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BEAUTY FULL SHOT21 / 28
BEAUTY FULL SHOT
섞일 수 없는 둘
[SCENE START]
아침이 밝았다.
안개는 여전히 걷혀있는 상태다.
동굴 안에서 보는 탁 트인 시야가 새롭다.
선택지
아침부터 표현에 거침이 없으시군요.
군도 멋지십니다.
선택지
아침에는 안개가 걷히는 모양이군요.
길도 나있을 것 같으니, 슬슬 돌아가실까요.
귀찮게 하는 이들이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선택지
가기 전에.
사쿠라가 내 목에 팔을 둘렀다.
한동안 안될 테니 미리미리 충전해 놓고 가시지요.
선택지
오셨습니까.
응? 스승님. 어디 갔다 오셨어요?
어제 뭐 섬이 뭐 어쨌다고 얼핏 듣긴 했었는데.
선택지
에이 무슨 조난이야. 그냥 다른 곳에서 하루동안 논거지.
선택지
마무리 단계입니다. 곧 끝날 듯합니다.
조만간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선택지
예. 그럼 저흰 출발하겠습니다.
아, 출발하기 전에. 지휘관. 잠시 볼까요?
선택지
하루 외박하셨잖아요. 혹시 무슨 문제가 생겼을지 확인해 봐야죠.
사쿠라도 이리 오세요.
별 일은 없었습니다.
후후. 그건 사쿠라가 판단할 일이 아니에요.
혹시 아나요? 모래에 지금껏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병균이 묻어있을지!
그러니 간단하게 검사는 해봐야 해요.
···이해했습니다. 부탁드리지요.
잠시 후.
음. 둘 다 문제없네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두 분 다 입술이 너~~무 부르텄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문제없어요.
립글로스 바르시고, 수분 유지 부탁드릴게요.
선택지
··· ···.
선택지
그러시죠.
아, 다들 여기 있었네.
슬슬 돌아가자.
선택지
어디긴 어디야. 방주지.
아직 사진을 찍지 못하였습니다.
그럼 지금 대충 찍고 가.
시간 낭비 하지 말자고.
선택지
못해먹겠어서.
여기서 아무리 즐겁게 지내봤자, 돌아가면 일상이 기다리고 있잖아.
무슨 소용인가 싶은 거지.
돌아가자마자 피비린내 가득한 일상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이런 게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네.
선택지
그래. 있었어.
덕분에 현실을 상기한 거지.
선택지
그냥 여자들끼리 싸운 거야. 흔한 얘기라고.
로산나가 바이퍼 넘어뜨리고 핸드폰 부쉈어! 내가 봤어!
아니, 야.
바이퍼 핸드폰 완전 다 망가졌어!
그래서 바이퍼 방에서 안 나와!
··· ···.
바이퍼 울었어!!
··· ···.
사진 더 못 찍는다고, 밤새도록 울었어!
그러니까 그깟 사진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사진 중요해!
바이퍼가 그랬어!
우리, 결국 해야 하는 일 안 변한다고!
그런데, 그런데 재밌었던 거 기억해서, 그거 다시 하려고 열심히 하는 거랬어!
나도 그래! 고기 맛있어! 고기 더 먹고 싶어서 열심히 일 해!
··· ···.
사진은 있지. 바이퍼가 시간을 멈추는 거라고 했어.
내일 일 하기 싫어도, 오늘 일 힘들어도.
예전에 했었던 건 안 변한다고 했어.
그래서 사진 많이 찍어야 된대!
찍으면 찍을수록, 내 꺼가 많아진대!
그건 진짜 내 꺼라고 했어!
그러니까 사진 중요해!
··· ···.
선택지
하, 젠장.
다들 기다려. 갔다 올 테니까.
바이퍼는 숙소에 앉아 꺼진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 ···.
툭.
로산나의 핸드폰이 바이퍼의 옆에 떨어졌다.
···저리 치워.
필요 없으니까.
동정이라니, 최악이네.
데이터 칩은 멀쩡할 것 아냐.
갈아 끼워서 너 써.
필요 없다고.
써.
됐다고.
나는 인간일 때 조직의 히트맨이었어.
살아남기 위해, 많이 죽였지.
갑자기 무슨 소리하는데?
잠자코 들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보스의 눈에 들기 위해 더러운 짓을 도맡았어.
보스는 나를 믿고 더 많은 일들을 맡겼고, 그렇게 나는 자리를 잡았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앞으로도 계속 이런 짓을 해야 한다는 감정이 교차했고.
손을 씻으려고 마음먹은 날, 내 몸에는 수많은 바람구멍이 났어.
보스가 날 제낀 거지. 내가 지를 제낄려고 세력을 키운다고 지 혼자 착각해서.
그렇게 난 니케가 됐다.
언더월드 퀸이 된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뭔지 알아?
원래 있던 조직을 쓸어버렸겠지. 벤데타니 뭐니 하면서.
당연히 그랬지.
그 이후에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알 게 뭐야.
쓸쓸하다였어. 웃기지 않냐.
··· ···.
거긴 내 인생이었거든.
비록 마무리가 지저분했지만, 내 인생은 그곳이 전부였어.
그게 송두리째 없어진 거야. 흔적도 없이.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
헤도니아의 보스로, 방주의 어둠을 착실히 지워나갔지.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니.
나는 그냥 지우기만 하고 있더라고.
남기는 것 하나 없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글쎄.
그냥 그렇다고.
아무튼, 그 핸드폰은 너 써.
동정은 필요 없다고.
동정? 내가 미쳤냐. 널 동정하게.
그냥 너도 아득바득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걸 알아서.
도와주는 거야.
대가 없는 호의 같은 건, 우리 세계에선 흔치 않은 거잖아. 안 그래?
··· ···.
바이퍼는 로산나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좋은 거 좀 쓰지 그랬어. 돈도 많으면서.
그냥 써. 헛소리하지 말고.
··· ···.
난 여전히 네가 싫어.
나랑 같네.
너랑 나는 다르고. 출발선은 물론 종착지까지 다르겠지.
당연히 그렇겠지.
아마 우린 영원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나도 알아.
그래도, 사진 정도는 같이 찍을 수 있겠지.
아핫. 아직까지 부하 취급하네.
따라 나와.
서핑 알려줄 테니까.
···뭐?
보트 운전도 알려줄 테니, 빨리 나와.
로산나는 방을 나갔다.
··· ···.
아핫. 진짜 맘에 안 들어♡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