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6: 신생18 / 21

Chapter.46: 신생

면회

[SCENE START]

도로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발소리가 더 가까워진다.

도로시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는다. 말을 걸지 않았으면 하는 의사 표현이다.

그때,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

메리 골드.

달칵.

도로시의 앞에 찻잔이 놓이는 소리가 들렸다.

맞은 편의 의자를 끌어당겨 앉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 동안의 정적.

맞은 편에서 차를 마시는 소리가 들려온다.

도로시는 눈을 뜬다.

찻잔에 찰랑이는 황금빛 액체를 바라본다.

도로시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찻잔에 손을 뻗는다.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맞은 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엔더슨

흠. 역시 차만 한 게 없군.

엔더슨

여전히 취향 하난 까다로워.

도로시는 그대로 멈췄다. 동공이 커진다.

떨리는 고개를 간신히 움직여 앞을 바라본다.

엔더슨은 도로시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도로시

··· ···.

엔더슨

도로시 아가씨.

도로시

지··· 휘관···.

엔더슨

이런. 늙어서 못 알아볼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도로시

어떻··· 게···.

도로시의 생각에 제동이 걸린다.

지금껏, 과거의 인물들에게 얼마나 농락당했던가.

피나. 릴리바이스.

도로시의 눈빛에 경계심이 떠올랐다.

도로시

···누군가요 당신.

엔더슨

··· ···.

엔더슨은 말없이 도로시를 바라본다.

도로시도 엔더슨을 말없이 바라본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던 도로시는 확신한다.

허상도,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괴물도 아니다.

예전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맞은.

자신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이다.

도로시는 눈물을 흘렸다.

도로시

살아··· 있었군요···.

엔더슨

짜쟌. 살아있었습니다.

도로시

아···! 아아···!!

엔더슨

미안하다. 미리 만나러 오지 못해서.

엔더슨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는 게 감방 면회라니 참 극적이야. 안 그래?

도로시

윽···! 으흑···!

엔더슨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엔더슨

그 고귀하신 아가씨가 감방에 오게 되다니.

엔더슨

애들한테 말해주면 진짜 좋아하겠어.

도로시

어윽···! 흐윽···!

엔더슨

너는 정말 하나도 안 변했군. 눈빛이 좀 표독스러워진 것 말고는 변한 게 없어.

엔더슨

나도 니케나 할 걸 그랬네. 나만 늙어가지고 이게 뭐야.

엔더슨

너 무슨 피부관리 같은 거 하냐? 아가씨만의 스킨 케어 방법 같은 게 있으면 공유 좀 해줘.

도로시

조용히···! 하세··· 요···!

도로시

지금 울고··· 있잖아요···!

엔더슨

그만 울어. 나도 눈물 날 것 같으니까.

엔더슨

나이를 먹으니 눈물만 많아져서 큰일이야 나도.

엔더슨

뭐 이것저것 챙겨 먹고는 있는데 영 예전 같지 않네.

도로시

그러니까···! 조용히 좀···! 하시라고요···!

엔더슨

하··· 것 참.

엔더슨

울지 말라니까.

면회실에는 도로시의 울음소리만 들린다.

도로시는 차를 입에 가져다댔다.

도로시

나쁘지 않네요. 찻잎도 좋고, 잘 우렸어요.

엔더슨

좀 전까지 질질 짜다가 우아한 척 해 봤자.

도로시

···그 얘기, 언제까지 할 건가요?

엔더슨

글쎄. 릴리스한테 얘기해줄 때까지?

도로시

··· ···.

엔더슨

나는 이미 안다.

엔더슨

퀸 그 빌어먹을 놈이 릴리스의 몸을 강탈했다는 걸 알아.

엔더슨

그거 죽여야 돼. 반드시 죽인다.

엔더슨

그런데 넌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도로시

···얘기는 이미 다 전해 들었을 텐데요.

엔더슨

그래. 그래서 물어보는 거야.

