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OVER ZONE13 / 28
OVER ZONE
대답 없는 낙원 : A
[SCENE START]
쿵-!
와르르르-
털썩.
···후우.
···뭔가 이건?
···이게 다 뭐죠?
인근을 수색하며 찾아온 것들이다.
일행은 스노우 화이트가 내려놓은 온갖 물품들을 바라보았다.
전선에, 벽돌에, 통조림···.
허. 술도 있군.
어머. 그것부터 눈에 들어오시나요?
뭐 본능 같은 걸세.
이 포대 안에 들어있는 건 뭔가요?
사슴이다.
사슴··· 이면, 그 사슴이요?
그 사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슴이다.
손질할 줄 몰라서 그냥 가져왔다.
대충 뜯어먹으면 되지 않겠나?
안돼요.
어, 제가 사슴 손질할 줄 알아요.
피나가요?
예. 몇 번 구워 먹은 적 있거든요.
천하일미까지는 아니더라도, 먹을만해요.
오오. 이거 설레는군.
스노우 화이트.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미안하다. 사슴이 취향이 아닌 모양이군.
그게 아니라, 경계는 어떻게 하시고 갑자기 이런 것들을···. 물론 엄청 좋긴 한데···.
도로시.
예.
현 시간부로 우리의 목표는 생존입니다.
방주에서의 연락이 늦는 지금, 지원을 바라는 것은 이제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또한, 임시 초소의 경계는 최소한으로 유지합니다.
2인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인근을 수색해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확보합니다.
호오···. 그렇게 하기로 한 건가.
예.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요.
음식은 최소한으로 확보합니다. 이론상 우리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뇌에게 줄 최소한의 칼로리만 섭취하도록 하죠.
저희는 코어 동력만으로 충분하니 먹지 않아도 돼요.
···아뇨. 프로토타입인 우리와는 달리 양산형 분들은 칼로리가 필요 없다지만.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순간,
···사고 전환이 와요.
몇 번이나 봐왔네. 그건 보는 사람도 괴롭지.
그러니 양산형 분들도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수면도 마찬가지예요.
음··· 넵. 알겠습니다.
그 외에는 임시 초소를 보수하거나, 무장을 보강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우리는 몸을 덮을 이불도, 불도 필요 없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난이도는 낮아져요.
그래서 말인데, 먹을 것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나요?
살 수는 있잖아요.
아뇨.
우리는 뭔가 해야 해요. 이곳에 가만히 있기만 해선 안돼요.
··· ···.
··· ···.
인근을 수색해 몇 가지 쓸만한 루트를 찾았다.
다 같이 모든 루트를 확인한 후, 각자 루트를 맡아 움직이면 되겠지.
예. 다 같이 움직이죠.
다요? 여길 비워놓고?
예.
스노우 화이트. 루트를 둘러보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모든 루트를 본다고 하면 반나절 정도면 충분하다. 보기만 하는 거니까 시간을 많이 잡아먹진 않을 거야.
좋아요. 그럼 다 같이 가죠.
괜찮나요? 비워놓은 상태에서 랩쳐가 와버리면···.
걱정 마요.
반나절 만에 이곳이 뚫리고, 방주 입구까지 닿지는 않을 테니까요.
··· ···.
많이 걱정되나요?
어··· 예. 아무래도.
흠···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문제인데.
어쩔 수 없군. 우리끼리 갔다 오겠네.
그래. 내일 한 번 더 둘을 데리고 루트를 알려주겠다.
···예. 부탁드릴게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좋은 시간들 보내시게.
스노우 화이트, 홍련, 라푼젤은 함께 걸어갔다.
··· ···.
···피나.
예?
사슴 손질할 줄 안다고 하셨죠? 그거나 하고 있을까요?
아, 예.
도로시와 피나의 앞에는 잘 손질된 사슴고기가 놓여있었다.
이렇게 하면 돼요. 좀 어렵나요?
아뇨··· 어렵··· 진 않은 것 같은데···.
저는··· 이거 못 할 것 같네요.
도로시 님은 의외로 비위가 약하시네요. 갓데스도 못하는 게 있을 줄은 몰랐어요.
후후. 우리라고 무결한 것은 아니니까요.
··· ···.
피나.
우리들, 솔직히 추했죠?
··· ···.
승리의 여신이니, 인류의 희망이니 한 주제에 절망한 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으니까요.
고작··· 그 짧은 시간 만에 절망해버렸어요.
더 힘든 일도 이겨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랬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힘든 일들을 이겨냈죠.
그땐 앞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았어요.
낙원이라 생각했던 곳은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우리는 그 대답 없는 낙원을 그저 묵묵히 지킬뿐이었죠.
생각해 보니 억울하더라고요. 짝사랑도 아니고.
그래서 일단 우선순위에서 치워버렸어요.
우리가 살아야, 낙원을 지키든 말든 할 거잖아요?
맞는 말이에요.
우리는 살아남을 겁니다.
그리고 이 두 발로.
직접 방주로 들어갈 거예요.
축하와 위로와 경의를 받으며, 꽃길을 웃으며 걸어가겠죠.
그땐 당신이 내 옆에서 함께 걸었으면 좋겠어요. 피나.
···예!
···쿵.
···?
···쿵.
···!
도, 도로시 님. 이 소리···!
···이동하죠!
짙은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랩쳐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
뭐, 뭔가요 저 수는···!
···한동안 습격이 없었던 건 이걸 위해서였나···.
어, 어떡하죠? 저 수를 우리 둘이서 당해낼 수는···!
피나. 신호탄을 쏴주세요,
그리고 엄폐해 주세요. 절대 나오지 말고.
도, 도로시 님은요!?
응전합니다.
혼자는 무리에요! 같이 숨어있어요!
아뇨. 어쩐지 지금의 저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피나는 저를 지켜봐 줘요.
제가 어떤 존재인지, 그 눈에 새겨둬요.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