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FOOTSTEP, WALK, RUN03 / 28
FOOTSTEP, WALK, RUN
작은 세계 : B
[SCENE START]
수년 후.
몸 상태는 어떠니.
괜찮아요.
그래. 그럼 주사 맞자.
예.
필요한 건?
없어요.
그래.
···라피.
예.
병원이 곧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
스폰서들도 지상 탈환전 이후의 경제 침체를 견디지 못했어.
애초에 지원금으로만 유지되던 병원이었으니까, 이제 많이 어렵단다.
그렇군요.
···네가 갈만한 곳이 있을까 싶어서, 이리저리 찾아봤는데.
가족도, 친척도 찾을 수 없었어.
알고 있어요.
입양 쪽도··· 잘 안 됐고.
병을 앓고 있으니까요.
인계받을··· 병원도···.
없었겠죠.
··· ···.
라피.
예.
··· ···.
후···.
임상···.
임상 실험에··· 지원해 줄 수 있겠니?
너처럼 희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애들을 대상으로 한 신약이 개발되었는데.
많이··· 위험하대.
대신 임상 실험에 참여하는 병원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고 해.
네가 도와준다면, 도와주면, 어···.
병원이, 병원이 문을 닫지 않아도 돼.
··· ···.
아, 아니다. 아니야.
미안해. 내가 지금 대체 무슨 말을.
어, 얼른 마무리하고 쉬자. 미안하다. 미안해.
할게요.
··· ···.
할게요. 그거.
···그래. 고맙구나.
···미안하다.
의사 선생님.
응?
죽으면 편해지는 거죠?
··· ···.
···라피. 너 설마···.
편해지는 거죠?
··· ···.
나도··· 모르겠다.
수년 후.
삐잇- 삐잇-
흐으··· 흐으···.
···호전을 보이고 있어.
나, 낫고 있어! 낫고 있다고!
라피! 너 지금 낫고 있어!
흐으··· 흐으···.
조, 좋아! 최초의 케이스니까, 이걸로 좀 더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고맙다! 고맙다 라피! 네가 우리 병원의 구세주야!
흐으··· 흐으···.
라피는 떨리는 손으로 TV를 가리켰다.
TV안에는 군복을 입은 사람과 정장을 입은 사람이 토론하고 있었다.
아, 저거?
···얼마 전에 핍박받던 니케들이 모여서 지상으로 탈주하려고 했나 봐.
중앙 정부에서 그 니케들이 타고 올라간 엘리베이터를 부수려고 하다가 사고가 나서,
그 엘리베이터가 방주 한복판에 추락할 뻔했는데···.
타고 있던 니케들이 자폭해서 대참사를 막았다고 해.
···숭고하지.
이 일련의 사건에 [갓데스 폴]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추모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덕분에 니케들을 혐오하던 니케포비아들의 입김이 많이 약해졌다고 해.
지금 저건 니케들의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파와,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파가 토론하고 있는 프로그램이고.
흐으··· 흐으···.
니케들이 예전만큼의 영광을 찾을 순 없겠지만.
밑도 끝도 없는 혐오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 ···.
잡담이 길었네.
아무튼 라피. 네가 힘내준 덕분에 희망이 보이고 있어.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오늘도 수고 많았어. 내일 보자.
무슨 일 생기면 손가락 끝에 버튼 누르는 거 잊지 말고.
알았지?
의사는 기쁜 표정으로 차트를 뒤적이며 병실을 나갔다.
틱. 틱. 틱.
라피는 계속해서 손가락 끝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틱. 틱. 틱.
병실에는 밤새도록 플라스틱 버튼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