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BLUEWATER ISLAND27 / 28

BLUEWATER ISLAND

다시 집으로 : B

[SCENE START]

아니스

···어? 뭐야 저거.

아니스

배 아냐?

슈가

그런 것 같네.

아니스

아니, [그런 것 같네]가 아니라.

아니스

지금 저 배에 우리 지휘관님이 타고 있는 거 아니냐고!

슈가

!!

슈가

마중을 나가야겠군.

아니스

아니,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아니스

이 앞은 바다밖에 없어. 마중이란 게 의미가 없···.

바바바바···!

아니스

너 설마··· 또 관성이 어쩌고 하면서 바다로 달릴 생각은 아니지?

슈가

정확해.

부아아앙-!!

아니스

아오, 이 자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

라피

···아니스!

페퍼

두 분 다 그동안 무사했어요? 다친 데는 없고요?

아니스

뭐야. 아까 그게 배기음이 아니라 배에서 나는 소리였어···?

아니스

아니,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니스

너희들 왜 이제야 왔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라피

···미안해.

라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지?

아니스

아 당연하지! 하루종일 바다만 보다가 눈이 빠지는 줄 알았···!

네온

저요! 저도 할래요! 감동의 재회!

아니스

네온···!

아니스

그럼 너 이리와. 내가 베어허그해줄 테니까.

리타

···원, 녀석.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몰골이구나.

슈가

별 건 아니었어.

리타

네놈이야 그랬겠지. 고생을 시키는 쪽이었을 테니 말이다.

아니스

아니, 그런데 지휘관님은 어디···!

선택지

아니스

!!

아니스

지휘관님-!!

아니스가 전력으로 달려와 내게 안겼다.

선택지

아니스

숨 막혀도 좀 참아!

아니스

지휘관님은 말이야···! 절대 상상도 못 하겠지만···!

아니스

내가 이 녀석이랑 둘만 남겨져서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슈가

난 나쁘지 않았어.

선택지

아니스

···음. 말하자면 부랑자의 간접 체험 같은 거였지.

슈가

나름대로 느긋하고 즐거웠어.

아니스

야. 넌 어떻게 그런 걸 즐겼다고 표현해.

슈가

적어도 바이크는 아쉽지 않을 만큼 탔으니까.

슈가

속도도 매번 최대로 냈고···.

철썩, 쏴아아아···!

네온

어···? 스승님! 저게 뭔가요?

네온

저기 바다 사이에 보이는 검은 거요!

아니스

뭐? 설마 랩쳐가···!

슈가

···아니. 길이야.

선택지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여유로이 밀려들었다 빠져나가는 파도 사이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낯 익은 바닷길이 보였다.

네온

··· ···.

아니스

··· ···.

라피

··· ···.

선택지

아니스

아니, 저 자식이 지금 약올리나···!

네온

이거 완전 타이밍으로 장난치는 거 아닌가요?

리타

···이걸 헛수고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메어리

음~ 글쎄요.

메어리

타이밍이 조금 짓궂기는 해도,

메어리

헛수고란 말은 좀 안 어울리지 않을까요?

메어리

덕분에 다들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이 생겼잖아요.

프림

나무늘보식. 긍정.

리타

···뭐, 나도 배 설계하는 건 제법 즐거웠느니라.

네온

사실 저도 화난 척하긴 했지만 출발이 딜레이돼서 좋았어요.

아니스

뭐? 난 절대 아닌데···!

···이렇게 해서.

예상보다 훨씬 더 길어졌던 우리들의 자원 조사 임무···.

아니, 여름 바캉스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 ···.

누군가는 일상에 복귀하는 것을 기뻐했고.

누군가는 긴긴 휴식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했으며.

누군가는 별 생각없이 즐거워했지만.

여전히···.

아직 끝나지 않은 휴가의 잔재를 앞에 두고,

괴로워하는 이는 있었다.

며칠 후, 리페어 센터 앞.

···돌아왔다.

한 의사의 죄가 시작되고 끝난.

그리고 그 의사가 평생에 걸쳐 그 값을 치뤄 나가야 할, 속죄의 요람에.

페퍼

와···!

페퍼

드디어 돌아왔네요, 우리!

페퍼

환자분들, 분명 엄청나게 잔소리 하시겠죠?

