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6: 신생17 / 21
Chapter.46: 신생
가엾고 슬픈
[SCENE START]
도로시와 버닝엄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10분이 넘는 시간. 도로시는 슬슬 초조함을 느꼈다.
입을 떼려는 순간, 버닝엄이 입을 열었다.
너무 서둘렀어.
니케들과 시민들을 선동해서 3차 지상 탈환전이라니.
그런 게 가능할 거라 생각했나?
당신들이 너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답답해서 그랬죠.
퀸이 내려온 건 정말인가 보군.
예. 맞아요.
에덴이 괴멸된 것도 정말이겠고.
··· ···.
갓데스의 도로시인 것도 정말이겠군.
그래요.
··· ···.
그래. 그건 알고 있었어.
···뭐라고요?
네가 갓데스의 도로시라는 것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방주에서는 전설 취급 아니었나요? 그런 걸 믿었다니, 방주의 부사령관이나 된 인간이-
처음 만났을 때 네가 물어본 것이 있어.
누군가의 이름을 대며, 그 이름을 모르냐고 물어봤었지.
··· ···.
오스왈드.
내 조부님이야.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
도로시가 벌떡 일어났다.
당신···!!
앉아 줘. 소란을 피워서 좋을 건 없으니.
설명할게.
그래야 할 거예요.
도로시가 자리에 앉는다.
나는 너를 의심했어.
네가 정말 갓데스의 도로시가 맞는지 의심했지.
네 속내는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어. 방주를 부수거나 빼앗을 의도가 너무 보였지.
하지만 처분하지 못했어.
조부님의 기록상에서 너는, 그 누구보다 빛나는 승리의 여신이었으니까.
···!!
··· ···.
조부님은. 오스왈드 할아버지는.
너희를 지키기 위해 오명을 뒤집어썼다.
무슨··· 소린가요.
···아크 가디언 작전 종료 후, 방주는 갓데스 스쿼드의 처분에 대해 고민했어.
중앙 정부를 아득히 뛰어넘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확신했지.
그래서 방주로 돌아오는 날,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갓데스를 추락시키려고 했어. 우상에서 끌어내리려고 했지.
··· ···.
조부님은 갓데스의 광팬이셨어. 그 누구보다.
아크 가디언 작전의 총책임자를 맡으실 정도로 높은 위치에 앉아계셨지.
···그래서, 갓데스 스쿼드를 버렸다.
방주로 돌아온 우상이, 망가질 것이 너무 눈에 보였기 때문이야.
그걸··· 지금 저보고 믿으라고···!
그래. 증거는 없지. 하지만.
당시의 중앙 정부에는 도반 같은 놈들이 득실댔다.
···거짓말도 좀 입을 맞추고 하는 게 어때요?
도반이 말한 것과는 내용이 너무 다르네요.
도반의 말은 거짓말이야.
그렇게 말하면 제가 믿을 거라 생각하나요?
이 이상 얘기할 수 있는 건 없어.
도반은 너를 자극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어. 이게 전부야.
그게 어떻게 피나가 어떻게 떠났는지 알고 있는 거죠.
··· ···.
조부님은 임시 캠프의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다고 해.
그걸 책에 남겼고.
다··· 듣고 있었다고요.
그래.
···원래는 더 기다리려고 했던 모양이야. 섣불리 움직이면 발각될 수 있었으니까.
···너한테 그런 일이 생긴 후, 예정을 앞당긴 거야.
갓데스가 무너질까봐.
··· ···.
왜 말하지 않았죠.
당신이 말한 게 사실이라면, 왜 그때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버렸냐고요.
[방주에 들어오면 당신들은 시험대 위에 올려지고, 정치적으로 말살될 것이며, 온갖 누명을 쓸 것입니다.]
라고 얘기한다면 갓데스는 방주로 왔을 거다. 그럴 리가 없으니 직접 확인하겠다고.
방주를 그만큼 신용했을 테니까.
[방주에 문제가 생겼으니 나중에 연락하겠습니다.] 라고 얘기한다면 갓데스는 방주 입구를 떠나지 않았을 거다.
방주를 그만큼 걱정했을 테니까.
조부님 입장에서는, 적절히 현실감 있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었어.
방주로 오지 않게 할 거짓말을.
비록 그게 증오나 분노, 복수심으로 인한 것일지라도.
시간이 흘러, 갓데스가 다시 방주로 와서 복수를 할지언정.
방주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게 하고 싶으셨겠지.
그럼 그 이후에 저희를 다시 부르지 않은 이유는요.
