴성과 함께 달려들며 도로시를 잡으려 든다.

도로시는 반사적으로 피한 후, 양산형 니케의 자세를 무너뜨린다.

퍼--엉--!!

양산형 니케가 휘청이다가 폭발을 일으킨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