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STAR ANIS11 / 28

STAR ANIS

플라스틱 별 : A

[SCENE START]

화면에 수많은 물방울들이 어지럽게 흩날린다.

물방울들이 한곳에 모여들고, 이내 경쾌하게 터진다.

화면 가득 탄산수의 기포가 솟아오르고, 화려한 효과들이 뿜어져 나온다.

모든 기포와 효과가 한곳으로 모여들고, 탄산수 캔이 튀듯이 생겨난다.

그 탄산수 캔을 잡는 손.

요요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상쾌함!

요요

빅뱅 스파클링 워터!

다음 광고가 흘러나온다.

T.T. STAR는 TV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아니스

··· ···.

아니스

저, 저 새X가 진짜···!

민트

···바뀐 광고 모델이 요요였어? 너무하네.

프리카

대놓고 괴롭히네.

아니스

이, 이거 그런 거 아냐? 그 뭐냐. 공정 거래 어쩌구 위반···!

리스

버, 법적으로는 문제없어. 계약을 확정 지은 것도 아니었고···.

아니스

아··· 진짜···.

아니스

··· ···.

아니스

또··· 이렇게···.

민트

··· ···.

민트

단순히 요요의 복수심이나 이런 거로 테트라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움직이진 않을 거야.

아니스

손해라니 무슨 손해.

민트

요요의 이미지. 요요 같은 탑 아이돌이 할법한 광고는 아니거든.

민트

신비주의로 무장한 요요가 저런 신생에, 인지도도 낮은 상품의 광고를 한다는 것 자체가 손해야.

민트

단순히, 널 괴롭히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진 않을 거란 얘기지.

아니스

아닐걸. 쟤는 저러고도 남아. 음침하고 지저분한 놈이라서.

민트

요요 혼자서 떼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거야. 테트라 소속의 아이돌이니까.

민트

흐음··· 뭔가 구린 냄새가 나.

민트

··· ···.

민트

사장님 테트라에서 이사 했다고 했지?

민트

나올 때 뭐 크게 밉보인 거 아냐? 머스탱한테.

아니스

대, 대기업에서의 복수 뭐 이런 건가?

프리카

현실성 없는 얘기야. 테트라에서 우리 같은 작은 회사를 왜 괴롭혀.

프리카

그냥 클라이언트 쪽에 심적 변화가 있었겠지.

아니스

···그럼 다행인데.

아니스

사장님은 어디 갔어?

리스

어, 응. 잠깐 외출한다고 나가셨어.

리스

어디 간다고는 말 안··· 했고.

아니스

··· ···.

민트

··· ···.

프리카

··· ···.

아니스

몸이나 좀 풀까?

민트

됐어. 공연을 그렇게 하고 왔는데 무슨 몸을 또 풀어.

아니스

안 그러면 여기서 계속 우울해하고 있을 테니까.

민트

··· ···.

아니스

가자. 가서 신나게 춤이나 추자.

민트

···하아.

아니스

자자, 일어나.

민트

아 잡아당기지 마. 힘만 쎄가지고.

아니스

근데 너 진짜 왜 이렇게 무겁냐.

프리카

맨날 탄수화물만 먹어대니까 그렇지.

리스

다, 다녀들 와. 마실 거 준비해 놓을게.

아니스

···어. 부탁해. 고마워.

셋은 연습실로 걸어 들어갔다.

리스

··· ···.

리스

사장님. 테트라 라인으로 간다고 했었지.

리스

···설마 따지러 간 건 아니겠지?

한슨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옹졸하게 구시는군요.

머스탱

···뭐, 뭐?

한슨

옹졸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한슨

아니면 우리 같은 작은 회사를 그렇게 밟을 정도로 한가하신 겁니까?

한슨

나이가 들더니, 감도 다 떨어지신 모양이군요.

머스탱

이게 미쳤나.

머스탱

마이너 차트에서 좀 올라갔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졌지?

머스탱

각 잡고 한 번 밟아 줘?

한슨

우리 쪽 사람을 빼간 것, 일정을 쏟아부은 것, 요요를 앞세워 광고를 채간 것, 제가 모를 거라 생각했습니까.

한슨

제가 그렇게 탐나십니까. T.T. STAR가 망해야 제가 다시 돌아올 테니까.

머스탱

자의식과잉이 너무 과하군. 주제 파악이나 해라.

한슨

아니요. 당신은 옆에 항상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한슨

당신의 감정을 받아줄 쓰레기통이 필요하고, 당신의 심심함을 달래주기 위한 장난감이 필요합니다.

한슨

그 엿같은 성격을 다 받아주면서, 적당히 반항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단 얘깁니다.

한슨

그리고 그걸, 힘과 권력으로 깔아뭉개는 게 인생 사는 낙이지 않습니까.

한슨

미세스 미스와 제가 그 역할을 아주 잘 해냈죠.

한슨

그런데 다들 떠나버려서, 어쩔 줄 모르는 거 아닙니까.

머스탱

많이 컸구나 한슨. 그딴 헛소리를 내 앞에서 지껄이는 걸 보니.

한슨

그만두십시오.

한슨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잘 해내 가고 있습니다.

한슨

그러니 제발 가만히 좀 놔둬 주십시오.

머스탱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더 그러기 싫어졌는데.

머스탱

어디 보자. 완전히 망가뜨리면 좀 고분고분해질 건가?

머스탱

너도 알겠지만, 내가 뭐 하나 망가뜨리는 건 정말 잘하거든.

머스탱

어떻게 부숴줄까? 몸? 마음? 뭐부터?

한슨

내 아이돌한테! 손대지 마!

머스탱

···!!

한슨

너는 모든 걸 다 부숴!

