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apter.46: 신생12 / 21
Chapter.46: 신생
복잡한 마음
[SCENE START]
며칠 후. 에덴.
··· ···.
요한은 마음이 복잡하다.
퀸과의 전투 이후 단 한 번도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다.
뼈아픈 패배는 요한의 마음에 깊게 자리 잡았다.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요한의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유타 본체의 침식.
···치명적이군.
괜찮다. 녀석이라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상황을 타파할 거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라며, 갑자기 나타나서는 뻔뻔하게 우쭐대겠지.
침식에 걸렸다며.
그것까지 포함해서 괜찮다.
난 나유타를 믿는다.
믿는 건지 낙천적인 건지 원.
그 녀석은 언제나 우리에게 모든 걸 말해주지 않았지만.
언제나 뒤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덕도 많이 봤었다.
그러니 괜찮다. 믿는다.
···좋다.
나도 승려를 믿겠다.
생각해 보니, 그 음흉한 녀석이 그렇게 무력하게 당하기만 할 리가 없다.
뭔가 비장의 수가 있을 거라 믿겠다.
미러라 불리는 랩쳐의 참모.
퀸이 만들고 있다는 신생 랩쳐.
앨트루이아, 에고비스타라는 새로운 헬레틱. 더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있을 것이다.
머리만 남은 채 에덴으로 온 리버렐리오.
대파되어 현재는 아무런 반응이 없이, 뇌파만 살아있는 장화.
레드 슈즈라 이름 붙여진 정체불명의 무장.
새로운 것, 낯선 것이 에덴으로 계속 모여든다.
요한은 보수적이다.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오랜 지상 생활이 요한의 그런 성격을 더욱 극단적으로 만들었다.
··· ···.
철퍽.
요한이 뭔가를 밟는다.
미간을 찌푸리는 요한. 발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끈적한 검은 액체가, 군화와 바닥을 잇는다.
··· ···.
요한은 머리가 아프다.
눈앞의 문을 열기가 두렵다.
하지만 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
요한은 짧은 심호흡을 한번 한 뒤, 문을 열었다.
지잉-
야--!! 너 내가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랬지--!!
언니가 줬어.
언니 누구! 지즈가 줬어?
어? 으, 응? 나 아닌데에···.
그럼 누구야!
아··· 미안. 내가 줬는데. 주면 안 되는 거였어?
자꾸 간식만 집어 먹으니까 얘가 밥을 안 먹잖아!
아니 애들이 먹고 싶은 걸 먹고 지내야지.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 하기 싫어도 해야지!
어머. 갑자기 삶의 진리 같은 걸 얘기하고 있네.
음··· 이건 확실히 무겁다.
그렇지? 못 들겠지?
···무겁다고 얘기했지, 못 든다고 하진 않았다.
흐읍···!
···우와. 집게를 들었어? 유사 인간이?
이 정도다. 너도 들어봐라.
네 무기 말이지? 까짓거 한 손으로 든다 내가.
흐읍···!
··· ···.
어, 뭐야. 너 이거 어떻게 들고 다니는거야.
물론, 힘으로 들고 다닌다.
서브 암이 무게를 분산시켜 주고 있어요. 힘만으로는 절대 못 들죠.
뭐야. 거짓말쟁이네?
무게를 분산시켰어도, 드는 건 내 힘으로 드는 거다.
맞는 말이다. 분산된 무게의 총량은 변하지 않지.
똑똑한 바하무트가 알려주겠다. 무게 총량의 법칙이라는 거다.
그런 법칙은 없어요.
착각했다. 무게 보존의 법칙이던가?
그런 것도 없는데요.
흥. 네가 뭘 안다고 잘난 척하는거지? 똑똑한 바하무트의 지식을 얕보지 마라.
실례지만, 읽고 있는 책은 뭐죠?
공책이다. 원래 책이었지만 공책이 되었지.
똑똑한 바하무트가 이 책의 지식을 모조리 흡수해 버려 공책이 되었다.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네요.
어머어머. 세실. 얘 이마 좀 봐. 엄청 매끈매끈해.
