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STAR ANIS03 / 28
STAR ANIS
첫 공연 : B
[SCENE START]
으아 답답해.
아. 창문 열어놓고 나가는 거 깜빡했다.
샤워실 찜통이겠네.
다들 어디 갔대요?
영업 뛰러 갔지 뭐.
냉장고에 도시락 있으니까 꺼내 먹어.
난 바로 나가봐야 해.
응? 어디 가는데요?
나도 영업 뛰러 가야지.
··· ···.
그,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도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아요?
맞아요. 얼굴 보여주면서 어필하면 좀 더 잘 먹히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뭐 거물도 아니고.
안돼.
아니 왜요. 예전부터 느낀 건데 우릴 너무 아끼시네.
오면서 말했지? 포스트 프리티를 꿈꾸는 아이돌이 너무 많아서 춘추 아이돌 시대라고.
그러니 이 중에서 고정 공연을 따내기 위해, 광고를 받기 위해, 드라마에 한 컷이라도 나오기 위해.
자기를 어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로비가 오가겠어.
그 로비의 종류도 다양해.
하지만 스폰서들이 원하는 로비의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아.
그 종류 중 하나를 굳이 내 입으로 얘기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
··· ···.
그래서 아끼는 거야.
유명해지고, 잘나가면 우리가 갑질할 수 있어. 그때까지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그럼 밥들 먹고 쉬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한슨은 사무실을 나섰다.
··· ···.
··· ···.
··· ···.
일단 밥부터 먹자. 프리카는 먼저 씻을 거지?
민트는 옷부터 갈아입을 거고.
그럼 그동안 대충 데워놓을게.
그날 저녁.
한 면이 거울로 되어 있는 좁은 연습실에서 아니스가 연습하고 있다.
벌써 몇 시간 째 연습인지 모른다.
아니스는 거울을 바라보며 안무, 표정을 계속해서 연습한다.
··· ···.
··· ···.
민트와 프리카는 연습실 문에 난 창문을 통해 아니스의 연습을 계속 지켜본다.
오늘 좀 아쉽다. 그래도 첫 공연이었는데.
음향도 스테이지 세팅도 아쉬웠지만, 제일 아쉬운 건 우리 퍼포먼스였지.
솔직히 형편없었어.
에이. 너무 그러지 마. 다음에 잘하면 되잖아.
다음에 언제?
음··· 빠르면 오늘 저녁쯤? 사장님이 뭐라도 하나 물어오지 않을까?
···아이돌이 흘러넘쳐서 구멍가게 수준만 아니면 모두 아이돌에게 고정 공연을 주고 있어.
오늘 우리가 간 곳도 솔직히 크다고 할 수 없는 생활용품 가게였고.
그런 곳에서도 고정 공연을 따내지 못하는데, 우리한테 다음이 있을까?
그건 그래.
민트.
우리 벌써 데뷔한 지 1년이 다 되어가.
그 결과가 이거고.
그렇네.
사장님은 테트라 이사 출신에, 프리티의 매니저였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막 뭐가 있진 않네.
사무실 인원도 10명이 채 안 되고.
그렇다고 우리가 진짜 무지막지한 스타성을 타고 나서, 어려운 사무실을 한 번에 구원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미래가 있다고 보기엔 좀··· 힘들지.
어떡할 거야?
음···.
민트는 창문 너머, 연습하고 있는 아니스를 바라본다.
··· ···.
프리카.
나 스카우트 제의 받았어.
··· ···.
대단한 곳은 아닌데, 여기보단 훨씬 낫지.
고정 공연도 지금 다섯 개인가 굴리고 있대.
사장이 능력이 좋나 봐. 여기저기 발도 넓고, 아이돌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 줄도 알고.
내가 들어가면, 새로운 멤버로 들어가게 되는 거래. 센터도 염두에 두고 있다더라. 거짓말이겠지만.
갈 거야?
음···.
···하긴, 안 갈 이유가 없겠네.
··· ···.
안 갈 이유라···.
민트가 다시 창문 너머의 아니스를 바라본다.
아니스는 바닥에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쟤 때문에.
··· ···.
쟤 봐. 오늘 첫 공연을 망치고 왔는데, 탄산수 한 캔 딱 마시더니 바로 연습실에 틀어박혔어.
처음에 쟤랑 만났을 때 기억나?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애였어. 형편없었고.
근데 몇 년 만에 저렇게까지 하잖아.
재능 있지.
재능만의 얘기는 아니야.
너무 열심히 해. 바보 같을 정도로.
꼴에 리더랍시고 우리 챙겨주고, 힘에 부칠 땐 힘도 불어넣어 주고, 그 와중에 연습은 진짜 하루도 안 빼먹고.
하하. 정말. 왜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이상해.
너무 이상해. 그래서 뭐라고 해야 하나···.
응원하고 싶어?
··· ···.
응.
쟤가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고 싶어.
··· ···.
그래서, 프리카야 말로 왜 다른데 안 가?
솔직히 실력은 제일 좋잖아. 캐릭터성은 좀 애매하지만.
애매해서 미안하네.
나랑 아니스야 프리티 복귀 콘서트 때 한날한시에 죽어서 어떻게든 엮인 계기라도 있는데.
프리카는 안 그렇잖아? 원래도 사람으로 데뷔할 예정이었고.
뭐··· 교통사고로 죽어버려서 다 무산됐지만.
··· ···.
솔직히 말하면 사장님이 테트라 이사 출신에, 프리티의 매니저 출신이었다는 게 제일 컸어.
제대로 키워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실력에는 자신 있었고.
그런데 뭐 보다시피.
사기당했네?
뭐어··· 반쯤은 그렇다고 봐야겠네.
당장 그만두려 했는데, 너희를 만났어.
한 명은 아무것도 모르지, 한 명은 얼굴만 믿고 열심히 안 하지.
어쩌다 보니 둘의 연습을 봐주고 있었는데.
프리카가 창문 너머 아니스를 바라본다. 아니스는 일어나 다시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음··· 아니스는 진짜 열심히 하더라. 실력도 쭉쭉 늘고.
나는?
그렇지 뭐.
섭섭해라.
그렇게 같이 부대끼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음···.
정이 들어버렸어.
그래서 못 나가.
하하. 제일 질 나쁜 거에 걸렸네?
그런 셈이지.
둘은 다시 창문 너머의 아니스를 본다.
뭐가 잘 안 풀리는지 화를 내고 있다.
어휴 저걸 저렇게 하니까.
갈까?
그래.
지금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으니까.
프리카가 문을 연다.
뭐, 뭐야?
셋이서 해야 할 걸 혼자서 하니까 제대로 될 리가 있나.
같이 하자. 봐줄게.
···어. 부탁해.
나도 봐줄게. 연습할 때 표정도 미리미리 지어놔야 늘어.
···그래. 그것도 부탁할게.
다녀왔어.
··· ···.
···뭐야. 다 어디 갔어?
한슨은 어둑어둑한 사무실 한구석에 불빛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본다.
조용히 다가가 연습실의 창문 너머를 본다.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셋을 본다.
··· ···.
한슨은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