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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LESS
그 흑백 사진에 찍힌 건 : A
[SCENE START]
선생님이 왜 여기에···?
그, 그야···.
통합 P반의 선생님이니까요!
이, 임시긴 하지만요···.
아, 아무튼.
선생님으로서 책임지러 왔어요.
여러분을 위험한 곳으로 보낸 책임을.
···츠바이에게 실수한 책임을 지려고요.
저한테요···?
미안해요.
시험에서 탈락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함부로 이야기했어요.
그··· 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 때문이면···.
학교 사정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따로 사과하지 않으셔도···.
아니요.
···시험의 의미를 진작 알았더라면.
전 츠바이를 내버려 두지 않았을 거예요.
그랬더라면, 츠바이 홀로 무리하는 일도.
여기 무덤에 적힌 이름이··· 본인 이름이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일도 없었겠죠.
그래서예요.
그래서··· 사과하는 거예요.
··· ···.
츠바이, 전 인간으로 이루어진 부대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거기서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제 동료들은 대부분 주변 상황에 휩쓸려,
어쩌다 보니, 군에 입대하게 되었더라고요.
딱히 이루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서.
방주에서 시키는 대로.
방주에서 바라는 대로 군에 입대한 거죠.
츠바이, 당신만이 아니에요.
미래를 꿈꾸지 않고, 상황에 순응하여 지내는 사람들은 말이죠.
···그런데요.
그 사람들은 다들 소중하게 여기는 일상이 있고.
그 일상 속에서 가족들과, 동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츠바이.
이루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다 해서.
당신 말마따나 아무 색깔도 없다 해서.
츠바이가 보내는 순간순간이 가치 없는 건 아니에요.
아무런 색깔 없는 이 사진이,
아름다운 순간을 남긴 것처럼요.
프리바티가 츠바이에게 흑백 사진을 건넸다.
사진 속, 버려진 옷을 장난스럽게 걸친 라이와 아인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둘을 바라보며 츠바이 역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츠바이.
앞으로 찾아올 소중한 순간들을 포기하지 말아요.
선생님··· 저, 아인한테 못할 말을 했어요···.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었는데···.
해선 안 됐는데···.
뭐. 지금이라도 알면 된 거죠.
빠, 빨리 가보기나 하세요.
아인한테 안 가봐도 되겠어요?
··· ···.
저, 다녀올게요.
프리바티가 건넨 사진을 받아 든 츠바이가 달려갔다.
아인의 발자국 위에 츠바이의 발자국이 겹치고.
곧, 츠바이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가버렸네요.
으으··· 지휘관, 저 이상한 말 하진 않았죠?
선택지
선택지
후우··· 다행이네요.
선택지
선택지
제, 제 말이 맞다고요?
선택지
선택지
돌무더기 아래 적힌 이름을 보며 결심했다.
이 이름은 언제까지고 잊지 말자고.
츠바이가 아인의 발자취를 쫓는다.
프리바티에게 들은 말을 곱씹으며,
흑백 사진을 바라보며, 다다른 발자취의 끝에는.
라이 선배···.
저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거기에 츠바이 선배 혼자 두고 오면 안 됐는데···.
선배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으면서···.
씨, 바보같이 울기나 하고···.
아인, 괜찮아.
내가 같이 가줄게.
훌쩍이는 아인과, 그런 아인을 다독여주는 라이가 있었다.
후우우···.
츠바이는 한 번 심호흡한 후, 그런 둘을 향해 나아갔다.
···아인.
츠바이 선배?
해야 할 말이 있어서 왔어.
해야 할 말이요?
응. 아인한테,
그리고 라이 선배한테는 사과할 게 있으니까.
··· ···.
아인이랑 선배 모두 물어봤었죠?
저한테 무슨 일 있냐고요.
그땐 없다고 했는데,
실은 거짓말이었어요.
언제부터인진 모르겠는데요.
밤에 눈을 감으면,
붉게 물든 하늘이 보이고.
총소리가 들려요.
츠바이가 꿨던 악몽이란 게···.
네. 매일 같이, 전 꿈에서 친구들이 랩쳐에게 살해당하고 혼자 남겨지는 모습을 봐요.
각자만의 색으로 빛나던 친구들이 점차 바래가고.
세상이 흑백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친구들을 지키고 싶다고.
차라리 사라져야 한다면, 아무 색깔 없는 나여야 한다고.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하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였어요.
이론 시험에 나올 내용들을 친구들한테 알려주고.
실기 시험에서 랩쳐로부터 친구들을 지켜내려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실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건 그런 게 아니었더라고요.
제가 원했던 건.
제가 지켜야 했던 건.
찬란하게 빛나는 색깔이 아니라.
츠바이는 아인과 라이에게 흑백 사진을 건넸다.
이런 소중한 순간이었는데.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인, 아까 그런 말해서 미안해.
지금껏 두 분께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츠바이 선배···.
저는 선배가···.
제 소중한 친구가 멀리 떠날 것만 같아서···.
키이잉-
그때, 저 멀리서 굉음이 들렸다.
그리고 랩쳐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