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OLD TALES26 / 28
OLD TALES
이야기의 끝 : A
[SCENE START]
궤도 엘리베이터의 앞.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찬 랩쳐의 대군 앞에 그녀들은 서있었다.
에이브는 그 광경을 보고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걸 느꼈다.
그리고 마른침을 삼키며, 좀 전에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런데 오스왈드 너.
용케 의심하지 않았네.
뭘 말입니까.
신데렐라가 침식에서 돌아왔다는 걸.
헬하운드 오스왈드라면, 당연히 최악의 사태를 우선순위에 뒀을 거라 생각했거든.
··· ···.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뭐?
침식을 끌어안은 채 끝까지 싸운 영웅이 있었습니다.
그 영웅의 끝이 침식에 패배해 쓰러지는 것이라면, 너무 서글프니까요.
침식은 치료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영웅도 치료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고도 남을 영웅이니까요.
그래서 그 바람을 담아, 믿기로 했습니다.
침식은 치료될 수 있다고.
···너. 그렇게 감성적인 녀석이었어?
특정 부분에서는요.
··· ···.
에이브.
최악의 사태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신데렐라의 침식이 완전히 치료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겠지?
알고 계셨군요.
언체인드라고 했나. 그 정체불명의 물질에 노출시켰을 때.
체내 나노머신 98%가 사멸했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어.
지금 신데렐라의 신체는 대부분이 나노머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
정확히는 붕괴했다가 나노머신의 증식으로 다시 재생했죠. 중요한 건 [체내]라는 단어입니다.
맞아. 체내라는 단어를 굳이 썼단 말이야.
난 이 체내 나노머신이 NIMPH라고 확신하고 있어.
NIMPH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는군요. 극비입니다만.
도망자 신세에 극비고 나발이고 알 게 뭐야.
아무튼, 그 언체인드라는 녀석은 NIMPH를 죽이는 것이고.
신데렐라의 NIMPH는 현재 98%가 사멸한 상태일 거라 보는 게 타당하겠지.
맞습니다. 2%가 남아있죠.
침식이 남아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 ···.
나노머신인 이상, 증식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렇게가 어떻게를 말하는 건데?
신데렐라가 아나키오르가 됐을 때를 얘기하는 겁니다.
··· ···.
신데렐라는 절대 더러워지지 않아.
근거는요.
믿는 거지. 그렇게.
···그렇게 감성적인 분이셨습니까?
··· ···.
특정 부분에서는.
··· ···.
에이브. 괜찮아?
응? 아, 아아. 괜찮아.
좀 긴장해서 그래.
헨젤은 데뷔전이 퀸 공략전이라서 너무하다고 생각해.
그레텔은 데뷔전이 퀸 공략전이라서 너무 즐겁다고 생각해.
아우아!
방주의 밀봉이 시작됐어.
갓데스 스쿼드를 중심으로 한 방위 작전, [아크 가디언]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는 얘기야.
랩쳐의 정예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방주로 향하고 있는 상태지.
하지만 방주는 무사히 밀봉될 거야.
왜냐, 그 갓데스가 있으니까.
우리는 랩쳐의 정예가 방주로 향하고 있을 때를 노려, 놈들의 퀸이 있는 이곳을 친다.
소수 정예로 말이지.
랩쳐의 모든 신경이 방주에 향해 있을 때, 빈집을 터는 거야.
뭐··· 빈집치곤 너무 많이 있긴 하지만.
··· ···.
솔직히 말하면 이 반쯤 자살 같은 일에 함께 할 필요는 없어.
너흰 돌아가서 신데렐라를 놓쳤다고 얘기하면 끝이야.
그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어.
에이브는 왜 안 돌아가?
제일 약해. 솔직히 전투에는 도움 안되는걸.
수리는 할 수 있다고 이 건방진 꼬맹이들아.
··· ···.
···나는 끝까지 지켜봐야 하거든.
신데렐라가 모든 오명을 한 번에 뒤집는 순간을.
이야기를 다시 쓰는 순간을.
헨젤과 그레텔은 그런 건 관심 없어.
신데렐라가 살았으면 좋겠어.
그럼 헨젤과 그레텔이 지켜줘야 해.
[신데렐라가 기뻐했으면 좋겠어.]
[기쁜 일이 없었으니까.]
···다들 고마워.
··· ···.
우리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날 동화였을 거야.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길이길이 기억될 이야기였겠지.
···하지만 내가 다 망쳐버렸어.
아픔과 저주가 가득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어.
하지만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
나는 이 이야기를 이어 써야 해.
나를 위해서, 너희들을 위해.
약속할게.
지금부터 쓰일 우리들의 이야기는.
실패한 이야기가 아니라, 해피 엔딩으로 끝날 동화가 될 거야.
헨젤과 그레텔은 신데렐라를 믿어.
아으아!
··· ···.
쓰자.
우리들의 이야기를.
모아줘. 세이렌.
아우!
리틀 머메이드의 전용 무장 물거품이 날아가 적진에 넓게 퍼진다.
[중앙으로 모여.]
물거품을 통해 전달된 [비밀 언령]을 들은 랩쳐들이 일사불란하게 중앙으로 모여든다.
그걸로 가자, 그레텔.
비장의 레시피로 가는 거야, 헨젤.
반.
물.
질.
탄.
빵야!
푸슝-!
헨젤과 그레텔의 전용 무장 마녀의 아궁이에서 빛 덩어리가 발사된다.
중앙을 향해 모여든 랩쳐를 향해 날아간 빛 덩어리는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섬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농담이겠지 이거.
물론 농담이야.
쎄 보이는 아무 이름이나 붙여봤어.
···너희들. 놀라게 하지 마.
폭발이 휩쓸고 간 곳은 랩쳐들의 잔해가 즐비했다.
하지만 곧, 그 빈 공간을 다른 랩쳐들이 가득 채운다.
아우아···.
···헨젤과 그레텔은 랩쳐가 너무 많다고 생각해.
걱정하지 마.
뚫을 수 있어.
유리 구두. 풀 컨텍트.
쏟아내라.
푸른색의 빛들이 어지럽게 춤춘다.
랩쳐 무리를 뒤덮듯이 쏟아지는 푸른빛들은, 정확하게 랩쳐의 코어만을 꿰뚫었다.
동력원을 잃은 랩쳐들이 힘없이 정지한다.
···헨젤과 그레텔은 굉장한 컨트롤이라고 생각해.
아으아!
···대단한데.
좋아. 이대로 계속 가자.
궤도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의 승리야.
응. 갈 수 있어.
수문장 급의 랩쳐는 확인되지 않아.
애초에 너희들은 섬멸전에 특화되어 있으니, 이 상태라면 큰 문제없이···.
콰앙-!!
궤도 엘리베이터의 벽면에서 폭발과 함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연기를 꿰뚫으며 뛰쳐나온 붉은색의 랩쳐는.
공중에서 몇 번이나 방향을 전환하다, 일행의 앞에 착지했다.
에이브는 지금까지 봐왔던 랩쳐의 외형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약간 안심했으나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붉은색 다리를 보고 경악했다.
레드··· 슈즈···.
!!
···저거. 레드 슈즈의 다리야?
랩쳐 식으로··· 개조되긴 했지만···.
으··· 아아···.
···소원을 이뤘네, 레드 슈즈.
아니. 아니구나.
가여운 레드 슈즈.
랩쳐는 너한테는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야. 네 전용 무장에만 관심이 있었나 보네.
··· ···.
공평하게 만들어줄게.
네가 신기에는 과분했던 이 빨간 구두도.
이 세상에서 지워버려줄게.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