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RED ASH23 / 28
RED ASH
멋진 이별을 위해 : B
[SCENE START]
레드 후드는 낡은 민가 안에서 누워 있었다.
고향으로 가는 길, 침식이 악화되어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조금만 쉴 요량으로 누운지 벌써 하루가 지났다.
혼미한 정신 속에서, 레드 후드는 과거를 회상했다.
이야~ 너희들이 그 갓데스야?
나는 레드 후드! 잘 부탁해!
혹시 옛날 노래 좋아하는 사람 있어?
안 좋아한다고? 그럼 이리 와 봐. 내가 들려줄게. 들어보면 바로 반할걸?
여. 아가씨. 비도 안 오는데 무슨 우산을 쓰고 있으십니까?
제가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죠?
그리고 이건 우산이 아니라 양산이에요.
양산? 그게 뭔데?
햇빛을 가리는··· 음···. 우산이라고 해두죠.
우산이잖아 그럼.
양산이라니까요.
그걸로 햇빛이 잘 가려져?
예. 양산이니까요.
그럼 나 좀 빌려줘. 눈 좀 붙이려는데 햇빛 때문에 잠이 안 와 잠이.
···이건 파라솔이 아니에요.
아 그러지 말고 좀 빌려줘.
싫어요.
끝내··· 안 빌려주고··· 쪼잔한 놈···.
그거··· 얼마나 한다고···.
너 인마. 왜 그렇게 항상 날이 서있어? 그러다 사람들 다 떠나간다.
떠나라고 하게. 항상 날이 서 있어야 더욱 날카롭게 벼려지는 법일세.
난 항상 날카로워야 하네. 그래야 지지 않지.
검집에 들어가 있어야 칼날이 안 상하는 법이다. 뭐 이런 말 몰라?
그러니 너도 검집에 좀 들어가. 그러다가 오는 것들 다 베인다.
···검을 검집에···.
··· ···.
그렇군. 발도술이야.
아니. 그 얘기가 아닌데.
잠시 시간 좀 내주게.
···그래서, 홍련의 발도술 상대를 해주다가.
레드 후드의 목에 상처가 났다고?
무지 빨랐어.
무지 빨랐지.
잘했네.
거봐. 잘했다잖아.
칭찬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
나가 이 녀석들아!
킥킥킥···.
···윽!? 허억···! 크으윽···!
···킥킥. 바보짓도 참··· 으윽···! 많이 했다.
아시겠나요 레드 후드. 책은 양식이에요. 마음의 양식.
물론 음악도 좋은 마음의 양식이지만, 편식하면 안 돼요.
책? 책이라면 나도 자주 읽어.
엇. 그래요?
응. 성녀님도 볼래?
예. 보여줘요.
와, 표지가 엄청 화려···.
짝!
으악! 왜, 왜 갑자기 뺨을 때리고 난리야!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아무튼 이, 이런 외설적인 것을 책이라고 부르다니요.
아니. 책 맞잖아.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없잖아요.
에이 무슨 소리야. 어차피 먹는 얘기인 건 똑같···.
짝!
으헉!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모르고 한 것 맞지? 응?
···그때부터··· 알아봤지···.
성녀님의 본성을··· 킥킥···.
우웁···! 크헉···!
흐읏···! 흐읍···!
으아아악···!
레드 후드는 권총을 꺼내들었다.
··· ···.
스노우··· 미안하다···.
네가 스노우 화이트야?
어, 예. 마, 맞는데요.
나는 레드 후드. 잘 부탁해.
자, 잘 부탁드립니다.
··· ···.
너 왜 그렇게 주눅이 들어있냐?
예? 저, 저요?
그야··· 갓데스는 다 대단한 분들이고··· 어···. 저는 딱히 막 뭘 잘하는 게 아니라서···.
야. 무슨 소리야. 사람 다 똑같지.
다 잘나고 못났지 뭘 그런 걸로 주눅이 들고 그래.
나 봐봐. 잘나 보여?
어··· 따, 딱히요?
···애가 너무 솔직하네.
아무튼, 나 같은 사람도 여기 왔으니 너도 주눅 들지 마.
너 뭐 그거 뭐야. 그거 잘 한다며.
프라모델 조립.
···무기 제작인데요.
에이 뭐 반은 맞췄네.
··· ···.
그럼 나 무기 하나 만들어줘라.
죽여주는 녀석으로 하나 만들어줘.
어··· 예. 혹시 원하는 모델이 있나요?
드릴.
드릴이요?
어. 드릴.
왜 드릴을···.
멋지잖아. 드릴.
멋지긴··· 하죠.
그리고 총알도 나가고 미사일도 나가고 막 다 할 수 있으면 좋겠어.
··· ···.
아예 한발 쏘면 이기는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하시죠.
왜. 못 만들어?
우리 스노우 무기 잘 못 만드는구나?
···스노우.
이름 부르다가 혀 깨물 것 같아서. 괜찮지? 스노우?
··· ···.
예. 괜찮아요.
그래서, 못 만들어?
아뇨. 만들 수 있어요.
꼭 만들어드릴게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만들어볼게요.
좋아. 그럼 약속했다?
레드 후드! 가지 마요!
여기에 있어요! 예!?
진짜 갈 거예요···?
나 놔두고 갈거예요?
!!
너희.
나 쏠 수 있어?
못 하잖아.
그러니 갈 거야.
가서··· 조용히 죽을 거야.
허억···! 허억···!
갓데스 스쿼드는 진짜 멋지죠.
역시 승리의 여신입니다!
나중에 갓데스 같은 니케가 될 거야.
갓데스 보고 있으면 힘이 나거든. 엄마랑 아빠도 그렇다고 했어.
그래서 나도 그러고 싶어.
인류를 위해 싸워준.
갓데스 스쿼드에 감사를.
으윽···! 으아! 으아아아-!!
쾅!
레드 후드는 자신의 머리를 바닥에 찍었다.
이 등신! 이 멍청한 놈!
왜 그렇게! 왜 그렇게!
멋없게 헤어진 거야! 좀 더 멋있게 헤어지지!
왜 그렇게 찌질하게···!
그 녀석들 쪽팔리게···! 완벽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똥을 뿌렸어···! 똥을 뿌렸다고!!
쾅!
후우···! 후우···!
··· ···.
···돌아가자.
돌아가는 거야···!
나는···! 아직···!
그 녀석들한테···!
보고 싶어. 근데 괜찮아.
작별 인사 잘 했거든.
좋았던 거. 안 좋았던 거. 다 얘기했어.
그래서 괜찮아. 잔뜩 얘기했으니까.
제대로 된 인사도···! 못 했다고···!
그리고··· 나는!
레드 후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녀석들에게!
자랑스러운 동료여야 하니까!
등신같이 찌질대다 헤어진 동료가 아니라!
죽여주게 멋진 동료여야 하니까!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