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ARK GUARDIAN07 / 28
ARK GUARDIAN
미지와의 조우 : B
[SCENE START]
오스왈드는 겨눴던 권총을 내려놓았다.
누굽니까.
프리시아.
그때 본 적 있잖아. 레드 후드 언니가 우리 구해줬을 때.
꼬맹이. 이름이 뭐야?
프리시아.
그래. 프리시아. 엄마랑 아빠는?
응. 엄마랑 아빠는 죽었어.
병에 걸렸는데, 얼마 전에 죽었어.
···많이 보고 싶겠네.
보고 싶어. 근데 괜찮아.
작별 인사 잘했거든.
엄마랑 아빠 있지. 오랫동안 아팠어.
그래서 얘기 많이 했어.
좋았던 거. 안 좋았던 거. 다 얘기했어.
그래서 괜찮아. 잔뜩 얘기했으니까.
엄마랑 아빠도 괜찮을 거야.
···그래.
기억납니다.
무슨 일이죠? 여긴 민간인이 와선 안 되는 곳입니다.
아, 응. 별건 아니고.
프리시아가 품을 뒤적인다.
오스왈드는 총몸에 걸쳐놓았던 손가락을 방아쇠 쪽으로 가져간다.
이거.
프리시아가 두 번 접힌 서류를 내민다.
여기에 사인 좀 해줘.
사인이요?
응.
오스왈드는 프리시아가 내민 서류를 바라본다.
보호자 동의서로군요.
이걸 왜 저한테 주는 겁니까.
아저씨가 나 보호자 되어 주면 좋겠어.
저는 당신의 보호자가 될 수 없습니다.
방주로 가는 분 중 적절한 분들을 찾아보는 게 좋겠군요.
나랑 같이 온 사람들은 다 가족이 있어.
아빠, 엄마, 동생, 언니, 오빠 한 명씩 있어. 다 있거나.
근데 난 아무도 없어.
이거 보여줬는데, 다들 곤란한 표정 지었어.
다른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진 않거든.
보호자가 없으면 고아원으로 간다고 하는데, 그건 싫어.
무섭거든.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아저씨가 나 보호자 해줬으면 좋겠어.
프리시아. 저는 당신을 모릅니다.
얼굴 알잖아.
저는···.
아찔했던 생각에서 벗어나 한숨 돌린 오스왈드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매뉴얼에 대해서는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오스왈드는 프리시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당당한 표정. 두려움이나 망설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표정.
오스왈드는 멋대로, 이 아이라면 걱정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의 보호자가 될 수 없
팔락팔락.
종이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팔락팔락.
프리시아가 내민 종이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오스왈드는 다시 한번 프리시아를 바라본다.
되면 좋고, 안돼도 그만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어깨와 다리를 바라본다.
오스왈드는 갓데스를 생각한다.
자신이 무너질 것 같을 때, 지탱해 준 갓데스를.
··· ···.
오스왈드는 프리시아의 서류를 받아 들고 사인한다.
품에서 도장을 꺼내 사인 옆에 찍는다.
그리고 다시 서류를 프리시아에게 돌려준다.
··· ···.
이 도장을 담당자에게 보여주십시오.
계시는 동안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어··· 괜찮아?
뭐가요.
나··· 보호자 해주는 거.
··· ···.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군요.
··· ···.
···아저씨. 고마워.
진짜 고마워.
아··· 윽···! 고마워요···!
훌쩍. 진짜, 진짜 고마워.
··· ···.
나 아저씨 옆에 있어도 돼?
안 됩니다. 일이 바빠서요.
아무 말 안 하고 있을게.
담당자에게 서류를 제출하십시오.
아, 아 맞다.
금방 갔다 올게.
다시 올 필요는 없습니다.
프리시아가 서류를 든 채 달려간다.
오스왈드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무슨 생각이지.
오스왈드는 멍하니 방주 입구로 밀려오는 인파를 바라본다.
풍경을 보듯이,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기를 한참.
멀리서 두 사람이 걸어온다.
수고 많으십니다. 특무원님, 아니 특무실장님.
수고 많으십니다. 무슨 일이시죠?
다른 게 아니라 이 아이가 특무실장님 사인과 도장이 찍힌 보호자 동의서를 들고 와서, 확인차 들렀습니다.
맞다니까. 아저씨가 사인해 주고 도장 찍어줬어.
···일단 이 아이의 처분은 둘째치고, 특무실장님의 사인과 도장이 도용된 건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사인했고, 도장을 찍었습니다.
예. 그 건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를···.
···잘못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사인했고, 도장을 찍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
특무실장님이 직접,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거 봐. 맞다니까.
어···.
혹시 문제가 될 사항이 있을까요?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아닙니다만···.
··· ···.
중앙 정부의 병사의 입이 달싹거린다.
[왜 네가?]라고 묻고 싶은 눈치가 역력하다.
오스왈드는 모든 질문에 대답한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만은 오스왈드 본인도 할 수 없었기에 그저 잠자코 있었다.
···알겠, 습니다. 사실 여부 확인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성인 남성이 단독으로 아동의 보호자가 되는 것은 허가되지 않습니다만.
그렇습니까.
예. 사실상 입양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특무실장님이라면 문제없습니다. 신원이 워낙 확실하셔서요.
서류는 정상적으로 접수될 겁니다.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직접 가서 처리했어야 하는데 번거롭게 해드렸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중앙 정부 병사는 경례 후 뒤돌아 걸어갔다.
서류를 들여다보며 계속 고개를 갸웃한다.
오스왈드는 그 갸웃거림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 때문에 그러지 않기로 했다.
···헤헤.
··· ···.
프리시아는 오스왈드의 옆에 앉았다.
저는 업무 중입니다.
응. 알아.
아무 말 안 하고 있을 테니까 괜찮아.
··· ···.
오스왈드의 시선이 다시 인파와 물자로 향했다.
하지만 모든 신경은 옆에 앉은 소녀에게로 쏠려 있었다.
그 덕분에, 오스왈드는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른 복잡한 생각이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걸로 좋았다.
[SCENE END]