이···! 이마 만지지 말라고!
세상에. 거울로도 쓸 수 있겠어.
반짝반짝.
흐헤헤. 눈부시다아~
으아~ 내 눈~
··· ···.
아, 아니이···. 햇빛이 너무 눈부시다고오···.
··· ···.
문을 여는 순간, 요한의 머릿속을 맴돌던 골치 아픈 생각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할 방법을 찾기 위해, 뇌가 모든 정보력을 동원한다.
기억을 더듬어, 이런 상황을 정리했던 말을 내뱉는다.
조용히 해라.
조금도 조용해지지 않는다.
요한은 머리가 아프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다.
소란의 중심, 모두에게 소리치는 대상에게 다가간다.
··· ···.
뭐, 뭐야.
네가 리더인가?
일단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지금 상황에 대해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포비스트라고 했나?
응.
헬레틱.
응.
퀸을 만들었다고.
응.
···그 녀석의 동료.
응.
···뭐든 동료로 만들고 보는군.
이야기는 미리 전해 들었다. 너희는-
요한은 갑자기 다리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에 놀랐다.
아래를 내려다본다.
소녀가 요한의 다리를 붙잡고 있다.
안아 줘.
··· ···.
어머어머. 어린애가 벌써부터 얼굴 밝히는 것 좀 봐.
요한이 무시하고 얘기를 이어간다.
이야기는 미리 전해 들었다. 너희-
안아 줘.
···는 뭐가 목적이지? 단순히 우릴 도와준다고는 생각할 수 없-
안아 줘.
···으니 목적에 대해 확실히 알려주길 바란다. 우리가 맞서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
안아 줘.
··· ···.
요한이 허리를 숙여 소녀를 들어 올린다.
팔을 쭉 뻗고, 들어 올린 소녀를 바라본다.
··· ···.
꺄하. 안아 줘.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모른다.
그냥 안으면 되잖아. 폭- 하고.
··· ···.
요한이 어색한 움직임으로 소녀를 품에 안는다.
소녀는 빠르게 잠들었다.
···잔다.
그렇네. 아무한테나 안겨서 잘도 자네.
계속 이러고 있어야 하나?
응. 내려놓으면 난리 날걸.
난리라니.
울고불고 소리치고 막 그래.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지?
뭐··· 깨어날 때까지?
··· ···.
요한은 품에 안겨 잠든 소녀를 바라본다.
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괴롭히던 생각들이 깔끔하게 사라진다.
소녀를 안고 있는 것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 요한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세실은 그런 요한의 모습을 처음 봤고.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좋아.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겠어.
협력할게.
상대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줘야 하나?
그럴 필요 없어. 만났으니까.
··· ···.
그래. 그게 퀸이었구나. 어쩐지···.
그거, 놔두면 어떻게 돼?
모른다. 아무것도.
스노우 화이트의 말에 따르면 새로운 세력을 구축 중이라 한다.
그 의미는, 그것들만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공존 같은 건 꿈꾸는 소리겠지.
··· ···.
레비아탄은 요한의 품에 안겨 잠든 소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이유면 충분해.
협력할게.
···그래.
그럼, 남자의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야?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알겠어. 기다릴게.
··· ···.
그 애. 안 무거워?
요령이 생겼다. 무겁지 않다.
아··· 그래.
소녀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뜬다.
요한의 품을 벗어나 어디론가 달려간다.
···?
앗. 야, 야! 어디가!
아잇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네 정말!
레비아탄이 소녀의 뒤를 쫓는다.
요한도 일어나 뒤를 쫓는다.
소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에덴 내부를 달린다.
요한은 소녀의 동선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지금 향하는 곳은 분명히-
지잉-
··· ···.
소녀는 잠든 듯 누워있는 마리안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든다. 마리안은 깨어나지 않는다.
소녀가 손을 뻗어 마리안의 가슴에 얹는다.
아무런 고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소녀는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린다.
두개의 고동이 느껴진다.
소녀는 마리안을 계속 바라본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