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ARCANE ARCHIVE11 / 15
ARCANE ARCHIVE
해야만 했던 일: A
[SCENE START]
아르카나와 함께 열람실 복도를 걸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책장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선택지
그쵸?
그런데도 또 증축할 거래요.
심지어 이번에는 대열람실 넓히는 게 아니라, 여기 금서고 공간이 부족해서.
다들 뭐 그렇게 숨길 게 많은 건지.
선택지
지나쳐가는 책장에 붙어 있는 푯말들은.
아무리 봐도 민감한 기밀이 아니라, 인류의 과거 기록 같았다.
선택지
선택지
더해서 방금 지나친 [희곡]이라는 푯말 아래에는,
[내 취향 아님!] 이라고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다···.
비밀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
선택지
저희 스쿼드의 모토 비슷한 거예요.
선택지
[지켜야만].
선택지
저런 기록들은, 인류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소중한 유산이잖아요?
그런 소중한 걸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요?
선택지
네. 존재를 모르면 빼앗거나 부술 생각조차 할 수 없으니까.
그런 거예요.
선택지
아이러니하죠.
뭐··· 그래도 저희 창립자님 생각은 조금 다르셨던 것 같지만요.
선택지
네. 저희 베스트셀러 스쿼드를 만들고, 도서관 관리를 맡기신 분이 있어요.
다른 일 하시다가 은퇴하고 도서관 관장으로 부임하셨다고 하거든요.
선택지
지금은 공석··· 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저희 스쿼드가 다 맡아서 하고 있어요.
그분은 오래전에 물러나셨거든요.
선택지
몰라요.
선택지
그, 그렇게 한심하게 보지 말아 줄래요?
진짜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그런 거니까.
선택지
당연하죠! 그분은 아크 가디언 작전 때 분이신데요!
저는 저희 스쿼드 들어온 지 그렇게 오래 안 됐다구요.
선택지
저 그렇게 나이 안 많거든요?
17번째란 말이에요, 저는.
선택지
17번째 금서고 관리자라는 뜻.
선택지
선택지
··· ···.
···아까 의사 선생님이 한 말, 기억나요?
선택지
네.
우리는 그걸, 사고 전환이라고 부르죠.
···또 그 표정.
괜히 말했네요. 그냥 비밀로 할걸.
선택지
선택지
아, 음···.
···이번에는 출퇴근 얘기하면서 말 안 돌릴게요.
··· ···.
당연히··· 안 괜찮죠.
선택지
꼭 사고 전환이 아니더라도,
기억이 있으니까 내가 나인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는 매일매일 한 번씩··· 음.
매일 한 번, 절반씩은 죽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기억이 전부 날아가는 건 아니니까, 절반.
···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 게.
선택지
그래도.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선택지
선택지
네. 중요해요.
저 같은 평범한 니케의 목숨 따위보다 훨씬.
선택지
···이쪽으로 와요.
아르카나는 열람실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까 말했었죠. 비밀을 [지킨다] 라고.
지킨다면··· [무엇으로부터] 지키는 걸까요?
선택지
그건 시지 패러리스 분들의 역할.
선택지
망각이에요.
선택지
지금은 없는 과거의 존재들.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이들.
모두에게서 잊힌다면, 그들은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죠.
하지만 다르게 말한다면.
그들은 잊히지 않는 이상 불멸.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그들은 죽은 게 아니에요.
통로의 책장이 점점 더 오래된 것으로 변해간다.
조용한 금서고에 깔린 책 냄새도 진해진다.
그리고 또, 이상하지 않나요?
그렇게까지 지키고 싶다면, 관리자 같은 건 필요 없을 텐데.
그냥 아무도 모르는 곳에 넣어놓고 봉인해 버리면 끝 아닐까요?
선택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달칵.
아르카나는 통로 끝에 있는 낡은 나무문을 열었다.
비밀이란 건, 알고 있는 사람이 존재해야만 성립하니까.
선택지
안쪽은 책장 두 개로 반 이상 차는 작은 골방이었다.
희미하게 책 냄새가 풍기는 방 중앙에서, 아르카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세상에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만약 아무도 모른다면, 그건 비밀이 아니죠.
기억도, 기록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그냥 그저 그뿐인 무언가.
창립자님은, 그들이 그렇게 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던 거예요.
선택지
그리고, 저도.
지금까지 이 사명을 스스로의 결정으로 받아들였던 제 선배님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어요.
저분들은.
저분들만큼은.
그렇게 되어서는 안 돼요.
아르카나가 한 걸음 물러나서 드러난 책장의 푯말.
누군가의 손글씨로 쓰여진 그 푯말에는.
[갓데스 스쿼드]라고 적혀 있었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