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STAR ANIS23 / 28
STAR ANIS
아이돌답게 : B
[SCENE START]
4시간 전. 에닉의 방.
이상으로 모든 테스트를 종료하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바디 컨디션을 체크하겠습니다.
체크 완료. 위생상 불결하다는 것 이외에는 이상 없습니다.
그야··· 며칠 동안 나가지도 못하고 계속 테스트만 했으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매우 적합합니다.
당신이 말한 계획을 실행하기에 충분합니다.
작은 오류가 있을 수 있겠으나,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다는 말은···.
이론상으로 문제는 없습니다.
단, 대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 ···.
역시 그렇군요.
예. 동의 없이 이런 일을 진행할 순 없습니다.
물론, 물리적인 수단을 포함한 각종 위협 수단을 동원한 동의는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대상의 자발적인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동의를 구한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동의를 구할 경우 일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됩니다.
최대 5분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빠르군요.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동의를 구하겠습니다.
한슨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빠른 걸음으로 에닉의 방을 나섰다.
현재. T.T. STAR 공연까지 2시간 전.
테트라 라인 임원진용 병원.
··· ···.
머스탱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생명을 갉아먹는 병의 치료제가 완성되는 날.
머스탱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머스탱은 눈을 감고 미소 짓는다.
머스탱은 기다린다.
병실의 문이 조용히 열린다.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머스탱은 심장이 두근거려 미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걸음 소리가 멈추고, 옆에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
머스탱은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 떨림과 함께 조용히 눈을 떴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려왔던 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크게 미소 짓는다.
왔구나.
아들아.
예. 왔습니다.
아버지.
한슨의 손에는 작은 기계 장치가 들려 있었다.
하얀색으로 찰랑이는 액체가 든 기계 장치.
치료제로군.
맞습니다.
그걸 어떻게 손에 넣었, 아니 아니. 재미없는 질문이군.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넌 지금 내 목숨줄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위치에 섰다.
그걸로 뭘 어떻게 생각인지 말해봐라.
··· ···.
아버지.
죽어주십시오.
아니스.
요요가 불쑥 다가온다.
악취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요요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히죽대며 말한다.
메이저 데뷔한다며? 좋겠다.
나를 그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메이저로 가니까 좋아?
···요요.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그건 정말 내가 한 게 아니야.
네 일은 안타깝게 생각해.
하지만 나는, 우리는 아냐.
아이돌답지 못한 짓은, 우리 방식이 아니야.
흐응. 스마일 박스는 아이돌다운 짓이었고?
··· ···.
너, 시비 걸러 온 거야?
미안한데, 끝나고 하자. 얘기 다 들어줄게.
우리한테 중요한 날이야. 부탁이니까, 물러가 줘.
저기 아니스.
우리 학생 때, 네가 내 거 다 빼앗아 갔잖아.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다 가진 내가 부러워서 다 빼앗아 갔잖아.
그걸로 만족이 안 됐어? 왜 니케까지 되어서 그래?
···내가, 할 말이야.
아아. 응. 오해가 있었다는 말이지?
근데 그거 못 풀잖아. 우리 서로서로를 오해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없던 걸로 하자.
···뭐?
응. 없던 걸로 하자.
학생 때로 다시 돌아가자.
돌아가서, 처음부터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자.
총 맞았냐. 헛소리를 하고 있어.
다시 돌아가면 나 너 안 괴롭힐게.
그러니 너도 내 거 안 빼앗아 가는 걸로 하자.
그러면 우리 싸울 일도 없고
네가 옥상에 올라갈 일도 없잖아.
··· ···.
너, 알고 있었냐.
아, 응. 언제 올라갈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거든.
아무튼 다시 시작하면, 너도 정정당당하게 해야 해.
생각해 봤는데, 우린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게 너무 달라서 이 문제가 생긴 거잖아?
너는 아무것도 없었고, 나는 다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럼 둘 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면 싸울 일도 없어.
하하. 맞지? 천재적이지?