엔더슨

당장에 달려가서 퀸의 목을 따버려도 시원찮은 판에, 여기서 뭘 하는 거냐고 물었다.

엔더슨

자아 찾기 여행 중이야?

도로시

그러는 지휘관은···!

도로시

그러는 지휘관은 살아있었으면서 지금껏 뭘 한 건가요!

도로시

그리고 제가 방주에 왔는데 왜 지금까지···!

엔더슨

진정해. 다 설명해 줄 테니까.

엔더슨

음··· 과거 얘기는 오랜만이군. 두근거려.

도로시

장난하지 말고요!

엔더슨

일단 나는···.

엔더슨

아크 가디언 작전 중에 사경을 헤맸는데, 릴리스가 나를 강제로 방주에 집어넣었어.

엔더슨

···인사도 못 하고 그렇게 가버린 것. 미안하다.

도로시

··· ···.

엔더슨

그렇게 방주로 와서 치료를 받고, 목숨줄은 어떻게든 붙였는데.

엔더슨

깨어나 보니 시간이 수십 년은 지나있더군.

엔더슨

V.T.C.놈들이 나를 강제로 혼수 상태로 만들어 놨더라고. 그 긴 시간 동안.

엔더슨

세상에. 그런데 쓰라고 개발한 기술이 아닐 텐데 말이지.

도로시

···V.T.C.가 지휘관을 견제하기 위해서··· 였죠.

엔더슨

그래. 버닝엄한테 얘기 들었지?

도로시

아뇨. 책에서 봤어요.

엔더슨

아, 그 책이군. 잘 썼어. 내 활약을 조금 축약해서 써놓긴 해서 맘에 안 들지만 괜찮은 책이야.

엔더슨

아무튼 그렇게 죽은 듯 잠만 자다, 아서라는 양반한테 도움을 받아서 깨어났다.

엔더슨

깨어나서 보니 몸은 엉망이지, 너희는 필그림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더라고.

엔더슨

뒷조사를 좀 해봤다. 왜 이 꼬라지가 됐는지,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다 동원해서 알아봤어.

엔더슨

원흉을 알아냈지. V.T.C.였다. 반전 하나 없는 아주 뻔한 결말이었어.

엔더슨

몸 좀 만든 후에, 뭐 주요 인사들이 모이는 행사 같은 걸 한다더라고?

엔더슨

그래서 거기 가서 인사 좀 해줬어.

도로시

다 죽였군요.

엔더슨

그래. 다 죽였다. 대장은 놓쳤지만.

엔더슨

그 공적을 인정받아··· 하하. 정적을 날려준 공적이겠지만.

엔더슨

부사령관 자리에까지 올랐지.

엔더슨

그 후에 너흴 만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엔더슨

그런데 너희는··· 너무 잘 도망 다녔어. 잡을 방도가 없었지.

엔더슨

그리고 성격들이 좀 바뀌긴 했지만···.

엔더슨

···여전히, 인류를 위해 싸우고 있더군.

도로시

··· ···.

엔더슨

당장에 내가 올라가고 싶었지만, 전용 치료 시설이 없으면 하루도 못 버티는 몸뚱이가 되었고

엔더슨

누구를 시키자니 지상에서의 사망률이 너무 높았어.

엔더슨

그래서 그냥 뒀다.

엔더슨

필그림은 인류에 호의적이니, 절대 공격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는 지침만 내리고.

도로시

그래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볼 수 있었을 거잖아요.

엔더슨

··· ···.

엔더슨

내가 무슨 낯짝으로.

도로시

··· ···.

엔더슨

아크 가디언 작전 막바지에 방주로 도망쳤고.

엔더슨

그 이후로 수십 년 동안 너희를 버려뒀다.

엔더슨

자의든 타의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엔더슨

그래서 그냥 지켜보며 돕기로 했다.

엔더슨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권력만 있는 사람이니까.