페퍼

아니, 다음 주면 온다더니 뭘 하느라 이제 왔냐고~!

페퍼

그동안 간식 들어온 거 아가씨 주려고 아껴 놨는데, 다 상했겠다고~!

메어리

···후후. 그러겠네요.

지잉-

크게 [Repair Center]라고 적힌 자동문을 지나,

수많은 환자들의 이름이 걸린 병실들 사이로 난 복도를 걸어서.

띵-

엘리베이터를 타고 여러 층을 오른 뒤,

마침내 [인간 페퍼]가 [인간 메어리]의 등을 밀어 심판했던

바로 그 계단 앞에 다다른 순간.

메어리

··· ···.

페퍼

··· ···.

메어리

저, 페퍼···.

안대를 낀 아이

꺄하하~

깁스를 한 아이

어? 페퍼 누나랑 메어리 선생님이다.

깁스를 한 아이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요? 우리 진짜 목 빠지게 기다렸는데!

페퍼

와아~ 정말? 다들 우리 기다린 거야?

깁스를 한 아이

당연하죠!

안대를 낀 아이

저희만 그런 거 아니에요. 503호의 휠체어 아줌마도···.

깁스를 한 아이

그럼 그 아줌마한테도 말해줘야겠다!

페퍼

그래, 그래. 오랜만인데 아주머니한테도 인사 드려야지.

메어리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페퍼

···아, 선배. 죄송해요.

페퍼

혹시 아까 뭐라고 하셨어요?

페퍼

애들 소리 때문에 잘 안 들려서요. 헤헤.

메어리

아··· 별 이야긴 아니었어요.

메어리

그냥 페퍼는 이 풍경을 보고, 뭔가 떠오르는 게 없나 해서요.

페퍼

어··· 글쎄요?

페퍼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데,

페퍼

그래도 굳이굳이 말해 보자면···.

페퍼

··· ···.

페퍼

그립다?

메어리

···네?

페퍼

이 계단도, 환자들도 다 오랜만에 보는 거잖아요.

페퍼

센터 내에서 선배랑 이렇게 둘이서 붙어 있는 것도 오랜만이고요.

페퍼

아~ 한때는 저도 [백의의 천사]에게 전담으로 챙김 받던 시절이 있었는데!

페퍼

···아, 물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

페퍼

그땐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선배한테 죄송해 죽는 줄 알았거든요···.

메어리

··· ···.

메어리

정말··· 그것뿐인가요?

페퍼

어··· 이건 원하시는 답이 아니었나요? 그럼···.

퍽-!

메어리

!!

잠깐, 눈 앞이 새하얘졌다.

페퍼

···헤헤. 놀라셨죠?

페퍼

저 사실 돌아오는 길에 내내 환자들이랑 이거 계획했거든요.

페퍼

리페어 센터 취임 n주년 기념!

페퍼

방주에서 가장 유능하고 멋진 의사, 메어리 선배를 위한···.

페퍼

생크림 케이크빵~!!

메어리

··· ···.

페퍼

···어?

페퍼

선배, 왜 그래요?

페퍼

환자들이랑 미리 맞춰서 준비해둔 건데··· 혹시 좀 그랬어요?

페퍼

어어··· 어떡하지. 우시네···!

페퍼

최대한 몸에는 안 묻도록 던진 건데! 혹시 화 나셨어요?

메어리

···아뇨.

메어리

그냥, 우리 페퍼가 이렇게나 기특해졌구나 해서요.

메어리

이런 것도 챙길 줄 알게 되고··· 사회인 다 됐네요, 정말~

그렇게 해서, 두려워 마지않았던 순간은 끝이 났다.

그토록 겁냈던 게 무색해질 만큼,

햇살을 닮은, 찬란한 오렌지 빛으로 덧씌워진 채···.

메어리

그래요.

메어리

잠깐의 유예인 거겠죠.

메어리

··· ···.

메어리

만일 신이 있다면,

메어리

제게 이 유예를 주신 것에 평생 감사하며 살게요.

메어리

이 손으로 하나라도 더 많은 생명을 살려서.

메어리

언젠가 죽음 저편에서 제게 희생당한 이들을 만났을 때

메어리

이 삶을 들어서, [나 당신들에게 진정으로 미안했노라]고 말할 수 있도록.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