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FOOTSTEP, WALK, RUN13 / 28
FOOTSTEP, WALK, RUN
그저 허무했다 : A
[SCENE START]
라피! 막아! 절대 뚫리면 안 돼!
라져.
리오! 괜찮아!?
아으, 다리···! 다리 한쪽이 날아갔어!
기다려! 내가 갈게!
라피!
알겠어. 그쪽으로 가는 랩쳐도 견제할게.
OK! 부탁해!
하, 하하···! 저 녀석···! 이제 든든하기 짝이 없네!
우리가 키운 거야!
후우··· 이번엔 진짜 죽을뻔했다.
어제도 그 얘기했어.
농담이 아니라, 요즘 랩쳐 놈들 장난 아니라고.
더 단단해지고 빨라졌어.
···그건 그래. 우리 쪽 화기로는 이제 무릴지도 모르겠네.
랩쳐가 진화하고 있는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깡통 로봇이 뭔 수로 진화를 해?
라고 보통은 생각하겠지만, 랩쳐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강해지고 있어.
진화라는 말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강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
정비 다 끝났나? 그럼 다음 작전 구역으로 이동한다.
아 직 안 끝 났 습 니 다.
다리 붙이고 있잖아요, 예?
쯧. 빨리 해. 늦으면 네 책임이다.
X신이 지휘관인 지 책임이지 내 책임이야?
뭐라고?
뭐요.
···빠, 빨리 끝내. 서둘러야 한다.
예 예~
신입 지휘관은 주위를 살피며 이동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힘든 건 저것들 때문일지도 몰라.
뭐··· 부정은 못 하겠네.
스쿼드 리더 체제에서 갑자기 인간인 지휘관 체제라니.
덕분에 위계질서가 흔들리고, 작전 내용에도 변화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죽어나가고 있나 봐.
얼마나 됐지?
2주 지났어.
2주밖에 안 지났는데 지휘관이 세 번 바뀐 거지 그럼?
맞아.
···우리만 이런 거야?
아니.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야.
뭔 지랄이야 이게.
후후. 그러게.
그래서 말인데, 조만간 폐기될 것 같아. 지휘관 체제.
지휘관들의 사망률이 너무 높아서, 방주에 장교들이 남아나지 않나 봐.
하여간 윗대가리들은 머리가 장식이라니까.
그 왜, 예전에 전설의 지휘관인가 누군가가 엄청 잘 나갔었다며?
그때 실컷 따라 해놓고 실패했다고 확정이 났으면 그만할 줄도 알아야지.
아 그때 이랬으니 지금도 이렇게 하면 잘 되겠다~ 라고 들이박는 게 어디 있어?
아니 뭐, 그렇게 지휘관이 궁하면 사관학교라도 세우던가.
···이건 소문인데.
인간을 지휘관으로 둔 어떤 스쿼드가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나 봐.
샛별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그런 케이스 때문에 이리저리 실험해보고 있는 건가 봐.
그것뿐만이 아니야.
지휘관 체제뿐만이 아니라, 다른 전술들을 많이 시험해보고 있대. 이곳저곳에서.
갑자기 왜?
그 이유는 다음 소문이랑 이어져.
넌 무슨 소문만 듣고 다녀?
2차 지상 탈환전을 준비하고 있나 봐. 중앙 정부에서.
···뭐?
규모는 1차에 비해 100배 이상.
100배라고.
뭐··· 어디까지나 뜬소문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해.
··· ···.
그러면 이런저런 전술들을 시험하는 게 대충 설명이 돼. 실전 데이터를 모으는 거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면, 말이 되잖아?
···전쟁.
이봐! 빨리 움직여!
예, 예. 갑니다 가요.
아으 저 자식 저거 좀 죽었으면 좋겠네.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농담이니까 이런 말 할 수 있는 거야.
일리 있어.
후딱 끝내고 돌아가자.
내일 복귀 콘서트가 있어서,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어야 돼.
프리티?
응.
슬럼프니 뭐니 하더니 복귀하나 보네?
당연하지. 프리티한테 슬럼프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후후. 그래.
너희도 갈래? 무료라던데.
나는 됐어.
나도 관심 없어.
흥. 재미없는 놈들.
다음날. 니케 숙소.
라피는 작전에 나가기 위해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웬디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벌써 준비하는 거야?
응.
어떻게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성실해?
이렇게 하는 게 편해.
음~ 라피가 우리랑 같이 다닌 지 얼마나 됐더라?
3년이야.
벌써? 진짜 빠르네.
··· ···.
되게 오랜만에 물어보는 것 같은데, 찾았어?
하고 싶은 거.
아니. 아직.
···그렇구나.
··· ···.
아 나도 이제 슬슬 준비해 볼···.
··· ···.