도로시

그래도···!

엔더슨

만나고 싶었다.

엔더슨

하지만··· 뭐 그래. 그러지 못했어.

엔더슨은 자신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탕탕. 하며 강철 음이 들려왔다.

엔더슨

난 이제 너희와 같이 전장을 누비는 지휘관이 될 수 없으니까.

엔더슨

쪽팔려.

도로시

··· ···.

엔더슨

그래서 일선에서 물러난 후, 지상 탈환을 위해 뭐 이것저것 했다.

엔더슨

엉망으로 굴러가던 군부를 정리하고, 전투 교범을 새로 만들고··· 나름 열심히 했지.

엔더슨

하지만 너무 엉망인 상태였어. 지상 탈환전이 두 번이나 실패한 뒤라 방주가 개판이었지.

엔더슨

그래서 계속 수습하면서 지내고 있어. 지금까지.

도로시

··· ···.

엔더슨

··· ···.

엔더슨

자, 그럼 얼추 사연팔이는 된 것 같고.

엔더슨

방주에 온 너를 왜 만나러 가지 않았는지가 궁금하지?

엔더슨

그렇게 멋지게 천사님처럼 쨘-하고 등장해서 모를 리가 없었을 텐데 말이야.

도로시

예. 한번 말해봐요.

엔더슨

모든 사정을 다 알고 있는 상태였다.

엔더슨

네가 방주로 온 이유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

엔더슨

그래서 안 만나러 간 거야.

도로시

무슨 소린가요 대체.

엔더슨

네가 같이 방주를 부수자고 했으면, 그러자고 했을 테니까.

엔더슨

너랑 같이 방주 박살 내고 에덴 만세 했을 테니까.

도로시

··· ···.

엔더슨

방주는 중요해. 밉든 싫든 인류 최후의 터전인 건 변함이 없다.

엔더슨

어떻게든 지키는 게 맞아.

엔더슨

그래서 버닝엄한테 부탁한 거야.

엔더슨

버닝엄은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하거든. 감도 좋고. 과체중 말고는 단점이 없는 인재지.

엔더슨

가서 도로시의 진의를 파악해 달라.

엔더슨

만약 도로시가 예전 그대로라면 방주는 도로시를 도울 것이고.

엔더슨

만약 도로시가 방주를 부수려 든다면.

엔더슨

··· ···.

도로시

저를 죽이라고 했나요?

엔더슨

그래.

도로시

지휘관이. 저를.

엔더슨

타락한 과거 동료를 어쩔 수 없이 베야 하는 용사. 제법 인기 있는 전개지.

엔더슨

반대로.

엔더슨

타락한 과거 동료의 사상에 동조되어, 마왕군에 붙는 용사.

엔더슨

이것도 제법 인기 있는 전개야.

도로시

··· ···.

엔더슨

···여전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도로시

지휘관.

도로시

저는 많이 바뀌었어요.

엔더슨

아니.

엔더슨

너는 그대로야.

엔더슨

나는 알아.

엔더슨

너는 여전히 독한 척은 혼자 다 하지만.

엔더슨

결국엔 정에 이끌리고 대의를 위해 희생해.

엔더슨

··· ···.

엔더슨

방주에 붙어라. 도로시.

엔더슨

퀸이나 잡으러 가자고. 그 새X 생각하면 내가 잠이 안 와.

도로시

··· ···.

엔더슨

그래. 뭐 오랫동안 복수 복수 이만 갈고 있었으니 쉽지 않겠지.

엔더슨

하지만 도로시.

엔더슨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건.

엔더슨

할 생각이 없었다는 거다.

지잉-

엔더슨

음. 잠시만 실례하지.

엔더슨이 핸드폰을 꺼내 든다.

엔더슨

그래. 날세.

엔더슨

아아. 그래. 금방 돌아가겠네. 오랜 지인을 만나서 말이야.

