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BLANK TICKET01 / 15

BLANK TICKET

방주에 갇히다

[SCENE START]

XX년 5월 8일.

8박 10일의 일정으로 남쪽에 있는 휴양지를 다녀왔다.

따뜻한 기온, 뜨거운 태양.

넓게 펼쳐진 바다.

달콤하게 익은 과일들.

그곳을 돌아다니는 활기찬 사람들.

앉아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서, 한참을 있었더니.

햇볕에 타서 어깨가 새빨갛게 익었다.

더운 지역은 선크림을 더 강한 걸 챙겨가야 할 것 같다.

XX년 8월 2일.

15박 16일의 일정으로 북쪽에 있는 설산을 다녀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난생처음이다.

새하얗게 물든 세상은, 추위마저도 잊게 만들었다.

아, 물론 설산에 오르는 건 중간에 포기했다.

나름 체력에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 건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래도 중간에 있는 포토 스팟에서 사진은 찍었으니까 딱히 아쉽지는 않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오고 싶다.

XX년 10월 21일

이상한 외계인 때문에 나는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방주라고 부르는 곳이라 한다.

유적지나 지하 동굴 탐험 갔을 때 빼고 이렇게 깊이 내려가는 건 처음이다.

당분간은 여기서 지낼 것 같은데 쉰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있어야겠다.

외계인들이 다 잡히고 나면 다시 신나게 여행 다녀야지.

아.

외계인들이 지상을 너무 망가뜨리지 않으면 좋겠다.

아직 가보고 싶은 나라랑 도시가 너무 많으니까.

그리고.

반드시 돌아가야만 하는 곳이 있으니까.

나는 더 이상 여행을 다닐 수 없다.

몇십 년을 기다렸지만 지상에 돌아갈 수 없다.

나는.

방주에 갇혔다.

쿠우우우-

작은 소녀

와~

작은 소녀

아빠, 저기 봐!

작은 소녀

창문 밖 풍경이 너무 예뻐!

젊은 남자

그러게.

젊은 남자

멋진 건물들이랑, 탁 트인 공원이 너무 예쁘네~

젊은 남자

간만에 멀리 나오니까 좋지?

작은 소녀

헤헤, 응!

작은 소녀

여행하는 것 같아~!

작은 소녀

어! 저기 저 건물은···.

툭-

작은 소녀

으앗!

노라

··· ···.

젊은 남자

어이쿠, 괜찮으세요?

젊은 남자

죄송합니다, 저희 애가 너무 신나서 그만···.

노라

흥!

노라

저딴 뻔하고 답답한 건물들이 뭐가 그리 예쁘다고 유난이냐!

작은 소녀

··· ···!

작은 소녀

예, 예쁜데···.

노라

됐다!

노라

끽 해봤자 10년도 채 안 살아본 것 같은 꼬맹이가 뭘 안다고.

작은 소녀

히이잉···.

안내 방송

이번 역은 광장, 광장 역입니다.

안내 방송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젊은 남자

아··· 우, 우린 이만 내릴까?

작은 소녀

으응···.

삐- 삐- 삐-

지이잉-

노라

흥! 재미없어.

노라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만.

안내 방송

곧 열차가 출발합니다.

안내 방송

아직 탑승하지 않으신 승객께서는 빠른 탑승 부탁드립니다.

삐- 삐- 삐-

지이잉- 철컥.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