웬디가 침대에서 튕겨져 나오듯 몸을 일으켰다.
뭐야···!
라, 라피! 라피!
응?
호, 혹시 오늘 아크 데일리 기사 봤어!?
아니. 아직.
프리티가 죽었대!
··· ···.
복귀 무대 중에 니케포비아에게 살해당했다고···.
··· ···.
리오는?
여, 연락해 볼게!
콘서트장에 도착했다는 것까진 메시지가 왔었는데···!
나 왔어.
리, 리오!
왜 그래?
···괜··· 찮아?
뭐가?
프리티···.
··· ···.
아아. 괜찮아.
죽었는데 뭘. 어쩔 수 없지.
··· ···.
진짜 쉽게 죽더라. 니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응. 죽었어.
리오···.
아, 라피.
응.
한 가지 가르쳐줄게. 오랜만의 수업이야.
응.
열심히 살아봤자 아무 의미 없어.
죽으면 끝이거든.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든,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꿈을 줬든.
죽으면 끝이야.
인생은 허무한 거야.
본인이 아무리 잘해봤자, 남이 인생을 망치려 작정하고 뛰어들면 막을 수가 없어.
그래서 결론이 뭐냐.
열심히 살 필요가 없어.
리오.
그렇게 X 빠지게 열심히 살아도.
빛이 나도, 예뻐도, 귀여워도.
남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죽는 게 인생이라고.
그러니 열심히 살 필요가 없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 ···.
··· ···.
웬디가 다가가 리오를 끌어안았다.
리오.
··· ···.
왜 이래? 나 괜찮아.
괜찮지 않잖아.
··· ···.
허무해서··· 죽을 것 같아.
프리티는 뭐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그렇게 죽기 위해서?
그건 아닐 거야.
나는 프리티에 대해 잘 알지 못 하지만.
열심히 살아서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 거야.
근데 이제 그걸 알 수 없게 됐네.
할 수도 없게 됐고.
··· ···.
목적 같은 거, 하고 싶은 일 같은 거, 없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
어차피 죽으면 끝인데.
수일 후.
리오는 프리티가 되고 싶었던 거야?
그건 아냐. 프리티 같은 아이돌이 되고 싶었어.
··· ···.
왜. 의외냐.
그냥 좋아하기만 하는 게 아니었구나.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는 있잖아.
뭐··· 노력도 뭣도 안 하고 그냥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만 한 것뿐이지만.
그런데 그 끝이 그렇게 끝나버렸어.
시작도 안 해본 꿈이 끝나버린 거야.
··· ···.
라피.
응.
라피는 리오에게 화려한 봉투 한 장을 내밀었다.
뭔데?
테트라 니케 아이돌 오디션 참가 티켓이야.
···뭐?
나랑 라피가 진짜 힘들게 구한 거야.
···이거 돈 주고도 못 사는 건데 어떻게···.
돈 주고도 못 산다면, 더 많은 돈을 주면 되는 거지.
암표를 샀어.
···얼마 줬는데.
이럴 땐 가격을 물어보지 않고 고맙다고 얘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푸후-!
··· ···.
야, 야. 나 이거 안 돼. 연습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했고, 옷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
지금부터 하면 되잖아. 세 달 뒤야.
··· ···.
응원할게.
나한테 보여주면 좋겠어.
원하는 걸 노력해서 쟁취하는 모습을.
많은 공부가 될 거야.
응. 라피의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줘.
··· ···.
그, 그래.
그래. 열심히, 열심히 해볼게.
고맙다.
시X 진짜 고맙다! 진짜! 진짜 고마워!
리오는 그날 작전 내내 프리티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신입 지휘관이 시끄럽다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줬지만, 리오는 개의치 않고 계속 흥얼거렸다.
신입 지휘관은 평소 때라면 싸움으로 번질만한 거친 언행을 내뱉었지만, 리오는 그저 흥얼거리며 넘겼다.
그날 저녁.
리오는 붉은 눈을 한 채 프리티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동료들을 쏘았다.
웬디는 리오의 머리를 쏜 후 한참을 웃다 자신을 쏘았다.
소음을 듣고 다가온 랩쳐와 전투가 발생했다.
지휘관은 사망. 스쿼드 멤버도 둘 밖에 남지 않았다.
라피는 생존자 둘과 함께 방주로 복귀했다.
라피는 간단한 검사 후 대기했다.
대기하는 중, 테트라 니케 아이돌 오디션의 가짜 티켓이 암표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 ···.
···하아.
아··· 아아아···.
스컬 헤드 스쿼드는 해체됐다. 사유는 전멸.
라피는 리오가 말했던, 허무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라피는 거울을 보았다.
그날, 프리티가 죽었던 날.
리오가 짓고 있던 표정과 똑같은 표정을 한 자신을 보았다.
라피는 그저 허무했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