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NTER HEAVEN11 / 15
ENTER HEAVEN
쏘아져나간 탄환은 : A
[SCENE START]
선택지
응.
누구의 추천을 받고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아우터 림 태생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던 걸로 기억해.
입단 초반에는 조용하고 성실하고, 헌신적인 모습이었지.
함께 아우터 림의 순찰을 돌기도,
방주로 가 아우터 림의 인권 향상을 외치기도 했어.
다른 동료들이 나서기 꺼려 하는 장소에도 거리낌 없이 가서,
어떤 폭력과 폭언, 무시를 당해도 의연하게 버텨냈지.
녀석이 나와 방식은 다를지언정, 동료··· 라고 생각했었던 것도.
이때 보였던 헌신적인 모습 때문이기도 했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용하던 녀석은 점점 의견을 내고, 목소리를 높이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었어.
내가 중앙 정부와 만나러 간다며 아우터 림을 비웠던 사이에,
엔터 헤븐 안에 작은 세력을 만들 정도로··· 큰 영향력을.
테러··· 를 하겠다고?
쾅-!!
지금 제정신이야?!
워워, 진정해.
왜 그렇게 열을 내고 그래?
테러라니. 그렇게 무서운 단어로 말하지 마.
그저, 방주는 워낙 밝은 곳이라 우리 같은 어두운 놈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조금 더 잘 보일 수 있게, 불꽃놀이를 해주자는 거야.
불꽃놀이 같은 말로 포장하지 마.
네가 갖고 온 이 계획서가 테러가 아니라고?
중앙 정부의 주요 시설에 몰래 폭탄을 설치해서 터트리겠다는 게, 어디가···!
그렇게 하면 방주의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거야. 대참사가 일어날 거라···.
그걸 왜 우리가 신경 써야 하지?
방주 놈들의 목숨은 방주의 높으신 분들이 알아서 해결할 일이야.
방주 놈들이 아우터 림에서 얼마나 많은 녀석들이 병으로 죽어가는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빛을 보지 못해 눈이 멀어가는지.
얼마나 많은 놈들이 쓰레기에 섞여 들어온 폭탄을 잘 못 건드려서 터져 죽는지.
아무리 목이 터져라 외쳐도 신경 쓰지 않던 것과 같은 일이잖아?
환경에 의해 죽는 것과 우리가 사람을 죽이는 건 다른 이야기···!
게다가 우리랑은 달리, 방주에는 무려 초 고성능의 A.I.가 관리까지 해주고 있잖아.
왜 그래~ 리더. 경험해 본 적 없는 것처럼.
너무 그렇게 모른 척 안 해도 돼.
리더가 방주에서 왔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까.
너···.
당신···! 리더를 방주 출신이라고 몰아가지 마시지 말임다!
리더가 아우터 림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말하는 검까!
알지 알지, 그럼~ 잘 알지.
우리 리더께서 아우터 림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리더가 오고 나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지.
그걸 어떻게 모르겠어.
리더, 넌 좋은 사람이야.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
이 아우터 림에서 네 은혜를 받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 ···.
네가 그렇게 노력한 걸 알고 있으니까,
나를 포함한 모두가 지금까지 얌전히 네 [착한] 방식을 따랐던 거야.
다른 놈들이라면 어림없지.
넌 정말로 모든 걸 다 버리고, 맨몸으로 이 아우터 림에 들어와,
우리와 몇 년이고 함께 살면서,
이 빛 한 점 없던 어두운 쓰레기 장에 전등을 켜놨으니까.
그런데··· 그 결과가 어땠지?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
아무도 우리의 말을 기억하지 않아.
왜?
자극적이지 않으니까.
··· ···.
방주 놈들은 말이야,
일상이 지나치게 평화로워서, 날 때부터 너무 많은 걸 갖고 있어서.
착하고 예쁘게 우리의 말을 들어달라고 외쳐봤자,
거들떠도 보지 않거든.
아무 자극이 없으면 지루하다며 관심조차 가지지 않아.
그러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게 왜 테러로 이어지는데?
테러라니. 자꾸 그렇게 무서운 단어로 말하지 말라니까?
리더가 원래 해왔던 대로, 방주에 가서 우리의 생각을 말하되,
아주 조금만 자극적이게 우리의 목소리에 양념을 넣어보자는 거야.
우리 [아웃로]들의 방식으로.
그것들이 자극적으로 느낄 수 있게, 게임을 해보자는 거지.
우리가 폭탄을 터뜨리기 전에 먼저 발견하면 방주의 승리.
방주가 발견하기 전에 먼저 터뜨리면 우리의 승리.
다만···.
그놈들은 너무 많이 가졌고.
우린 가진 게 애초에 없었으니.
공평해지자는 의미로 아주 조금만, 그놈들에게 불리한 [룰]을 적용해 보자고.
우리는 모든 계획을 알고 있고, 그들은 모른다는 아주 약간의 불리한 룰을.
그럼 녀석들도 이 자극적인 게임을 보고,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될 거야.
내가 보증하지.
그러니까···.
크로우가 엘리시온 하퍼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이번 한 번은 내 방식대로 해보려 하는데,
허락해 주지 않겠어?
리더.
··· ···.
···날 찍어 눌러서라도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눈빛.
