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FOOTSTEP, WALK, RUN08 / 28
FOOTSTEP, WALK, RUN
궁금했던 이야기
[SCENE START]
건배~!
건배할 기운도 없으니까 그냥 알아서 마셔.
에이~ 전원 생존에 목표도 초과달성 했는데 건배해야죠~
흠.
원래 지상에 나갔다 하면 막 죽어나간다면서요? 근데 우리는 다 살았으니까 이건 무조건 건배죠.
그래. 해라 해.
싸구려 술과 안주가 놓인 테이블 위. 09-10F 스쿼드 모두가 빙 둘러앉아있었다.
오늘 있었던 작전의 성공을 축하하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소란스러운 가운데, 라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술만 홀짝였다.
··· ···.
무슨 맛이지 이게.
라아아아~~ 피이이이~~
야~ 너 잘 쏘더라? 진짜 교범에서 볼법한 자세로 탕탕탕탕!
너 사람일 때 무슨 암살자나 이런 거였어? 아하하하!
아니야.
그런데 왜 그렇게 총을 잘 쏴~?
모르겠어.
그래그래~ 모를 수 있지~
그럼 너 사람일 때 뭐 했어?
뭐라니 뭘 말하는 거야?
뭐~ 했던 일이나~ 준비하고 있었던 거나~ 이런 것들!
없었어. 아무것도.
··· ···.
취미는?
없어.
좋아하는 음식은?
그것도 없어.
이상형이라던가 뭐 이런 건?
모르겠어.
··· ···.
오~~케이~
아직 안 친해졌다 이거지? 벽 치는 타입이네 너~
각오해라 너~ 내가 이래 봬도 근성 하나는 정말
쿵!
세이라는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반컵 마시고 뻗는 건 또 처음 보네.
한놈은 있는 둥 마는 둥 하고, 한놈은 시끄러워 죽겠고.
희한한 놈 둘이 들어와서는.
라피 너는 무슨 색을 좋아해?
없는 것 같아.
흐응~ 그럼 빨간색은 어때? 너랑 잘 어울리는데.
···그렇구나.
라피 너는 나중에 뭘 하고 싶어?
모르겠어.
나는 있잖아~
···아. 얘기 안 해야지.
네가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기 전까진 내 얘기 안 할 거야.
내 얘기 듣고 싶으면 제대로 대답해. 알겠지?
야 너 내 얘기 진짜 눈물 없인 못 듣는다? 응?
으아~ 힘드네 이거~
라피 너는 사람일 때 여행 가본 적 있어?
아니.
가보고 싶은 곳은?
글쎄. 모르겠어.
에이. 가보고 싶은 곳은 있겠지~
모르겠어.
··· ···.
야. 라피.
응?
지쳤다 이제.
네 대답 기다리다가 내 얘기 다 까먹겠어.
오늘 복귀하면 밤새도록 내 얘기할 테니까 귀나 깨끗이 씻어놔.
간식이랑 음료수 많이 준비해 놓고.
···아. 술은 안 돼. 알겠지?
그래.
너 오늘 잠은 다 잤다 진짜.
상황 종료.
스쿼드 리더에게 보고. 랩쳐의 전멸을 확인.
다음 행동에 대해 지시해 주십시오.
··· ···.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 ···.
라피는 주위를 둘러봤다.
니케들의 잔해가 가득했다.
라피는 이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
라피는 천천히 이동하며 스쿼드 멤버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스쿼드 리더는 상반신이 없어졌다.
두 기의 니케는 머리가 없는 상태였다.
라피는 나머지 니케들을 살펴봤다.
세이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
라피는 머리가 없어진 두 기의 니케 앞에 섰다.
··· ···.
세이라.
나는 그냥 아픈 사람이었어.
태어나서 병원 밖으로 단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는.
내 세상은 병원이 전부였어.
치료된 날. 세상 밖으로 갑자기 던져졌고.
죽었어.
그래서 아무것도 몰라.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몰라.
뭘 하고 싶은지도 몰라.
미안. 이것 말고는 할 말이 없었어.
네 질문에 다 대답하고 싶었는데, 정말 할 말이 없었어.
··· ···.
네 얘기··· 궁금했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항상 궁금했어.
그런데···.
뭘 물어봐야 할지도··· 나는 몰라.
··· ···.
슬프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