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STAR ANIS02 / 28
STAR ANIS
첫 공연 : A
[SCENE START]
아니스가 계단을 오른다.
한칸 한칸 올라갈 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뒤를 돌아본다. 민트, 프리카와 눈이 마주친다.
좀 더 뒤를 본다.
머스탱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좀 더 뒤를 본다.
걸어왔던 길이 보인다.
카운터스에 소속되어 지상과 방주를 오가며 겪었던 일이 떠오른다.
좀 더 뒤를 본다.
갑자기, 첫 공연이 떠오른다.
···자.
오늘은 우리의 첫 공연이었어.
스무 명의 관중에게 지금까지 우리가 준비했던 걸 선보일 첫 공연이었지.
우리는 무대에 올라갔고, 춤추면서 노래를 했고, 끝났어.
응. 어찌 됐든 끝났지.
그럼 그 다음엔 뭐겠어?
각자의 그거, 그 뭐야. 감상 같은 걸 교환해야 할 시간이라는 거지.
그래서, 어땠어?
관중이 너무 적어서 힘이 안 나던데.
그래서 실수를 그렇게 많이 했어?
그 정도 실수는 애교로 봐줬을걸?
첫 공연에서 실수한 건 애교가 아니라 바보 같은 짓이야.
너도 실수했으면서 너무 나한테만 뭐라고 하네.
나는 완벽했어.
완벽한 태클이었지. 나한테 어깨로 들이받은 게 누구였더라?
동선도 못 외워서 멍하니 서 있는 누가 안돼 보여서 살짝 밀어준 거야.
멍하니 안 서 있었는데? 팬 서비스하고 있었는데?
첫 공연에 무슨 팬 서비스를 한다는 거야. 아직 우리 팬 없잖아.
미리미리 해놓는 거지.
공연에 관심 없는 거 티 좀 내지 마. 인기를 원하면 개그우먼이 되지 그랬어?
그러는 너야말로 그렇게 실력 타령만 할 거면 트레이너를 하지 그랬어?
자자, 싸우지 말고.
첫 공연이라서 다들 긴장했던 건 알겠는데, 이걸 가지고 서로 나무라지는 말자.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다음에 더 잘할 생각을 해야지.
같은 멤버끼리 헐뜯고 그러면 어떡해?
아니스 너. 노래 연습한 거 맞아? 노래 왜 그렇게 못 불러.
너무 웃는 표정으로만 있어서 기괴하던데. 나 옆에 보고 깜짝 놀랐잖아.
··· ···.
몸 엄청 삐걱거리더라. 누가 실로 연결해서 조종하는 줄 알았네.
중간에 인사한 거 맞지? 손가락으로 욕한 게 아니라.
말로만 리더라고 할 게 아니라, 리더로서 실력을 좀 갖춰주면 좋겠어.
표정에 자신 없으면 그냥 가만히 있어. 그편이 열심히 하는걸로는 보일 테니까.
이, 이것들이 사람이 좋게 좋게 얘기하니까···!
연습 좀 해 제발.
살도 좀 빼고.
야! 잘한 게 있으면 잘했다고 해주고! 아쉬운 게 있으면 아쉽다고 얘기하라고 했지 누가 그렇게 욕만 하래!
포스트 모템 몰라? 포스트 모템!
또 싸우고 있는 거야?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네.
싸우는 게 아니라! 얘들이 일방적으로 시비 걸었는데요!
얘기는 다 끝났어요?
···어. 끝났어.
결과는요?
··· ···.
일단, 사무실에 가면서 얘기하자.
한슨의 차가 부드럽게 한적한 도로를 달린다.
차가 한 대도 없네요. 요즘따라 차가 영 안 보이더니 오늘은 한대도 없네.
중앙 정부 쪽에서 개인 차량 운행을 금지했으니까.
예전에 등록되어 있던 것들은 괜찮은데, 이제 신규 등록은 저 어딘가에 높으신 분들 말고는 못 해.
그럼 사장님은 저 어딘가에 높으신 분인가요?
그럴 리가. 예전에 등록되어 있던 차야.
차량 기준으로 등록되는 거라, 지금 등록되어 있는 차 모두가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지.
그럼 이 차 지금 팔면 얼만데요?
