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BLANK TICKET12 / 15
BLANK TICKET
슬픈 눈의 이유 : B
[SCENE START]
하하!
소리만 지를 줄 아는 꼬맹이인 줄 알았더니.
제법 노련한 승무원이었구나.
···그래.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까···.
내가 방주로 들어온 지 몇 년이 지났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전에, 지상을 자유롭게 여행하던 시절은 생생하게 기억한단다.
나는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사람이었어.
그리고, 그 삶은 방주에 오면서 완전히 끝나버렸지.
선택지
아주 정확한 표현이야, 청년.
··· ···.
꼬맹아.
응?
너는 지상에 나가봤느냐.
으응, 나가봤지.
몇 번이나?
어?
글쎄···.
딱히 세어본 적은 없어.
···부럽구나.
너무 부러워서 질투가 날 정도야.
내 생에 단 한 번이면 됐던 것을.
그 한 번을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니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너무 쉽게 가진 것 같아서.
우, 우린 목숨을 걸고 지상으로 가는 거라구!
목숨을 걸고 지상으로 가는 것.
···그게 나의 꿈이었다.
지상에서 눈을 감는 게, 내 꿈이었어.
그것이 랩쳐들에게 먹히는 마지막이 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몇십 년째 내놓고만 있는 이 하찮은 목숨이···.
곧 방주에 갇힌 채로 끝날 거라는 생각이 점점 들더구나.
···니케가 될 생각은, 해본 적 없어?
어릴 적에는 곧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금방 나갈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있었어.
니케가 될 수 없다고 했었지.
나이 제한···.
선택지
지금은 여자도 지휘관이 될 수 있지만.
내가 젊었을 때는, 자격 요건에 남자만 있었거든.
선택지
내가 벌을 받는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운명에 순응하고 살아가려고 했어.
···하지만, 끝이 다가오니 마지막 발악이라고 하고 싶은 건지.
열차에 타면, 나를 어디에라도 보내주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의 목적지에 데려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게지.
열차는 방주에서 이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이동 수단이니까.
··· ···.
금방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열차에는 다시 가지 않았던 게다.
꼬맹이에겐 미안한 짓을 했어.
그럼.
옥상에서는 뭐 하고 있었던 건데?
그냥, 하늘을 보고 있었지.
높은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자유로워진 느낌이 나거든.
옛날 생각도 나고.
뭐~ 가짜지만.
선택지
··· ···.
왜 둘 다 그런 표정이냐.
방주로 들어온 건 내 선택이었어.
덕분에 이렇게 오래 살지 않았냐.
나름 즐거운 일, 행복한 일도 많았어.
이 나이에,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말이다.
··· ···!
내, 내가···.
내가 할머니의 친구가 될 자격이 있을까?
친구의 자격이 뭔데?
그, 글쎄?!
생각해 본 적 없긴 한데.
으음, 뭔가··· 서로만의 추억이 있다던가.
아무도 없는 열차에서 떠들던 것도 나름 추억 아니겠느냐.
따로 약속을 잡고 논다던가···.
일주일 뒤에, 마지막 열차를 타도록 하지.
··· ···!
그 때, 또 만나자꾸나.
정말로? 와줄 거야?
그래.
나를 찾아줘서 고맙다, 솔린.
아···!
내 이름, 기억하고 있었구나.
당연하지.
기억력은 아직 안 죽었다고.
헤헤···.
나야말로 담요, 고마워.
굉장히 예쁘고 멋진 담요야.
그냥 네모난 천 쪼가리라고 했으면서.
이, 이익···! 그것도 아직 기억하고 있어?!
쪼잔하기는!
하하하!!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