그러니까 비겁하게 동료 같은 것도 빼고, 둘 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너랑 나. 둘이서만 경쟁하는 거야.
내가 이번에는 정말 격의 차이를 보여줄게.
미친놈.
그럼 일단 동료 중 하나는 처리했으니, 여기 있는 둘만 치우면 되겠다.
너희 둘, 미안한데 이만 가줄래? 아니스는 나랑 경쟁해야 하거든.
···뭐···?
에이. 둘이 빠져야 정정당당한 승부가 되잖아. 뭘 그렇게 놀라?
하나는 처리했다니··· 무슨 말이야.
아, 네 매니저. 내가 죽였거든. 그러니 이제 둘만 치우면 일대일이 되는
쩍-!
요요의 얼굴에 아니스의 주먹이 꽂힌다.
우풉···!
요요가 넘어진다.
품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진다.
리스의 안경이다.
---!!
왜, 왜 때리는 거야 아니ㅅ
퍽-!!
아니스가 요요의 멱살을 잡고 일으킨 후,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는다.
퍽! 퍽! 퍽! 퍽!
민트와 프리카가 소리치지만 아니스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엑··· 으겍··· 카학···!
너 부모도 없다며! 고아라며!
여기도 지원금 받아서 들어온 거라며!
진짜 아무것도 없는 게 뭘 맨날 그렇게 잘난 듯이 대장질을 하는건데!
대장은 나라고! 내가 반장이라고! 네가 아니라!
퍽! 퍽! 퍽! 퍽!
저, 저기···.
아, 아니스.
그··· 혹시···.
프, 프리티 좋아해?
퍽! 퍽! 퍽! 퍽!
미안··· 해서.
계속··· 사과하고 싶었··· 거든.
우리··· 너 안 싫어해. 그건 진짜··· 알아주면 좋겠어.
응. 마, 만약 아니스가 아이돌 하면 나 매니저 할래.
진짜 재밌겠다. 이리저리 다니면서 공연하고 막···.
그냥 단순하게 공연만 보는 게 목적은 아닐 거 아냐.
배, 배우고 싶은 거 아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잖아.
그럼 아니스가 가는 게 맞아.
퍽! 퍽! 퍽! 퍽!
아니스가 날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매니저로 취직해서 일도 열심히 배웠어.
언젠가, 같이 특별해지고 싶어서.
내 아이돌한테 풀지 마! 내 아이돌한테 다가오지 말라고!
꺼져! 다 꺼져!
미안, 미안해···! 내가 망쳤어···!
그런데, 그런데 이제 더는···! 못··· 참겠어···!
내가 싫어···! 내 우상이 망가지는 거···! 싫다고오오--!!
제발! 주제에 좀 맞게 살아!
진짜···! 맞춰주니까 다 자기 좋아하는 줄 알고···!
퍽!
그래. 네 말이 맞아.
주제에 맞게 살았어야 했어.
너 이 새X!!
퍽!
사랑받고 싶었고, 받았던 그 작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고 싶다니.
내가 뭐라고. 맞지?
다 빼앗아 가도 되는데!!
퍽!
그래서 이제 안 하려고. 아이돌.
애초에 나는 특별해질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그것만은 빼앗아 가지 말았어야지!!
퍽!
내 별은! 빼앗아 가지 말았어야지!!
그러니 아이돌답지 못한 짓. 이제 하려고.
너는 내가 죽인다.
퍽!
··· ···.
네가 뭔데!! 내 별을!!
아니스으--!!
그만! 그만해!
놔! 놔아--!! 이 새X 내가 죽여버릴 거야!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 ···.
아니스가 주먹질을 멈춘다. 요요가 바닥에 쓰러진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요요.
어느새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핸드폰과 카메라를 든 채 촬영하고 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
아니스가 벌떡 일어난다.
재밌냐···!
재밌어!? 재밌냐고!
남의 불행이 그렇게 즐거워!?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쳐다보지 마···!
나 보지 말라고!
보지 마!!
다 꺼져 이 개X끼들아--!!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