방주는 오랫동안 V.T.C.가 지배하고 있었어. V.T.C.는 너희의 존재를 절대 용인하지 않았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너무 큰 힘이었거든.
그래서 조부님은 갓데스 스쿼드가 탈주했다고 거짓 보고를 올렸다.
···추후, V.T.C.가 괴멸하는 일이 일어나 상황이 좋아졌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지. 너희를 찾을 방법이 없었어.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도 다 알았고.
방주에 온 제 정체도 알고 있었고, 제 목적도 알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왜 잠자코 있었죠? 저를 모독하고 싶어서?
좀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너를 의심했어.
그렇게 버림받은 네가, 방주에 복수를 하러 온 게 너무 뻔했으니까.
그래서 계속 지켜봤어. 지금까지 계속.
네가 [과거]의 도로시인지, 지금의 복수심에 눈먼 도로시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결론을 내렸어.
당신의 조부님이 슬퍼하겠군요. 과거의 도로시가 지금 이렇게 되어서요.
그런데 그거 아나요? 제가 이렇게 된 건 모두 당신들 때문-
미안하다.
도로시가 굳는다.
뭐··· 라고요?
미안하다. 방주를 대표할 순 없겠지만, 사과하겠다.
제가··· 그딴소리나 들으려고···.
도로시.
너는 방주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
저는··· 방주를···.
빼앗··· 고 복수를···.
아니야.
너는 못 해.
내가 너를 지켜본 결과 결론을 내렸다고 했었지.
내 결론은 이거다.
너는 방주에 복수할 수 없어.
--!!
지금 당장이라도 방주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어요!
그렇겠지. 하지만 못 해.
힘과 능력, 카리스마까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어.
굳이 길을 돌아갔어.
몇 번이나 방주를 위기에서 구해줬고.
니케와 사람들의 감사 인사에 기뻐했지.
네 말대로 당장이라도 복수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어.
이번 건으로 더 확신하게 됐어. 도반에게 총 한 발 쏘지 못하는 너를 보고 확신했어.
너는 못 해.
갓데스니까.
승리의 여신이니까.
너는 방주에 복수할 수 없어.
···!!
··· ···.
가엾다.
그 오랜 시간 복수를 꿈꿔왔으면서, 짧은 인정과 경의 따위에 바로 마음을 푸는 게.
안타깝다.
그럼에도 니케를, 인간을. 인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네가.
슬프다.
좋을 대로 이용만 당할 뿐, 복수할 생각과 능력이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너의 그 바보 같음이.
당신이···!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딴 식으로···!
그렇기에.
너는 아직까지 승리의 여신인 거야.
···!!
··· ···.
너를 이대로 가만히 둘 수 없어.
적인지, 아군인지 확실히 해줘.
적이라면 쓰러뜨릴 것이고.
네가 아직 승리의 여신이라면, 방주는 너를 돕는다.
반드시 돕는다.
너를 다시 승리의 여신, 인류의 희망, 갓데스가 되도록 돕겠다.
더 이상···. 말하지··· 말아줘요. 제발.
또 희망을 가지게 될 것만 같으니까.
··· ···.
버닝엄이 책 한 권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도로시라는 제목의 낡은 책이다.
조부님이 직접 수기로 남긴, 너에 대한 기록이야.
읽어 줘. 너라면 읽을 자격이 있으니까.
··· ···.
버닝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뒤돌아 나간다.
테이블 위의 책을 멍하니 보고 있는 도로시를 바라본다.
··· ···.
버닝엄이 도로시를 바라보고 똑바로 선다.
도로시가 고개를 들어 버닝엄을 바라본다.
···언젠가, [도로시]를 만나게 되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어.
버닝엄이 경례한다.
인류를 위해 싸워준.
안돼. 하지 마.
하지 마!
갓데스 스쿼드에게 감사를.
문이 닫힌다.
도로시는 허공을 바라본다.
··· ···.
···아.
···아아···.
어떻게 이렇게, 이렇게나 바보같이.
이렇게나··· 쉽게···.
하, 하하···.
그날 저녁.
도로시는 버닝엄이 건네준 책을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
갓데스에 대한 죄책감으로만 가득 차 있는 페이지를
도로시는 밤새도록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날이 밝았다.
중앙 정부의 고위 인사가 면회를 요청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도로시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불편한 자리일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도로시는 몸을 일으켰다.
도로시는 면회실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상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마음을 아직 정하지 못한 도로시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도로시의 등 뒤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