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OLD TALES01 / 28
OLD TALES
두번째 동화
[SCENE START]
나는 그날 보았다.
하늘을 가득 채울 정도의 수많은 붉은 눈들을.
부서지는 도시. 죽어가는 사람들.
소멸하는 추억을.
나는 그날 보았다.
사람이 사람을 구하지 않는 모습.
밀쳐지는 사람, 버려지는 사람.
죽어가는 존엄을.
나는 그날 보았다.
광채를 잃고 죽은 눈.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입.
사그라든 희망을.
피어나는 절망을.
··· ···.
나는 추억을 잃고, 존엄을 버린 채
사그라든 희망 안에서 절망을 되씹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보았다.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적이 쓰러지는 모습을.
그토록 간절히 바랐지만 절대 닿을 수 없었던 희망을.
괘, 괜찮으세요?
상처는 없네요. 일어설 수 있겠어요?
근데 너 손에 든 그거 뭐야? 쇠파이프야?
설마 그걸로 랩쳐와 싸우려고 하신 건가요?
이야~ 근성 있네, 근성 있어.
애썼다. 이제 우리한테 맡겨라.
릴리바이스.
예. 지휘관.
10분 주겠다.
8분 안에 끊을게요.
그럼 쇼맨십 시간 2분 주지.
어머. 기뻐라.
아 무슨 춤출지 미리 생각해 놔야겠네.
쇼맨십이요?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오, 안 그래도 나 요즘 탭댄스 연습 중이었는데.
쇼맨십, 쇼맨십···.
엇, 도로시. 그럼 저랑 같이 노래 부르실래요?
···그건 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쇼맨십 하랬지 잡담하랬냐.
갑자기 나타난 그들은 인류의 적 랩쳐와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어어. 야! 야! 자, 잠깐 스톱! 재장전 중이잖아! 공격하면 반칙이라고!
레드 후드! 탄창 반대로 끼웠어요!
그, 그럼 거꾸로 나가지 않을까?
···그럴 리가요.
쇼맨십이라··· 쇼맨십···. 2분은 짧은데, 어필을 어떻게···.
도로시! 엎드려요!
점프로 피했어요. 엎드리는 건 저랑 어울리지 않거든요.
아··· 예···.
스, 스노우 화이트. 지팡이에서 빔이 안 나가는데요?
···거꾸로 드셨어요.
어머나. 이, 이렇게 들면 되나요?
으, 으아! 제 쪽으로 겨누지 마세요!
죄, 죄송해요.
아니, 그렇다고 내 쪽으로 돌리면 어떡해?
···미안한데 얘들아. 진지하게 좀 할까?
엉망진창이었다.
능숙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허둥댔고, 호흡은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모든 랩쳐들을 쓰러뜨렸다.
총성과 폭음이 멈췄고, 비명을 지르던 이들의 소리도 멎었다.
도시가 고요해졌다.
당신들은··· 누구야···?
우리들?
음···.
뭐 해? 빨리 말해.
···진짜 그거 하나요?
물론이지. PR이 얼마나 중요한데.
··· ···.
우, 우리는.
인류의 희망, 승리의 여신.
갓데스야.
흐하.
왜요. 뭐요.
진짜 하네 저걸.
···이리 와봐요. 아니, 그냥 지휘관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그래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앉아있던 그들은
먼지와 파편을 뒤집어쓴 볼품없는 모습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이 세상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일어나.
내가 잠들었었어?
그래. 팔자 좋게 잘도 자더라.
갓데스와 처음 만났던 날의 꿈을 꿨어.
네가 갓데스 꿈을 안 꾼 날이 있긴 해?
테스트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리랬더니 꿈까지 꾸며 자고 있네.
결과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준비 만전 상태야.
그럼 뭐 해. 실전에 아직 한 번도 안 나가봤는데.
돈과 시간만 잡아먹고 있다고 지금.
언제쯤 나갈 수 있을까?
몰라.
나가. 다음 테스트도 있으니까.
그래. 수고했어.
신데렐라는 몸을 일으켜 대기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헨젤과 그레텔은 신데렐라의 테스트 결과가 궁금해.
준비 만전. 언제든 나갈 수 있대.
!! 그럼 실전 배치인가요?
···아니. 그건 아직.
아··· 그렇군요.
후후. 괜히 들떴네요.
헨젤은 실망했어. 그레텔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아으.
세이렌. 왜 그래요?
으으. 아아.
그래요. 지루하죠? 조금만 참아요.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테니까요.
헨젤과 그레텔은 레드 슈즈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아하하.
뭐 하고 있어? 다음 들어와.
헨젤과 그레텔은 시간이 남아돈다고 생각해.
우우. 아아.
후후. 그래도 해야죠. 중요한 일이에요.
아 뭐 하고 있어?
시간이 남아 돌아서 주체를 못 하겠어? 빨리 들어와.
헨젤과 그레텔이 갈게.
헨젤과 그레텔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 ···.
하루빨리 랩쳐와 싸우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려니···.
후후. 좀 지치네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곧 올 거야.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날이.
··· ···.
이, 이것들이···! 같이 들어오면 어쩌자는 거야!
한 명씩 테스트해야 된다고!
헨젤과 그레텔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인걸.
나가!
헨젤이 나가? 그레텔이 나가?
아무나 나가!
누가 헨젤이고 누가 그레텔이게?
··· ···.
맞추면 나갈게.
왼··· 쪽··· 이 그레텔.
땡. 왼쪽은 헨젤이랍니다.
그레텔이 실망했대.
물론 헨젤도 실망했어. 헨젤과 그레텔은 몸도 마음도 하나니까.
··· ···.
아하. 아하하.
···저희, 정말 실전에 나갈 수 있겠죠?
···그럴 거야.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