한슨

네 즐거움 때문에, 뭐든 다 부순다고!

머스탱

이 새X···!

한슨

내 아이돌한테 손대지 마라 역병 같은 놈···!

한슨

나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테니까···!

머스탱

···흐.

머스탱

하하. 하하하하!

머스탱

재밌다! 재밌어! 이렇게 나한테 달려드는 놈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머스탱

그런데 그게 내 아들이다? 못 참겠군···!

머스탱

그래! 가만히 있지 마라!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어 미치겠으니까!

한슨

··· ···.

한슨

저는 경고했습니다.

한슨

건들지 마십시오.

한슨이 뒤돌아 걸어간다.

머스탱은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었다.

머스탱

걔들이랑 잤냐?

한슨

대답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 같은 질문입니다.

머스탱

네가 도대체 뭘 보고 그런 발에 챌 정도로 흔한 고철들을 데리고 다니는지 궁금해서 좀 찾아봤다.

머스탱

진짜 뭐 없더라고.

머스탱

출신도, 재능도, 유니크함도 없어. 말 그대로 평범해.

머스탱

도대체 뭘 믿고 그것들을 데리고 다니는 거지?

한슨

말해봤자,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죠.

한슨이 방을 나간다.

문 앞에 서 있던 요요와 마주친다.

한슨

··· ···.

요요

··· ···.

한슨

아득바득 따낸 광고를 아무렇지도 않게 채가서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한슨

대기업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요요

···광고 건은 죄송해요. 저도 몰랐어요.

요요

T.T. STAR의 것을 빼앗을 생각은 없었어요. 진심이에요.

한슨

그렇겠죠.

한슨이 요요를 지나쳐 걸어간다.

요요

··· ···.

아니스

후우~

아니스가 의자에 거의 눕듯이 앉아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리스가 다가와 아니스에게 탄산수를 건넨다.

리스

수, 수고했어, 아니스.

아니스

···어, 고마워.

리스

민트는 쉬러 갔고, 프리카는 샤워하러 갔어.

리스

사장··· 님은 아직 안 왔고.

리스

지금 여기에 나랑 아니스밖에 없어.

아니스

··· ···.

아니스

아, 그. 나 잠깐 볼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

리스

아니스.

아니스

왜, 왜?

리스

왜 나 안 찾아왔어?

리스

약속했잖아. 아니스가 아이돌 하면 내가 매니저 한다고.

아니스

··· ···.

아니스

잊어버렸어.

리스

거짓말.

아니스

··· ···.

리스

왜 안 찾아왔어?

아니스

어떻게··· 찾아가.

리스

왜?

아니스

··· ···.

아니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한테는 들키기 싫었어.

리스

그렇게 생각했어? 의외네.

아니스

맞잖아.

아니스

솔직히 나 아이돌로 잘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재능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거든.

아니스

하면 할수록 느껴.

아니스

아, 나는 특별하지 않구나.

아니스

그냥 평범하기 짝이 없구나.

리스

그런 것 치곤 엄청 열심히 하던데.

아니스

그것밖에 없으니까.

아니스

특별할 것 없는 내가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없으니까. 다른 방법도 모르겠고.

아니스

처음엔, 바로 찾아가려고 했어.

아니스

야. 이제 너 우리 매니저 하자. 라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싶었어.

아니스

그런데··· 음···.

아니스

[내가 왜? 너 잘 못 하던데?]

아니스

이 말을 들을까 봐 너무 무서웠어.

리스

아니스.

아니스

그래서 못 찾아간 거야.

아니스

네가 나를 보던 눈빛, 나한테 하던 말.

아니스

나를 좋아해 준다는 걸 잘 알았는데. 너무 고마웠는데.

아니스

내가 별거 아닌, 그저 그런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아니스

네가 보던 별은, 별이 아니라 그냥 별을 흉내 낸 플라스틱 장난감일 뿐이라는 걸 들키기 싫었어.

아니스

나한테 실망할까 봐.

리스

내가 아니스를 좋아했던 이유가, 아니스가 특별해서 좋아했던 게 아니야.

아니스

거 봐. 그렇다니까.

리스

삐딱하게 듣지 말고.

리스

처음 봤을 땐, 음···.

리스

솔직히 말하면 [쟤는 잘하지도 못하는데 왜 저렇게 나서지?]라는 생각이었다?

리스

응원단장 할 때도 그랬어. 솔직히 막 엄청 잘한다는 느낌은 안 들었거든.

아니스

추, 충격적이야.

리스

그런데 아니스는 계속 열심히 했어.

리스

뭐 하나 특별할 것도 없었는데, 계속 열심히 하더라.

리스

그러다가 갑자기 쨘~ 하고 되게 그럴듯하게 해냈어.

리스

그게 나한테 엄청 위로가 됐어.

리스

어··· 이상하게 듣지 마.

리스

저렇게 평범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니까 해내는구나.

리스

나도 이렇게 평범한데, 아니 남들보다 좀 못한데.

리스

그럼 나도 노력하면 그럴듯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리스

그리고 언젠가, 특별해질 수 있지 않을까?

리스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아.

리스

그때부터 아니스를 계속 봤고, 닮으려고 노력했어.

리스

팬이 됐어.

아니스

··· ···.

리스

그래서 같이하고 싶었던 거야.

리스

아니스가 날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매니저로 취직해서 일도 열심히 배웠어.

리스

언젠가, 같이 특별해지고 싶어서.

아니스

너 진짜···.

리스

헤헤. 고마워 죽겠어?

아니스

··· ···.

아니스

어. 진짜 고마워 죽겠다.

리스

아니야 아니스. 내가 더 고마워.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