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BEAUTY FULL SHOT20 / 28
BEAUTY FULL SHOT
어두운 것과 검은 것 : B
[SCENE START]
이그조틱. 내가 속한 스쿼드. 그것이 내가 방주라는 세계에서 부여받은 계급.
하는 일은 간단했다.
방주가 버린 쓰레기장, 아우터 림에 상주하면서 온갖 정보를 모아 중앙 정부에 보고한다.
방주에 위협이 되지 않게.
그리고 아우터 림이 무너지지 않게 조율한다.
방주에는 쓰레기장이 있어야 하니까.
아우터 림은 더럽다. 좁고, 빛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시궁창 같은 곳의 골목골목을 헤매며, 정보를 사고판다.
정직하게 행동할 순 없다. 선하게 행동할 순 없다.
이곳은 시궁창이니까. 모두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을 이용해 먹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나는 살아남아야 했다.
내가 방주라는 세계에서 부여받은 계급이 이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속였다.
거짓말하고, 이간질하고, 배신했다.
나는 시궁창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나는.
독사라고 불리고 있었다.
아우터 림에 언더월드 퀸이 왔다.
방주의 어둠을 관리하는 자들. 모두가 무서워하는 어둠의 상징인 자들.
하지만, 내 눈엔 그리도 빛이나 보였다.
동경은 곧 질투로 바뀌었다.
바이퍼는 로산나의 밑에 깔려있었다.
그럴 줄 알았어. 네가 할 짓이래 봐야 뻔하지.
나 무시하지 마. 네가 뭔데 날 무시해.
너랑 내가 뭐가 다른데? 응?
똑같이 오물을 뒤집어쓰고 있잖아.
그런데 너는 왜 그런 곳에 있고, 나는 왜 이런 곳에 있는 건데.
네가 그렇게 살았으니까.
살아남기 위해서였다고 말하지 마라. 그런 말은 너무 많이 들었어.
시궁창에서 아득바득 기어올라온 녀석들이 그 말을 들으면 게거품 물걸.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했는데.
목에 이 초커 보여?
이거 뭐 하는 건지 알지?
위대하신 중앙 정부에서 나한테 채워놓은 족쇄야.
말도 안 되는 일을 시켜놓고, 제대로 안 하면 터트린다고 협박하는 거라고.
선택권이 있었다고 생각해?
나 같으면 째고 죽었어.
아핫. 말 진짜 쉽게 한다.
네가 그 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뭔지 알아?
넌 그런 상황에 절대 던져지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이상적인 소리만 늘어놓는 거야.
넌 다 가지고 있으니까.
하하. 다 가지고 있다고?
나는 뭐 날 때부터 다 가지고 있었을 것 같아?
적어도, 나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궁창에 던져지진 않았겠지.
···불공평해.
나라고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야.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바보 같은 방주가 내린 결정 때문에. 난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 ···.
아핫. 진짜 싫다. 진짜 싫어.
방주 같은 거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어. 그럼 모두가 똑같을 텐데.
위험한 소릴 하네.
너는 방주가 좋아?
좋겠지.
방주에서 좋은 와인을 마시고, 부하를 거느리고, 좋은 옷을 입으니 좋겠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을 테니, 좋겠지.
보트 운전이나 서핑 같은 거, 나는 배워볼 엄두도 못 냈어.
너는 맘만 먹으면 수영용 바디로 휙휙 바꾸고, 방주 안에서 그 모든 걸 누렸겠지.
근데 나한테 있는 거라곤, 낡은 핸드폰뿐이야.
할 수 있는 거라곤, 철 지난 잡지를 보며 아는 척하는 것 밖에 없어.
까불지 마. 넌 그냥 시궁창에 네 발로 기어들어간 거야.
거길 벗어나기 위해 네가 뭘 했는데.
내 입장에서 너는 아무것도 안 한 거야.
하나 물어보자. 너 여기 왜 올라왔어?
사진은 왜 그렇게 찍고 다니는데.
우리 사진 찍어서, 어디다가 팔려고?
···뭐?
그렇게밖에 안 보인다고 너.
네가 만든, 네 이미지야.
그렇게 되지 않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을 거야.
있었겠지. 있으면 뭐.
당장 오늘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걸 살펴볼 여유 따위 있을 리가 없다고.
너한테는 있었겠지. 그걸 잡을 수 있는 시간이, 기회가, 힘이.
너는 네가 어둠에 몸 담았다고 생각하지?
아핫. 내가 보기에 너.
너무 빛나. 너무 빛나서, 부러워서, 다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야.
왜 나는 안돼?
대답해 봐.
왜 너는, 너희는 되는데 나는, 우리는 안 돼?
무슨 차이가 있는데? 응?
··· ···.
운이 조금만 나빴어도,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될 수 있었어.
그런 주제에.
나한테 악착같다는 말을 해?
내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탐을 내냐고?
내게 하나도 없으니까!
다 가진 네가 이해할리가 없다고!
··· ···.
로산나는 일어났다.
그리고 누워있는 바이퍼를 한동안 쳐다봤다.
···쯧.
야. 너 핸드폰 부서졌다.
··· ···.
바이퍼는 비틀거리며 일어난 후, 액정이 부서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전원을 켜보지만 금 간 화면에 바이퍼의 얼굴만 비칠 뿐이다.
···유일하게 내 것이었던 건데.
이것도 부서졌네.
··· ···.
바다, 괜히 왔어.
바이퍼는 터덜대며 걸어갔다.
···야.
부르지 말아 줄래?
바이퍼는 계속 걸어갔다.
바이퍼의 시선이 돌아간다.
크라켄 섬의 해변. 멀어서 흐릿하지만 분명히 보이는 그 모습.
해변에서 거닐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 ···.
진짜 싫다.
다 가져가네.
바이퍼! 바이퍼!
나 저기서 엄청 반짝이는 해파리 봤어! 같이 보자! 헤헤!
지인짜 예쁘고 신기해! 빨리! 빨리 가···.
···어?
바이퍼. 울어?
안 울어.
으, 우, 울지 마 바이퍼어···.
바, 바이퍼가 울면 나도 슬프단 말이야아···.
안 운다니까.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