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FOR REST14 / 15
FOR REST
이별 : B
[SCENE START]
예로부터 [화목제] 마지막 날엔 서로 소중한 물건을 주고받곤 하지.
그러나, 내가 조쉬 허밋에게 보답하는 일은 없었다.
지상에 처음 올라간 날.
조쉬 허밋은 죽었다.
작전 중에 랩쳐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
니케를 지키다가.
지상에 처음 올라가,
신나 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철없던 니케를 지키다가 죽었다.
고작 애송이 하나 지키겠다고 목숨을 던졌지.
애송이···.
울지 마···.
널 지킨 걸로···.
만족하니까···.
이 정도면···.
충분해···.
그만··· 그만 말하거라···!
상처가 벌어지지 않느냐!
··· ···.
리타···.
난 어떤 사람이었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면···.
··· ···.
··· ···.
··· ···.
지상 첫 데뷔전이 끝나고.
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처음으로 약속 시간을 지킨 날이었지만,
그걸 알아줄 동료는 남아있지 않더구나.
··· ···.
내 동료들은 어떠한 유언도, 유품도 남기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그때, 알게 되었다.
죽음을 미완성하면 남겨진 사람이 힘들다고.
그날 이후, 삶의 증거를 남기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언덕을 오르는 일은 없어졌다.
그게 딱히 나쁘진 않았다.
공방 일이 바쁘기도 했고,
저기에 더 이상 내 동료들은 없었으니까.
그렇게 지내던 차,
트리나 네가 찾아왔다.
선택지
··· ···.
의뢰를 마치고, [화목제]가 열린 날.
난 오랜만에 언덕을 올랐다.
벚나무를 구경하며 언덕을 오르자니, 동료들과 있었던 일이 하나둘 떠오르더구나.
사소한 장난까지 세세하게 떠오르는 바람에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고 웃음을 참아야만 했지.
그렇게 정상에 다다른 난 [영원의 벚꽃] 아래에 섰다.
벚나무 아래에 서니 확실히 보이더구나.
그 녀석들이 남긴 게 무엇인지 말이다.
리타는 저 멀리 언덕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거기엔 그 녀석들과의 추억이 남아 있었느니라.
··· ···그리고 그걸 본 건 나뿐만이 아니었어.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거기 있는 모두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더구나.
누군가는 추억을 남기며
누군가는 추억을 바라보며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을 잊은 채로.
트리나.
난 네가 그걸 보았으면 한다.
두려울지라도, 언덕에 올라 [영원의 벚꽃]을 마주했으면 한다.
저기 있는 게 허상이 아님을 네 두 눈으로 똑바로 보았으면 한다.
그러니.
리타는 트리나에게 손을 내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부터 같이 [영원의 벚꽃]을 보러 가지 않겠느냐.
리타의 손을 붙잡은 채, 트리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영원의 벚꽃]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그에 화답하듯 분홍빛 꽃잎이 하늘을 메워간다.
··· ···하아, 하아.
조금만 더 참아보겠느냐.
거의 다 왔다.
네에···.
정 힘들면 말하거라.
···아직 괜찮아요.
트리나를 붙잡은 리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뒤로 둘은 묵묵히 언덕을 올랐다.
그렇게···.
트리나는 보았다.
오래전, 언덕 위에 남겨두고 온 풍경을.
··· ···.
네가 말했지.
[영원의 벚꽃]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어떻느냐?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리타가 가리킨 곳.
벚나무가 활짝 핀 거리에선 니케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모든 걱정을 잊은 듯이.
트리나.
[영원의 벚꽃]은 허상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자연스러운 미소가 나올 리 없을 테지.
네가 지키고자 했던 식물의 가치는,
린네와의 약속은 여기 그대로 남아있던 게야.
그렇지만 린네는···.
···여기에 없는걸요.
린네는··· [영원의 벚꽃]을 볼 수 없는데···.
대체 무슨 의미가···.
그래.
린네는 여기 없지.
··· ···그렇지만,
린네의 바램이 여기 있지 않으냐.
네가 말했었지.
린네는 꽃이랑 나무 볼 때만큼은 사람들이 모든 걱정을 잊길 바랬다고.
··· ···!
난 앞으로도 이런 풍경을 계속 보고 싶거든~
그래서 정원을 만들었어.
꽃이랑 나무 볼 때만큼은 사람들이 모든 걱정 잊었으면 좋겠다~
요런 바램을 가득 담아서 말이야.
그런 린네의 바램을 이루어준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미소를 안겨준 것만으로도,
[영원의 벚꽃]엔 분명 의미가 있을 게다.
그리고, 린네도 편안히 쉴 수 있을 테고.
트리나의 시선이 [영원의 벚꽃]을 향했다.
언제나 린네가 말을 건네 오던 곳.
그곳에서 [영원의 벚꽃]은 트리나를 향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렇네요.
그랬, 어요···.
[영원의 벚꽃]을 바라보는 트리나의 눈에 어느덧 눈물이 차올랐다.
그런 트리나를 위로하듯, 어디선가 날아온 꽃잎 하나가 손에 쥐어졌다.
이건···.
가족이 저 위에 있는 거지?
그걸 날리면 가족한테 닿을 거야.
트리나가 손을 펴자, 꽃잎은 바람에 실려 저 높이 올라갔다.
한동안 멍하니 꽃잎을 바라보던 트리나가 말했다.
···고마워요.
절 여기에 데려와 줘서.
고맙긴, 무슨.
애당초 날 여기에 데려온 건 네 녀석 아니더냐.
··· ···조쉬 허밋이라고 했죠.
응?
지금의 리타를 남긴 훌륭하신 지휘관이니까,
그분께도 감사해야겠네요.
그리고, 리타의 동료분들께도요.
··· ···그렇지.
그래야지.
리타는 눈을 감았다.
꽃향기에 섞여 피어나는 옛 생각 속,
리타는 조용히 기도했다.
스러진 동료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있잖아요.
수목원을 보고 싶다고 했죠?
시간 나실 때, 한 번 놀러 오시겠어요?
··· ···그래, 좋느니라.
분홍빛 하늘 아래서,
리타와 트리나는 오래도록 옛 추억을 이야기했다.
선택지
다음에 [영원의 벚꽃]을 보면 오늘의 일이 떠오르겠지.
만개한 벚꽃 아래,
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오늘 본 아름다운 풍경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영원의 벚꽃] 아래 추억을 남기기 위해.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