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FOOTSTEP, WALK, RUN16 / 28
FOOTSTEP, WALK, RUN
소원을 말해라 : B
[SCENE START]
레드 후드의 총에 낀 녹을 제거 한다.
탄환과 보급 물자를 챙긴다.
탄환과 총기 상태는?
문제없어.
출발할게.
어어어 잠깐.
??
얘들 묻어줘야지.
묻어준다고?
응. 열심히 싸워주다가 떠난 애들이잖아.
묻어줘야지.
··· ···.
왜?
왜라니 이 사람아. 사람이 죽었으면 묻어주는 게 인지상정···.
비효율적이야. 우리는 이동해야 해.
··· ···.
그럼 먼저 가.
나는 묻어주고 갈 테니까.
··· ···.
도와줄게.
돕는 게 아니라, 너도 같이 하는 거야.
라피와 레드 후드는 땅을 파고 흩어진 양산형 니케들을 묻었다.
레드 후드는 잠시 고민하다 니케들이 사용하던 총을 묘비처럼 세웠다.
···다들 고생 많았다. 이제 푹 쉬어.
···죽은 자는 말을 듣지 못해.
어떻게 알아. 죽어봤어?
죽어봤어.
···그렇지. 나도 죽어봤었지 응.
··· ···.
그러게. 왜 죽은 사람한테 말하는 거지?
몰라.
흐음···.
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하는 거지 뭐.
··· ···.
그럼 가자고.
라피 너 양산형이라고 했지?
맞아.
처음 보는 타입이네.
아아 그렇구나. 30년이나 지났으니까. 신형 같은 건가?
맞아.
옛날 음악 좋아해?
옛날 음악?
컨트리 풍 음악 같은 거.
나는 음악을 듣지 않아.
오, 그래? 잘 됐네 그럼.
내 보물 빌려줄 테니까 한 번 들어봐. 듣는 순간 절대 못 빠져나올 거다 너.
···인데 카세트 플레이어 망가졌었지.
너 혹시 이거 고칠 줄 알아?
간단한 기계라면 고칠 수 있어.
그럼 이거 좀 고쳐주라.
왜?
왜라니, 필요하니까?
카세트 플레이어를 지금 고칠 이유는 없어.
지상은 위험해.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할 순 없어.
쓸데가 없다고? 와 나 너무 심한 말 들어서 상처받았네.
야 음악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 줄 몰라?
몰라.
하이고 아주 고귀한 취미 가지신 분 납셨네요.
그래서, 너는 얼~마나 대단한 취미를 가지셨길래 음악을 쓸데없다고 얘기하십니까?
취미는 없어.
취미가 없어? 농담이지?
나는 농담을 하지 않아.
··· ···.
그럼 너 뭐 좋아하는데.
그런 건 없어.
농담이지?
나는 농담을 하지 않아.
와 얘기가 빙글빙글 도네.
라피는 기시감을 느꼈다.
지금껏 수없이 들었던 질문들, 지금껏 수없이 했던 대답들.
라피에게 이 질답은 일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고 싶은 거나 보고 싶은 건?
없어.
하고 싶은 게 없다고?
없어.
왜?
그런 게 있어봤자 허무할 뿐이니까.
이루지 못하고 죽는 것만 봐왔어.
단 한 명도 이뤄내지 못했어.
그래서 하고 싶은 일 같은 건 없어. 결과가 어떨지 너무 잘 아니까.
···그래?
그래.
그럼 내가 너 소원 하나 들어준다.
네가 하고 싶은 거 말해봐.
라피는 수없이 반복하던 패턴과는 다른 결과에 놀랐다.
···뭐?
내가 네 소원 하나 들어준다고.
··· ···.
···왜?
레드 후드는 씨익 웃었다.
라피는 레드 후드의 웃음이 뭔가 묘하다고 생각했다.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진짜 얼마 안 남은 것 같거든.
···침식.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