글쎄. 안 팔거라 생각은 안 해봤지만, 아마 10배 이상은 오르지 않았을까.
세상에. 그럼 이거 팔면 새 사무실 구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그렇게까진 안 돼. 인테리어 정도면 모를까.
팔죠 그럼.
안 돼.
그럼 타이어라도 하나 팔아서 샤워실이라도 어떻게 좀 안될까요?
맞아 맞아. 물이 무슨 드립 커피처럼 나온다니까요.
안 돼. 이거 어머니 유품이거든.
··· ···.
··· ···.
··· ···.
엇.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네.
그··· 죄송해요.
아냐아냐.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내가 미안해.
그 이유도 있지만, 차를 안 파는 더 큰 이유가 있어.
내 아이돌들이 공연장에 딱 도착했는데.
이런 차에서 슥슥 내리면 그림 나오잖아?
뭐··· 그렇긴 하죠.
···그래서. 오늘 첫 공연을 한 소감들이 어때?
봐서 아시잖아요.
좋던데?
좋기는 무슨. 실수투성이에, 관객들 호응도 좀 많이 별로였고···.
···끝나고 싸우기나 하고.
··· ···.
··· ···.
···그으래서··· 어떻게 됐어요?
정기 공연하게 해준대요?
음··· 아니.
거절당했어.
···왜요?
왜긴 왜야. 공연이 형편없었으니까 그렇지.
··· ···.
아냐. 공연은 나쁘지 않았어.
좋았다고는 얘기 안 하시네요.
형편없지는 않았어.
참된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유니크함이 없대.
···유니크함.
곡과 안무 모두 프리티의 커버니까.
그리고 너희도 알겠지만 지금은···.
춘추 아이돌 시대라고 봐도 무방하죠.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돌이 프리티를 흉내 내고 있고.
···그래.
한슨은 창문 너머 낡은 빌딩을 바라본다.
프리티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낡은 플래카드를 본다.
프리티는 여러 가지 의미로 방주에 충격적인 존재였어.
그만한 스타는 다시 나오기 힘들겠지.
···프리티가 없어진 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니케가 됐어.
테트라 소속의 니케가 되어, 스타를 꿈꿔.
포스트 프리티를 꿈꿔.
노래, 춤, 캐릭터성까지 프리티를 꿈꾸지.
그래서야. 우리한테 유니크함이 없다는 게.
프리티를 흉내 내는 차고 넘치는 아이돌 중 하나니까?
응.
··· ···.
너무 많아.
니케화는 테트라에서 진행했지만, 테트라에서 그 모든 니케를 관리할 수 없어.
정확히는, 한 회사가 너무 많은 니케를 보유하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해.
이걸 견제하기 위해 아이돌이나 연예인을 지망하는 니케는 모두 중앙 정부 소속이 됐지.
자유롭게 행동하되, 중앙 정부에서 명령을 내리면 따라야 하는 조건이 붙었고.
그 중, 특출난 재능이나 성과가 있는 경우 테트라가 데려가 직접 관리하는 기형적인 형태가 됐어.
덕분에 지금은 발에 챌 정도로 많은 사무실과 아이돌 지망 니케들이 생겨나게 된거고.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도 그 발에 챌 만큼 많은 사무실 중 하나일 뿐이야.
그럼 그 차고 넘치는 가짜 프리티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역시 오리지널리티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게 생각한 아이돌들도 엄청 많지.
자연스럽게 유명 작곡가, 작사가를 포섭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고.
우리는, 그 경쟁에 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돈 없어서요?
무슨 소리야. 돈만 없는 줄 알아? 지명도도 엄청 낮아.
··· ···.
···그.
저희를 이만 보내주는 게 어떨까요?
에이. 안돼.
아니. 사무실에 돈도 없어, 인맥도 없어.
이 열악한 사무실에 우리 같은 인재들을 썩히고 있는 게 미안하지도 않아요?
안 미안해. 끄떡없어.
아니 우리가 끄떡없지 않다고요~
아~ 그러면 우리 첫 공연은 허탕으로 끝난 거네요.
한 번으로 끝나면 다행일 텐데.
빨리 가서 밥이나 먹죠. 배고파 죽겠어요.
밟아요 밟아.
그래그래. 허탕 치느라 고생했으니 밥이나 먹자.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