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LAST KINGDOM17 / 45
LAST KINGDOM
그 사명에 목숨을 : B
[SCENE START]
고성 안에 당신들 말고 다른 유사 인간이 있나요?
내, 내가, 내가 말할 것 같으냐!
휘익-!
툭.
···어?
이런. 빗나갔네요.
목을 벨 생각이었는데, 다른 곳을 베어버렸어요.
뭐, 한쪽이 없어도 듣는 것에는 지장 없을 테니 괜찮죠?
으··· 으아아아···!
다시 물을게요.
고성 안에 당신들 말고 다른 유사 인간이 있나요?
으윽···! 흐윽···!
으흑···! 주, 죽여라···!
나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다!!
흐음···.
토커티브. 이거 생각보다 재미없는데요?
[표정과 말이 따로 노는군.]
[대답 같은 건 관심 없는 것 아닌가. 그저 가지고 노는 게 좋을 뿐이겠지.]
들켰네요.
그래요. 용감한 유사 인간. 저는 저 고성 안에 뭐가 있는지 큰 관심이 없어요.
알아보는 건 간단하니까요. 그냥 가서 확인하면 되는 일이에요.
그런데 굳이 당신을 이렇게 괴롭히는 이유는.
공포와 고통에 못 이겨서 동료를 파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예요.
그런데 당신은 그쪽으로는 저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네요.
하, 하하! 그, 그거 아쉽구나!
[유사 인간.]
[저 고성 안, 정확히는 냉동 창고 안에 뭐가 있지?]
[뭐가 있길래, 벗어나지 않고 그곳을 사수하는 것이지?]
네 이빨을 닦아줄 칫솔이 있느니라!
[··· ···.]
[마리안은 언제, 왜 그곳에 오게 된 거지?]
뭣···!?
네놈···! 네놈이 어떻게 그 이름을···!
[대답해라.]
···!!
아아. 재미없네요.
[··· ···.]
푸슉-!
토커티브의 손에서 길고 날카로운 가시 하나가 솟아올랐다.
[유사 인간. 이게 뭔지 아나?]
[침식 유발 장치다.]
!!
[이걸 네놈의 몸에 박아 넣을 거다. 인간이 아닌 랩쳐를 위해 살아가게 되겠지.]
[비밀을 하나 알려주지. 침식은 머리를 망가뜨리는 것으로 알고 있겠지만.]
[실제로 의식은 멀쩡하다.]
히이···!!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는 말, 하는 행동을 제어할 수 없다.]
[절대 뚫을 수 없는 유리창 너머로 미친 짓을 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셈이지.]
[그러다가 동료의 손에 죽는다.]
[그 모든 것을, 멀쩡한 의식을 가진 채 지켜보고 겪는 거다.]
[아주 괴롭겠지.]
[대답해라. 그럼 침식까지는 가지 않는다.]
···하아···! 하아···!
윽···! 으흑···! 아가씨···!
[아직 고민하는 건가.]
[그럼 거래 내용을 바꾸겠다.]
[대답해 준다면, 목숨은 살려주지.]
[다시 돌아가서 우리와 맞서 싸워도 좋고, 도망가도 좋다.]
살려··· 준다고?
[그래.]
거, 거짓말하지 마라!
[너는 우리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너를 살려줄 수 있다.]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할 테니까.]
그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신이 수십 명 있더라도.
저희에겐 아무런 위협이 안 될 테니까요.
그러니 그냥 말해요.
그것 말고는, 당신이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잖아요?
··· ···.
[입만 움직여라. 그럼 넌 살 수 있다.]
[어떤 사명을 짊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명에 목숨을 버리지 마라.]
!! 사명···.
[그래. 사명 따윈 무의미하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미련 없이 버려라.]
··· ···.
···아가씨.
···나의 왕이시여. 이 못난 백성을 용서해 주십시오.
··· ···.
먼저 가겠습니다.
[··· ···?]
나를···!
나를 가지고 놀지 마라 이 더러운 잡종 놈들!!
나는 크라운 왕국의 백성이자 왕의 자랑스러운 비서니라!!
나의 사명은 왕국에 빛과 영광을 가져오는 것이며, 왕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사명을 버리라고!? 근원을 버리고 적의 편에 붙은 네놈들이 할법한 소리로구나!!
나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네놈들처럼 긍지도, 고귀함도 없는 놈들이 할법한 짓을 나에게 요구하지 마라!!
몇 번이나 말했을게다!! 네놈들에게 해 줄 말은 없다!!
해줄 말이래 봐야 멸칭과 욕설뿐이니라!!
죽인다고? 죽이거라!!
침식? 맘대로 해라!!
내가 잘못된 걸 안다면 우리 아가씨께서!! 나의 왕께서 네놈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복수를 하고!! 네놈들의 시체를 수백 년 동안 성문에 매달아 놓을 것이다!!
[왕? 왕이라고?]
하하! 그래! 내 이것만은 말해주마!!
왕국에는 내가 모시는 왕께서 자리하고 계신다!!
네놈들 따위보다 열배, 백배!! 아니 천배는 강하고 고귀하신 분이다!!
몸을 깨끗이 하고 길을 깔아놓거라!!
나의 왕께서!! 네놈들의 목을!! 직접 취하러 오실 것이다!!
···이거 안 되겠는데요.
[···사명에 눈이 멀었는가. 어리석다.]
[··· ···.]
[하지만, 부럽군.]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