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STAR ANIS20 / 28
STAR ANIS
[팬] : B
[SCENE START]
철퍽. 철퍽. 철퍽.
아니스의 몸 곳곳에 맞은 물풍선들이 터진다.
악취와, 형형색색의 액체들이 퍼져나간다.
아니스는 웃으려 애썼다. 하지만 도무지 웃음이 나지 않았다.
···왜 안 웃어? 하기 싫어?
어어? 이상하네? 스마일 박스라고 들었는데 왜 안 웃지?
··· ···.
아니스는 웃으려 애썼다. 하지만 입꼬리가 조금도 올라가지 않았다.
야! 아 진짜 짜증 나네! 내가 이거 만들어 오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웃기 싫으면 웃지 마! 대신 아 해. 아.
입 벌려. 아~~
··· ···아.
아니스가 기계적으로 입을 벌린다.
[팬]이 물풍선을 힘껏 던지려 한다.
그만---!!
리스가 달려 나간다.
[팬]을 밀친다.
[팬]이 넘어지며 물풍선이 자신의 얼굴 위에서 터진다.
[팬]은 괴성을 지르며 구토하며, 바닥을 구른다.
그만! 그만!
리스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팬]들을 향해 외친다.
재밌어!? 이게 재밌어!?
이게 정상이야? 이게 맞아? 뭘 재밌다고 계속하고 있는 거야 왜!
이 쓰레기들아! 너희 스트레스랑 열등감은 너희가 알아서 해!
내 아이돌한테 풀지 마! 내 아이돌한테 다가오지 말라고!
꺼져! 다 꺼져!
[팬] 중 누군가가 험악한 인상을 쓰며 다가온다.
[팬]이 리스의 머리채를 잡으려 든다.
아니스의 눈이 돌아간다.
너---!! 지금 누구한테 손대는 거야!!
팍-! 하고 [팬]을 밀어낸다. [팬]이 바닥을 구른다.
삽시간에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간다.
그들이 다가온다.
아···.
아니스는 뒷걸음친다.
[팬]들의 분노한 얼굴, 크게 외쳐대는 욕설과 폭언.
아니스는 고개를 숙이려 한다.
---!!
리스가 바닥에 놓인 스탠드를 집어 든다.
뭐 이 새X들아! 꺼져!
아아아아악--!! 꺼지라고오오--!!
리스가 스탠드를 마구 휘두른다.
[팬]들이 당황하며 물러선다.
리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러서는 [팬]들을 향해 외친다.
다시···! 오지 마···!
다시는! 오지 마! 오면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리스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오열한다.
어··· 으흑···! 왜, 왜들 그러는 거야 왜···!
내··· 아이돌인데··· 이런 취급 받을 이유가 없는데···.
너무··· 예쁘고··· 열심히 하고··· 자랑스러운데···.
대체··· 왜에에에---!!
아니스가 조용히 다가간다.
리스를 끌어안는다.
으윽···! 아니스으···!
미안, 미안해···! 내가 망쳤어···!
그런데, 그런데 이제 더는···! 못··· 참겠어···!
내가 싫어···! 내 우상이 망가지는 거···! 싫다고오오--!!
민트와 프리카가 다가온다.
울부짖는 리스를 끌어안는다.
그만하자.
응. 그만하자.
이제 그만··· 하자.
으으···! 얘들아···! 미안해···!
아니야. 고마워.
우리한테 아이돌이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멈춰줘서 고마워.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아니스가 고개를 든다.
수많은 [팬]들이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찍는다.
먼발치에서 그저 자신들의 모습을 담는다.
아니스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들이 스마일 박스를 진행 중일 때, 그 누구도 만류하거나 구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계약 불이행의 책임을 물어 T.T. STAR는 3일간 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다.
스마일 박스 프로젝트는 잠시 잠정적 중단.
해당 사고의 주모자인 리스는 3일간 테트라 라인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
리스는 짐을 싸 자택으로 돌아갔고.
3일 뒤, 싸늘한 주검이 된 채 자택에서 발견됐다.
그 X 그거 미친 거 아냐?
매니저라며? 왜 나댐?
아니스가 밀었다고? ㄹㅇ?ㅋㅋㅋㅋ
매니저 인성 꼬라지. 아이돌 인성도 안 봐도 뻔함
그 아이돌에 그 매니저
폭력 아이돌과 폭력 매니저 <-완벽한 조합
매니저 신상 털어왔다ㅋㅋㅋㅋ
와씨 개 아싸였네
눼 아이돌한퉤 대개오지 말라궈어어어(사진 있음)
팬이 개똥으로 보이지 아주
(소신 발언) 매니저 못생김
아놔 그것 때문에 스마일 박스 쉬네
티티스타 순위 떨어진 거 봐
이야 28위로 바로 나락행ㅋㅋㅋ
진짜 개 같이 굴러서 올려놨더니 서로 손잡고 초치네
아이돌이 잘하면 뭐 함? 매니저가 똥 뿌리는데
매니저가 잘하면 뭐 함? 아이돌이 똥 뿌리는데
둘이 학생 때 친구였다는데
얘기 들었는데 둘이서 반 전체 따돌렸다고 함ㅋㅋㅋ
오 그럼 요요를 떨어뜨린 게 설명이 되네
그 사이 52위ㅋㅋㅋㅋㅋ
··· ···.
한슨은 리스가 사망 전, 아이돌 게시판에서 확인한 글의 목록들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인은 경동맥 압박에 의한 질식사.
유서엔 짧은 글 한 줄만이 쓰여 있었다.
내가 너희를 망쳐서 미안해.
··· ···.
미안하다. 내가···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진···.
민트와 프리카는 납골당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아니스는 멍하니 디지털 패널을 바라보고 있다.
리스의 이름이 무미건조하게 출력되어 있다.
··· ···.
제 첫 번째 팬이었어요.
제가 빛날 수 있을 거라고, 계속 말해줬어요.
···아니었지만.
아니스가 디지털 패널을 어루만진다.
욕심내는 게 아니었어요.
받아본 사랑이 너무 좋아서, 그걸 다시 세상에 돌려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주제에 맞지 않았던 거예요.
··· ···.
잘해주지 말지.
주제에 맞게, 계속 외롭게 살다가 죽게 놔두지.
괜히 잘 해줘서, 그 맛을 봐버린 탓에.
더 맛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렸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란 착각에 빠졌어.
나 같은 게,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애정 결핍에 찌든 평범 이하인 사람일 뿐인데.
이런 나 때문에··· 죽었구나.
아, 하하.
바보 같다. 바보 같다 정말.
너··· 진짜 바보 같다.
··· ···.
미안.
나는 별이 아니었어.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잡한 별이었어.
네 삶을··· 나 같은 걸 위해 바쳐줘서···.
미안해.
··· ···.
···사장님. 중요한 일이 있는 거죠?
···응.
중요한 일 맞죠?
···맞아.
···그래요. 그래야 할 거예요.
어서 가요. 가서 빨리 해결해요.
빨리 해결하고 돌아와요.
···지금처럼, 늦지 말고.
···미안··· 하다.
아니스는 대답하지 않고 디지털 패널을 바라본다.
한슨은 그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갔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