엔더슨

요즘은 상태가 괜찮으니 그리 자주 검사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엔더슨

아아. 알겠네. 금방 가겠네.

엔더슨

그래. 이따 보도록 하지.

삣-

도로시

···말투가 많이 바뀌셨네요.

엔더슨

그래도 부사령관이니까. 위엄 좀 세워야지.

엔더슨

하지만 나는 과거 그대로다.

엔더슨

몸뚱이가 망가지고 늙었지만, 마음만은 예전 그대로야.

엔더슨

너는 어떻지?

도로시

··· ···.

엔더슨

간다. 또 올게.

엔더슨

간수 말 잘 듣고, 탈옥하려고 하지 말고.

도로시

···지휘관.

도로시

뭐가 어떻게 됐든.

도로시

다시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엔더슨

··· ···.

엔더슨

거 참. 나이 들어서 눈물 많아졌다니까 그러네.

아니스

오 이거 먹어봐. 민트 초코 맛 해물 과자라던데.

네온

으엑. 뭔가요 그 혼종은.

라피

뭔가 미식의 영역에 있는 과자 같네.

라피

도로시가 먹고 판단해 줄 거야. 입맛이 까다로우시거든.

도로시

안 먹어요.

선택지

아니스

괜찮지. 내가 보기에 이름 때문에 망했어 그거. 이름만 바꾸면 대박칠 걸?

라피

만두를 왜 이렇게 많이 산 거야?

네온

그 가게 화력이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그 화력이면 맛이 없을 수 없죠.

네온

도로시도 냄새 한번 맡아볼래요? 불향이 아주 그냥.

도로시

됐어요.

라피

그럼 이거. 꽃빵이라는 건데, 안에 팥이 들었어.

도로시

꽃빵인데 팥이 왜 들어있죠.

라피

글쎄. 모양이 꽃이라서?

선택지

네온

엇 저 책에서 읽었는데, 예전에는 붕어빵에 진짜 붕어 넣었대요.

아니스

너 대체 무슨 책을 읽고 다니는 거야.

아니스

그나저나 도로시 너 왜 이렇게 안 먹어. 이거 다 너 먹으라고 사 온 거야.

도로시

그런 것 치곤 여러분들이 지금 다 드시고 계시는데요.

아니스

아 먹으라고 떠먹여 줘도 안 먹잖아.

도로시

떠먹여 주진 않았죠.

아니스

자자. 그럼 아~ 해. 아~앙~

도로시

··· ···.

아니스

거 봐. 떠먹여 줘도 안 먹는구만.

네온

그럼 저한테 줘요. 아~앙~

아니스

얍.

네온

우푸풋. 손가락을 왜 넣는데요!

도로시

···다 드신 것 같으니 이만 가주시겠어요?

선택지

도로시

하아···.

30분 후.

아니스

아~ 잘 먹었다.

라피

갈까 그럼.

네온

예. 가는 길에 커피라도 좀 마셔요. 배가 터질 것 같거든요.

선택지

도로시

···진짜 간다고요?

선택지

도로시

뭔가 할 말이 있어서 온 거 아니었나요?

라피

사실은 아니스가 네 죄수복 입은 모습을 싶다고 해서 왔어.

아니스

야! 너도 보고 싶다고 했잖아!

네온

그런데 시간이 좀 됐는데 옷이 무지 깨끗하시네요? 혹시 서서 주무시나요?

도로시

···하아. 알겠어요. 얼른 가요.

라피

혹시 뭐 전해줄 편지 같은 거 없어? 감방에서 밖에 편지 많이 쓰잖아.

아니스

오, 그래. 라피도 전과자니까 잘 알아.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

라피

···난 질풍노도의 시기 때··· 잠깐의 실수를···.

네온

그럼 도로시랑 라피가 같은 스쿼드가 되면 범법자 스쿼드네요?

아니스

리얼 카인드니스 애들이 그렇지 않나.

도로시

···가주세요.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