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FOR REST02 / 15
FOR REST
만남 : A
[SCENE START]
해가 질 때면, 습관처럼 언덕을 올랐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그러고 싶더라고요.
완전히 꾸깃꾸깃해진 종이를 다시 한번 구기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하루가 이어지던 어느 날.
별안간 머리 위에 그늘이 드리워졌어요.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어?
그녀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답니다.
슬퍼 보이길래, 말을 걸었는데···.
괜한 참견이었으려나?
괜한 참견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귀찮게 한 건 아니지?
귀찮게 굴지 말고, 홀로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손에 쥔 건 뭐야?
방주 추첨권···.
··· ···그렇구나.
그러나 그녀는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았어요.
가족이 저 위에 있는 거지?
대신 제 손에 꽃잎 하나를 쥐어주었죠.
그걸 날리면 가족한테 닿을 거야.
이런 종이 쪼가리보단 예쁜 꽃을 더 좋아하지 않겠어?
손을 떠난 꽃잎은 바람에 실려 저 높이 올라갔어요.
한동안 멍하니 꽃잎을 바라보는데, 그녀가 옆에 앉았어요.
난 린네라고 해.
네 이름은 뭐야?
왜일까요?
방주에 내려오고 한 번도 열리지 않던 입이 처음으로 열린 건.
··· ···트리나.
··· ···트리나.
··· ···.
저, 트리나?
··· ···네에?
혹시 준비되셨을까요?
아. 잠시만요~
꽃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요~
흠흠~♪
다들 준비됐니?
짹- 짹!
그래, 그래~
플로라, 저흰 준비됐어요~
음, 음.
여러분도 준비됐다고요?
후후, 알겠어요.
마침 이 자리에 참석한 라일락이랑 마가렛도 준비됐다고 하네요.
자, 그럼.
다과회를 시작해 볼까요?
네에, 좋아요~
···죄송합니다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희한테요~?
뭘까요?
그게···.
달그락-
플로라가 마나 앞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라일락이 그러는군요.
다과회에 참석한 손님께 아직도 음료를 내놓지 않다니,
예의 없다고 생각하실까 걱정된다고요.
음.
마가렛도 그렇게 생각한다네요.
그러니, 아스타님의 질문은 잠시 후에 듣도록 하죠.
우선은 음료부터.
아스타님은 따뜻한 물이면 충분하실까요?
···부탁드릴게요.
쪼르륵-
혹시 트리나는?
저도 따뜻한 물로 부탁드려요~
그리고~
짹- 째잭!
아이들은 차가운 물로 부탁드릴게요~
쪼르륵-
이제야 모든 준비가 끝났군요.
다시 다과회를 시작하도록 하죠.
그래서, 아스타님의 질문은 뭐였을까요?
음···.
어째서 제가 여러분의 다과회에 함께하고 있는 거죠?
앗!
혹시 저희가 불편하신가요?
···훌쩍.
···째액.
그런 건 아니지만···.
후후, 그럼 아무 문제없는 거네요~
짹~!
예?
전 업무차 방문한 거지, 다과회에 참석할 생각은···.
아스타님.
저희 [보타닉 가든] 스쿼드는,
온실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다과회를 열고 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저랑 트리나는 정원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아서 말이죠.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몇 없답니다.
맞아요···.
평소엔 리프가 있어서 괜찮은데,
지금은 새로운 아이를 데려온다고 지상에 올라가 있거든요.
그러니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한 번만, 저희 아이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요.
그건 좀 힘들 것···.
라일락이랑 마가렛도 부탁드린다네요.
그러니까···.
저희 아이들도요~
짹!
··· ···.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연구실에서만 지내고 있어서요.
따로 들려드릴 이야기가 없습니다.
오늘도 일주일 만에 겨우 연구실 밖으로 나온 거라···.
아···.
아앗···!
째액, 짹···!
하아···.
그, 그럼 다 같이 라디오라도 들을까요?
중앙정부 인증, 방주 유일무이 노화 방지 주사.
[이터널 라이프]
더 오래도록 젊음을 누리세요.
아까부터 [이터널 라이프] 광고만 나오는군요.
예전엔 로얄만 [이터널 라이프]를 접종받을 수 있었다면서요.
1차 침공 직후 방주로 내려왔을 당시엔 생산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으니까요.
가격이 안정화되기 전까진 로얄만 누릴 수 있는 사치품처럼 여겨졌었죠.
지금은 맘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접종받을 수 있으니 다행이네요.
··· ···.
네, 다행이죠.
광고 듣고 왔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노이즈의 클래식 DIVA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2부는 여러분의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들어보는 시간인데요.
곧 [스프링 페스타]가 열리기도 하니,
봄과 엮인 가슴 설레는 사연들을 모아봤어요.
축제가 끝나는 날까지 사연은 계속 받을 예정이니까요.
많이 많이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연을 들려드리기 전에, [스프링 페스타] 소개부터 살짝 하자면.
이번 축제는 특별한 점이 정말~ 많대요.
미실리스 사의 [보타닉 가든] 스쿼드에서 직접 주관하는 만큼,
지상에서 온 벚나무뿐만 아니라 방주의 정원도 개방한다고 하니까요.
많은 관심 부탁···.
플로라가 라디오를 껐다.
···예, 라일락.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랍니다.
마가렛, 뭐라고요?
당사자에게 이야기 한 번 없이 멋대로 결정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요?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 없는 분들이 종종 계시더라고요.
누구인지 궁금하다고요?
그건···.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이야기를 꺼낼 틈이 없었는데,
제가 정원에 방문한 건 슈엔의 지시사항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로벨리아님의 지시사항이요?
예.
주가 방어를 위해 [스프링 페스타]의 운영권을 따왔으니.
[보타닉 가든] 스쿼드는 정원을 개방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축제를 성공시킬 것.
이것이 슈엔의 지시사항입니다.
운영권을 따온 건 로벨리아님인데, 왜 저희가···?
그게 말이죠.
꽃과 관련된 축제이니, 여러분이 제격일 거라고···.
···후우.
어차피 저희가 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테죠.
알겠습니다. 축제는···.
거절할게요.
트리나?
정원은 개방할 수 없어요.
개방해선,
안 돼요.
알고 계시겠지만, 슈엔의 지시사항을 어겼다간 어떤 불이익이···.
상관없어요.
상관없다고요···?
··· ···.
자.
이렇게 하죠.
아스타님, 저희 [보타닉 가든]의 정원은 총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꽃으로 가득한 제 화원과,
나무로 가득한 트리나의 수목원.
그리고 씨와 종자로 가득한 리프의 연구실로요.
이번 축제에선 제가 관리하는 구역만 개방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괜찮을까요?
알겠습니다. 슈엔에겐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트리나는요?
···고마워요.
후후, 좋네요.
그럼 아스타님, 이걸로 용무는 전부 마쳤는지요?
예. 공적인 용무는 끝났습니다.
다만.
트리나, 당신께 개인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한테요?
곧 린네의 연구실을 정리한다고 합니다.
축제가 끝날 때쯤 정리한다고 하니, 중요한 물건이 있다면 그전에 챙겨두세요.
일부러 거기에 남겨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