자극적인 말투.
[우리]를 뭉치게 하고,
범죄 행위를 정당화해서 가볍게 여기게 만들어주는 달콤한 말들.
··· ···.
··· ···.
녀석은 매력적인 선동가였고.
그 말에 동조하듯 모두가 점점 크로우의 말에 몰입해갔지.
···그때 생각했어.
리더.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착한 아이들의 반항이 아니야.
[혁명]이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불꽃과 피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혁명.
그건 리더의 방식으로는 이루지 못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대신해주겠다는 거야.
이 일은 반드시 막아야겠다고.
아니.
허가할 수 없어.
그래. 네 말이 맞아.
내 방식은 착하고 심심해서 방주 사람들에게 아무런 자극을 줄 수 없지.
그래서 자극을 주고 싶다는 건 알겠어.
그럼 우리의 이름을 알릴 수 있을지 몰라.
하지만.
사람을 죽게 하는 건 다른 이야기야.
그건 저들에게 우리··· 아니, 아웃로들에게 총을 들이대도 된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네 말대로 우린 저들보다 가진 게 없어.
그건 무력도 마찬가지라는 얘기야.
···그렇겠지.
저들이 작정하고 우리의 피를 보려고 들어오면,
방어는커녕, 도망치기에 바쁘겠지.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무력의 차이가 있을 테니까.
우리는 이전에 방벽을 넘어보기라도 했으니 어떻든 방벽을 넘어 도망쳐 보려고라도 하겠지만,
아우터 림의 다른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은.
병든 이들은.
노인들은.
누가 보호하지?
··· ···.
중앙 정부뿐만 아니야.
언더월드 퀸과 우리가 우호 협약을 맺을 수 있었던 건,
우리의 방식이 피를 봐서라도 우리를 알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인권만을 주장하기 때문이기도 했어.
그 협약 역시 어그러질 수 있다는 거야.
그럼 우리가 수년간 노력해서 이룬 질서를, 다시 잃어버릴 수 있게 된다는 거라고.
···질서, 라.
그러니 이 계획은 절대 허가할 수 없어.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라도, 절대.
모두···.
모두를 위해서라.
중앙 정부가 아웃로 모두에게 총을 들이대는 게 무서워서··· 라고.
그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지 않나?
우리가 늘 외쳐오던 말들 중, 단어 몇 개만 바꾸면 될 일이야.
단어?
아우터 림을 빛으로, 아웃로를 빛으로··· 가 아니라.
우리가 빛을 향해 간다는 의미로,
[엔터 헤븐은] 빛으로.
라고 슬로건을 내거는 거지.
!!
그럼 정부 녀석들도 아웃로 전부가 아니라,
[엔터 헤븐]만을 타깃으로 삼게 될 거잖아?
그건···.
하지만··· 좋아!
리더가 뭘 걱정하는지는 잘 알겠어.
크로우가 계획서를 다시 집어 들었다.
이번 계획은 없던 일로 하지.
···이해해 줘서 고맙다.
뭘, 이래야 리더지.
크로우가 뒤돌아 나가다, 멈춰 섰다.
하지만 리더.
이건 알아야 할 거야.
모두가 너처럼 아우터 림의 전부를 생각하진 않고,
···인내심 또한 깊진 않다는걸.
크로우가 방 밖으로 나갔다.
하아···.
좀··· 위험해 보이는데,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게 좋지 않겠슴까?
··· ···.
엘리시온 하퍼가 방 안을 둘러보았다.
크로우를 따라 나가고 싶다는 듯,
문 쪽을 힐끔거리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응. 부탁할게.
···그리고 직감했어.
이 계획은 막을 수 없을 거라고.
그날 이후, 엔터 헤븐은 두 가지 세력으로 나뉘게 되었어.
기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목소리를 높이자는 온건파와.
기존 방식으로는 안된다며 자극적인 일을 벌여야 한다는 강경파.
당연히 강경파는 크로우가 주도하고 있었지.
다행히 이때는 서로가 서로의 방식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이해는 하고 있었어.
서로가 뭘 위해 그런 방식을 선택했는지 알았고,
강경파 역시 선을 넘는 일은 벌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우려했던 것처럼 강경파의 수위는 점점 높아져만 갔어.
아무리 제재를 하고 설득을 해보려 노력해 봐도, 잘되지 않았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길했던 직감대로···.
그날 내게 가져왔던 그 테러 계획은, 내게 비밀로 한 채 결국 실행되어 버리고 말았어.
···장소만 바뀐 채.
[참담한 소식입니다.]
[엘리시온 사가 운영 중인 AFX 열차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폭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사고는 열차가 역내 플랫폼으로 진입하던 순간 발생했습니다.]
[객차 내에서 터진 강력한 폭발은 열차를 산산조각 낸 것은 물론, 역사 구조물까지 붕괴시키며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중앙 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다수의 니케들을 현장에 긴급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붕괴 범위가 넓어, 안타깝게도 사상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테러범은 기폭 장치를 작동시키기 직전 다음과 같이 외쳤다고 합니다.]
선택지
···그래.
그 방주 최악의 테러 사건이 크로우에 의해 발생하게 되었어.
[엔터 헤븐은 빛으로!]
···라는 슬로건을 내건 채.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